컨텐츠 바로가기

04.27 (토)

[단독] 재벌 3세 또 갑질…대형로펌 변호사 폭행·폭언

댓글 3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국내 굴지의 대기업 오너 일가 3세가 대형 로펌의 신입 변호사들에게 폭행과 폭언을 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져 파문이 일고 있다. 피해 변호사들은 대형 클라이언트(고객사)인 재벌 기업의 보복이 두려워 경찰에 신고조차 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업무상 갑을 관계를 악용해 신입 변호사들에게 신체적·정신적 충격을 준 재벌 3세 A씨(28)에 대한 비난 여론이 법조계를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다.

20일 재계와 법조계에 따르면 국내 대기업 회장의 아들이자 오너가 3세인 A씨는 지난 9월 말 서울 종로구 소재 한 술집에서 열린 대형 로펌 소속인 신입 변호사 10여 명의 친목모임에 동석했다. 신입 변호사들 모임에 A씨가 지인 소개로 중간에 참석한 것이다.

술자리가 한 시간가량 이어지면서 A씨는 만취했고, 그는 변호사들에게 "너희 아버지, 뭐 하시냐" "지금부터 허리 똑바로 펴고 있어라" 등 막말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또 "날 주주님이라 부르라"고 변호사들을 다그치기도 했다. 변호사 상당수는 A씨보다 나이가 많은 것으로 전해졌다. 일부 변호사는 "(엮이지 않는 게 상책이라) 그저 자리를 피해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며 일찍 자리를 떴다고 했다. 결국 이날 모임에서 A씨의 막말은 폭행으로 이어졌다.

A씨가 술에 취해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자 변호사들이 A씨를 부축했다. 하지만 A씨는 남자 변호사의 뺨을 때리고, 한 여성 변호사의 머리채를 쥐고 흔드는 등 폭언과 함께 폭행을 했다고 참석자들이 전했다. A씨는 과거에도 만취 폭행으로 구설에 오른 바 있다.

A씨는 난동을 부린 다음날 변호사들에게 전화를 걸어 사과했지만, 일부 변호사들은 큰 충격을 받아 사과를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폭행이나 상해는 형법에 따라 최고 징역 7년형을 받을 수 있는 중죄다. 하지만 한 달 넘게 변호사들이나 해당 로펌이 A씨 폭행 사실을 경찰에 신고하지 않은 데 대해 법조계 인사들은 "대형 고객인 재벌가 자제와 불미스러운 일로 얼굴을 붉힐 경우 기업자문 및 송무사건 수임이 끊길 수 있다고 걱정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로펌 경영진이 소속 변호사들의 피해에 대해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섰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폭행은 피해자 신고 없이도 경찰 인지로 수사할 수 있다. 다만 폭행은 반의사 불벌죄라 피해자가 가해자의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밝히면 가해자는 처벌을 면할 수 있다.

해당 대기업 관계자는 "처음 듣는 이야기"라며 "당사자에게 확인을 거칠 예정"이라고 말했다. 논란이 커지자 A씨는 이날 밤 "제가 많이 부족해서 생긴 일"이라며 사과의 뜻을 전했다. 그러면서 "당시 급히 (피해자들에게) 사과했으나 부족했음을 인정하고 다시 한번 깊이 반성한다"며 "그 자리에 있었던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재벌 2·3세들의 '갑질' 횡포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지난해 12월 D사 오너의 장남 장 모씨(34)가 술집에서 난동을 부린 사실이 알려져 공분을 샀다. 생일 케이크를 술집에 대신 사오게 한 뒤 거스름돈을 받는 과정에서 실랑이가 벌어졌고 이에 장씨는 진열장에 물컵을 던져 양주 5병을 깨는 등 소란을 피우다 경찰에 입건됐다.

H사 정 모 사장(47)은 최근 3년 동안 운전기사 61명을 주 56시간 이상 일하게 하면서 이들 중 한 명을 폭행한 혐의로 지난해 12월 약식기소됐다. 정 사장은 A4 용지 140여 장 분량의 매뉴얼을 만드는 등 운전기사들에게 비인격적 대우를 해온 사실이 알려져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소위 '다이아몬드 수저'에게는 흙수저뿐 아니라 금수저 역시 갑질의 대상이라는 것"이라며 "계층 구조가 더욱 공고해진 결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주희 이화여대 사회학과 교수는 "결국 자본권력을 가진 재벌이 자본주의 계급 구조의 최상위에 위치하고 있다는 방증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양연호 기자 / 류영욱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