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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난 참 괜찮은 사람` 믿음으로 자녀 키워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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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 자존감이 아이의 미래' 토크쇼로 찾아온 스타강사 김미경

매일경제

"'나는 참 괜찮은 사람이야'라고 스스로 말해주세요. 부모가 이런 자존감을 가지고 있을 때 자녀도 잘 키울 수 있습니다. 자존감을 키우지 못한 채 공부만 잘했던 부모들의 지적폭력이 아이들을 망치고 있습니다."

'스타 강사'라는 수식어를 늘 달고 다니던 김미경 씨. 그는 과거 가장 잘나가던 순간 논문 표절 의혹으로 곤두박질쳤다. 그리고 불행은 연이어 찾아왔다. '개인 김미경'이 가장 힘든 시간에 '엄마 김미경'으로도 고통스러운 순간이 온 것이다. 당시 그는 유난히도 힘든 사춘기를 겪는 아들을 지켜봐야 했다. 하지만 긴 시간 그는 '2인 3각' 달리기를 하듯 아들과 끝까지 함께 달렸다.

김씨는 이 경험으로 대중 앞에 다시 섰다. '부모의 자존감이 아이의 미래다-톡앤쇼 시즌3'로 2년 만에 찾아온 것이다. 그의 토크쇼는 현재 서울 강남구 대치동 KT&G상상마당 대치아트홀에서 진행 중이다. 또 그가 쓴 '엄마의 자존감 공부'는 나오자마자 서점가 베스트셀러 종합 1위를 차지하고 있다. 불행도 내 편으로 받아들인다는 그의 인생관답게, 고통의 시간이 또 다른 단단함을 만든 셈이다.

"자신감으로 가득 찬 채 살았지만 자식 문제는 늘 주저했습니다. 워킹맘으로 다른 엄마들처럼 하지 못한다는 죄책감 때문이었죠. 하지만 자존감을 가지도록 키운 아이는 결국 자기 인생을 끌어나가는 힘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어느 가정이든 다 두려워하는 자녀의 사춘기 시절이라지만 김씨의 집은 더 많이 아팠다. 논문 표절 의혹으로 김씨의 마음고생이 심했던 시절, 아들은 학교를 자퇴했다. 극심한 반항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PC방을 전전하며 새벽 3시에 들어오기 일쑤였다. 감정을 주체하지 못한 아들은 집안의 책과 그릇을 모조리 다 집어던지기도 했다. 김씨는 그런 아들을 안아주겠다는 마음 하나로 이를 맞으며 온몸으로 막아내기도 했다.

"어느 날 아들 방에서 라면 냄새를 맡는데 눈물이 났어요. 방에서 나오지 않는 모습이 안쓰러웠죠. 그후 아들이 새벽에 오면 한 상 가득 음식을 차려줬어요. 또 졸업식도 못 가는 처지라 제가 직접 졸업식을 열어줬어요. 친척들과 친구들을 초대했고 제 아들에게 줄 상장을 직접 만들었어요. 제 아들이 상을 받다가 펑펑 울더군요."

엄마가 포기하지 않은 아들은 이후 자신이 좋아하는 피아노를 다시 치겠다며 일본의 한 음대에 입학했다. 스스로 돈을 벌어보겠다고 떠난 아들이 일을 하면서 선택한 길이었다. 아들은 뒤늦게 시작한 피아노를 손이 부르트도록 연습했고 1학년을 마칠 무렵 음대 공연에서 피아노 연주를 맡았다. 통상 졸업을 앞둔 4학년에게 주는 자리였다.

최근 김씨는 아들에게 '서프라이즈 선물'도 받았다. '엄마는 내 인생 최고의 파트너'라며 끝까지 자신을 지켜준 엄마에게 감사의 편지와 함께 엄마를 위해 만든 곡을 함께 보낸 것이다. 김씨는 "돌이켜보면 자식을 바로 세울 수 있는 힘은 바로 자존감이었다"며 "자식이 지하 10층으로 떨어지는 상처를 받았을 때 부모는 지하 11층에서 받쳐주는 사람이 돼야 한다"고 말한다.

"강연을 하다 보면 눈물을 흘리는 엄마들을 많이 봅니다. 그만큼 아이 키우기 힘든 시대죠. 부모가 보상을 받으려는 마음으로 자식을 키우면 서로 상처투성이가 됩니다. 부모의 자존감이 중요한 이유죠."

최근 다이어트로도 화제를 모은 것과 관련해 김씨는 "중년의 우울감을 회복하는 데 매우 효과적이었다"며 "나잇살과 피로감이 쌓인 '미운 등살'이 내 몸을 챙긴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김씨는 백일 동안 하루도 거르지 않고 운동을 하면서 무려 10㎏ 가까이 살을 뺐다. 김씨는 이후 '예뻐진 등'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리면서 여성들로부터 찬사를 받았다.

내년이면 오십 중반이 되는 김씨가 늘 도전 스토리를 써나갈 수 있는 비결은 뭘까. 그는 "10년 후 하고 싶은 일을 오늘의 스케줄에 담으라"며 "나의 경우엔 패션과 영어로 또 다른 자신을 만들어가는 중"이라고 전했다. 그는 "언젠가는 '스타 강사 김미경'이 잊힐 것을 알기에 스스로가 멋지게 내려오는 방법을 찾아주려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를 위해 내년 봄에 '용기 있는 여성들'이라는 주제로 패션쇼를 연다. 미혼모들을 돕기 위해 만든 비영리 패션 브랜드 '리리킴'의 패션쇼로 미혼모와 그 자녀들이 함께 무대에 선다. 더 나이가 들면 인생의 절반을 해외에서 살면서 자신의 경험을 외국인들과 나누고 싶다는 김씨는 요즘 영어 '열공모드'다. 김씨는 "매일 영상 영어로 스피킹 연습을 하고 있다"며 "내 삶의 이야기를 더 많은 사람들과 나누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이윤재 기자 / 사진 = 김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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