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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롱패딩`에 꽂힌 패션업계…우후죽순 몰림 현상은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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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20일 서울 잠실롯데월드몰 평창올림픽 굿즈 판매관에는 오는 22일 입고 예정인 `평창 롱패딩` 판매를 위한 안내문이 설치돼있다. 안내문에는 입고 시간과 함께 순번을 발부해 판매하겠다는 공지가 적혀져 있다. [사진 = 김규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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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년보다 매서운 한파가 이어지면서 올겨울 '롱패딩'의 인기가 심상치 않다.

2018 평창 올림픽 기념으로 제작된 '평창 롱패딩'은 전국 품절은 물론 연일 실시간 검색어에 오르내리며 '돈 주고도 못사는 귀한 몸'이 됐다. 소량 재입고된 일부 매장에서는 손님들 간 다툼으로 경찰이 출동하는 일도 생겼다. 소비 위축으로 장기 침체기를 맞던 패션업계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현상이다.

20일 패션업계에 따르면 최근 한 달간 무릎 아래까지 덮는 긴 기장의 패딩을 출시한 곳만 50곳이 넘는다. '롱패딩 열풍'에 힘입어 업체마다 관련 제품을 쏟아내는 상황이다. 스포츠·아웃도어 브랜드외에도 제조ㆍ유통일괄(SPA) 브랜드와 골프웨어 브랜드까지 합세했다. 너나 할 것 없이 롱패딩 전면전에 뛰어들면서 '된다하면 앞만 보고 달려든다'던 업계의 고질병이 재발했다는 쓴소리도 나온다.

코오롱스포츠는 롱다운 제품의 초도 물량을 작년대비 8배 이상 늘렸다. 제품 수도 벤치다운, 안타티카 롱다운에 이어 야상스타일까지 범위를 넓혔다. 2013년 인기를 끌었던 '테라노바'를 롱패딩 제품으로 재탄생한 '뉴 테라노바 롱'을 출시하기도 했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의 빈폴아웃도어는 올해 롱패딩 생산량을 전년대비 20배 이상 확대했다. 품목과 색상도 추가해 소비자 선택의 폭을 넓혀 시장 수요를 선점하겠다는 복안이다.

휠라코리아 또한 올해 롱다운재킷 제품의 물량을 전년동기와 비교해 6배 확대생산하고 제품 가짓수 역시 2배로 확장했다. 이외에도 뉴발란스, 디스커버리, 르까프 등 대다수 업체에서 롱패딩 제품을 추가 생산하며 겨울 대목을 준비하고 있다.

패션업체들이 롱다운에 사활을 거는 이유는 불황 속에서 모처럼 시장 반응이 뜨겁게 나타나기 때문이다. 소비 침체 속에서 구매자가 먼저 나서 품절된 제품의 입고 시기를 문의하고 판매 유무를 알아보는 일이 흔하지 않다. 이들 관심이 몰리면서 매출도 덩달아 증가세다.

빈폴아웃도어의 롱패딩 매출이 지난달 말 기준으로 전년 대비 300% 이상 증가했다. 디스커버리 익스페디션은 지난 5일과 12일 각각 44억원, 56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지난해와 비교해 약 180% 이상 성장한 수치다. 본격적인 추위가 시작된 이달에 2주 주말 연속 일 매출 최고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다.

레드페이스는 여성 롱패딩을 출시한 이후 4주 연속 300%씩 판매량이 고공행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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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일각에서는 수많은 브랜드에서 비슷한 제품이 쏟아지면서 경쟁이 격화되는 것에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한때 청소년 사이에서 유행했던 '프리미엄 헤비다운'의 악몽이 재연될까 노심초사하는 분위기다. '등골 브레이커'(고가의 의류를 사주려면 부모의 등골이 휜다)는 신조어까지 만들어내며 큰 인기를 끌었던 헤비다운은 업체간 과열 경쟁으로 인해 급격히 인기가 수그러들었다. 수요예측에 실패한 재고량의 부담은 온전히 아웃도어 업체의 몫으로 돌아갔다. 재고 처리에 고심하던 업체들은 80~90%할인 대전을 펼치며 물량 소진에 골머리를 않은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겨울 시즌이 한 해 매출량이 30~40%를 담당하는 만큼 이번 롱패딩 열풍이 각 브랜드 마다 놓칠 수 없는 기회일 것"이라며 "다만 브랜드 색깔없이 천편일률적인 제품 생산으로 시장에 뛰어든다면 소비자 반응은 냉담하게 돌아설 것이라는 위험성도 있어 조심스러운 것은 사실"이라고 토로했다.

[디지털뉴스국 김규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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