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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시승기] 최고 시속 301㎞ 자랑…럭셔리 SUV의 끝판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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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틀리 '벤테이가'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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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가죽 장인이 '한 땀 한 땀' 만드는 것이 더 이상 트레이닝복만의 얘기는 아니다. 2t이 훌쩍 넘는 육중한 자동차를 만드는 데도 장인이 숨결과 땀을 불어넣는다. 계약 후 일주일 내 인도가 가능한 일반 양산차와 달리 주문 후 6개월의 시간이 소요된다. 차에 들어갈 가죽과 목재, 디자인의 디테일을 살리기 위한 기간이다. 럭셔리카의 대명사 벤틀리가 차량 아니 '작품'을 만드는 방식이다.

지난 4월 벤틀리는 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벤테이가를 국내에 들여오며 한국 시장 공략을 선언했다. 벤테이가는 럭셔리 브랜드 최초 SUV다. 한국인들이 좋아할 만한 옵션을 적용한 코리안 패키지도 선보였다. 지난 7일 벤테이가 코리안 옵션 차량을 타고 서울 청담동에서 강변북로를 지나 경기도 남양주 인근까지 약 60㎞ 구간을 달렸다.

외관은 세단의 세련됨과 SUV의 스포티함이 묘하게 조화를 이룬다. 아우디 Q7과 비슷한 크기임에도 불구하고 뒷면 길이가 긴 탓에 세단 느낌이 물씬 풍긴다. 벤틀리 브랜드 본연의 감성도 그대로 입혔다. 세단인 콘티넨탈 GT의 과감한 외장 라인과 근육질 보디를 도입했고, 전면부에 벤틀리의 상징과 같은 품격 있는 매트릭스 그릴도 그대로 차용했다. 벤틀리 관계자는 "세단이든 SUV든 관계없이 고유의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승을 위해 탑승하자마자 감동이 밀려온다. 차 문을 꽉 닫지 않은 채 살짝 얹어 놨더니 자동으로 문이 닫힌다. 벤틀리가 안전을 위해 자동 시스템을 도입한 것이다. 고급 호텔에서 도어맨의 케어를 받는 기분이다.

주행 성능은 단연 최고다. 액셀러레이터에 살짝 발을 올려놨을 뿐인데도 빠르게 반응한다. 시속 100㎞까지 도달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4초에 불과하다. 심지어 엔진 가속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운전자의 귀를 간지럽히는 기분 좋은 소리만이 맴돈다.

급가속과 급정거를 수시로 반복해도 몸이 부드럽게 고급 황소가죽에 안긴다. 살짝 과장하면 벤테이가 안에서는 관성조차 느끼기 힘들 정도다. 차 마니아들 사이에서는 벤테이가를 두고 '날으는 뚱땡이'라는 우스갯소리를 하곤 하는데 탑승해보니 이보다 적확한 설명은 찾기 힘들다. 육중한 무게가 날쌔게 달린다. 최고속도는 301㎞를 자랑한다. 세계에서 가장 빠른 SUV다.

이런 성능을 구현하는 것은 우수한 스펙 덕분이다. 6.0ℓ 트윈터보 엔진 W12를 탑재해 최고출력 608마력에 최대토크 91.8㎏·m를 발휘한다. 특히 트윈터보 엔진 W12 기통은 V엔진 12기통 두 개를 합친 것으로 콤팩트하고 부품 수가 적은 것이 특징이다.

외관과 주행 성능도 최고지만 백미는 실내다. 모든 것이 '진짜'다. 차량 내부에서 반짝거리는 건 모두 진짜 금속이고 가죽은 스칸디나비아 반도 북쪽에 서식하는 황소를 썼다. 나이테가 있는 모든 것은 진짜 원목이 사용됐다. 새 차에서 나는 진한 가죽 냄새도 없다. 가죽 하나에서도 세월의 깊이가 느껴진다. 특수 가죽 태닝 공법을 적용해 고유의 향기를 되살린 덕분이다. 가죽의 바느질 역시 수작업이다. 자동차 핸들의 바늘땀까지도 장인의 손길을 거친다. 생산시설인 영국 크루공장 장인들은 일정한 바느질 간격을 유지하기 위해 음식용 포크로 가죽에 표시해 바늘땀의 거리를 재기도 한다. 차량 시계는 1000만원 상당의 고급 브라이틀링이 장착돼 있다.

아날로그 감성도 살렸다. 에어컨 바람을 수동으로 조절하는 금속 스틱을 설치해 클래식한 느낌을 더했다. 뒷좌석은 독립식으로 구성돼 있어 4인만 탑승이 가능하다. 벤틀리 관계자는 "탑승자 전부가 벤틀리를 통해 최고의 경험을 누리게 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물론 고객이 원하면 5인승으로도 제작이 가능하다. 각각의 의자에는 안마 기능이 더해져 가을 햇살이 쏟아지는 오후에 운전자의 졸음 운전을 예방하기도 한다.

고성능 탓에 연비가 대폭 낮아진 점은 아쉬움을 남긴다. 국내 인증 연비는 신복합연비 기준 6.1㎞/ℓ로 5등급을 받았다. 도심과 고속도로 연비는 각각 5.2㎞/ℓ, 7.9㎞/ℓ를 기록했다. 물론 벤테이가를 모는 오너들에게 기름값은 큰 문제가 되진 않을 것이다. 시승기에서 부족한 부분을 찾고자 했지만 찾기 어려웠다. 가격이 유일한 흠이랄까. 차량가격은 3억4500만원.

[강영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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