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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스마트폰, 이젠 ‘친환경’으로 말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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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진짜 혁신은재활용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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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이 2007년 아이폰을 처음 내놓은 뒤 10년 동안 스마트폰은 일상생활을 획기적으로 바꿨을 뿐 아니라 환경에도 크게 영향을 끼쳤다. 스마트폰의 평균 교체주기는 전 세계적으로 약 2.7년이다. 미국과 한국이 26개월, 유럽은 24개월 정도다. 냉장고의 교체주기가 9년, 세탁기·에어컨이 8년 정도인 것과 큰 차이가 있다. 스마트폰 연간 판매량은 지난해 15억대를 넘어섰다. 연간 판매량의 78% 정도가 교체 수요로 추정된다. 버리는 스마트폰이 늘면서 환경부담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경향신문

■ ‘죽음의 시계’를 만드는 혁신

스마트폰은 알루미늄, 텅스텐, 코발트, 금 등 60여종의 광물을 유리, 플라스틱과 결합해 만든 것이다. 광물 채굴 과정에서 독성 화학물질을 이용해 환경이 오염된다. 콩고민주공화국과 같은 지역에서는 광물 거래 수입을 놓고 무력 분쟁이 일기도 한다.

광물 채굴과 제련, 메모리칩과 중앙처리장치 등 반도체 생산과정에서 엄청난 양의 에너지와 물이 사용된다.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에 따르면 아이폰이 첫선을 보인 2007년 이후 지난해까지 스마트폰 제조에 사용한 전력량은 968테라와트시(TWh)로 추정된다. 인도의 연간 전력 사용량과 비슷한 양이다. 부품과 완성품이 컨테이너선에 실려 세계 각지를 오갈 때도 막대한 이산화탄소와 미세먼지가 발생한다.

스마트폰 생산에 따른 자원·에너지 소비를 줄이려면 스마트폰을 오래 사용할 수 있도록 내구성을 키우거나 교체와 수리가 쉽게 만들어야 한다. 하지만 삼성·애플·LG 등 주요 제조사들은 배터리와 디스플레이를 일체형으로 만들고 있다. 프리미엄폰의 전후면을 모두 강화유리로 덮어 수리하기가 불가능하거나 까다롭다. 새 폰이 출시될 때마다 기능과 디자인 혁신을 강조하지만 이런 혁신들로 교체나 수리는 더 어려워졌다. 글로벌 사회적기업 ‘아이픽스잇(iFixit)’의 디렉터 마티아스 휘스켄에 따르면, 교체가 불가능한 배터리는 기기 수명을 결정하는 ‘죽음의 시계’가 된다.

전자업계는 이런 설계를 소비자들이 원하는 가치를 제공하려는 의무에 따른 것이라고 본다. 한 전자업계 관계자는 “소비자들이 예전보다 손에서 스마트폰을 더 놓지 못한다. 화장실에도 가져가고 심지어 샤워를 할 때도 영상을 보니 방수에 대한 요구가 많아지고 이를 위해 어쩔 수 없이 일체형 디자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자원 낭비 없애는 순환형 생산 방식으로

삼성전자는 4월부터 쓰던 전자제품을 반납하면 포인트나 상품권으로 보상하는 ‘스마트 체인지’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배터리 발화로 조기 단종된 갤럭시노트7의 부품과 광물을 재생·재활용한 것도 좋은 평가를 받았다. LG전자는 지난 9월 말 창원 1사업장을 친환경 스마트 공장으로 탈바꿈시키는 데 6000억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애플은 지난해 4월부터 중고 아이폰을 자동으로 분해해 재활용이 가능한 부품을 추출하는 로봇 ‘리암’을 만들어 사용 중이다. 유심칩이 담긴 작은 트레이부터 나사, 배터리, 카메라 등을 쉽게 분류해 재활용할 수 있다. 스마트폰을 분쇄기에 넣고 간 뒤 금속류만 분류하던 전통적인 재활용 방식에서 혁신을 이룬 것이다.

그러나 아직 갈 길이 멀다. 환경단체 그린피스는 제조사가 제품 생산부터 폐기에 이르는 전 단계에서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투명하게 밝히고, 생산단계에서 재생가능 에너지로 100% 전환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제품 회수 프로그램을 운영해 오염물질 없이 깨끗한 재활용이 가능하도록 하고 재활용 기술에 투자하는 등 생산자로서의 책임을 져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런 관점에 가장 앞선 기업은 네덜란드 스타트업 ‘페어폰’이다. 페어폰은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주석과 탄탈륨, 텅스텐, 금을 분쟁과 노동착취가 없는 공정거래로 확보했다. ‘페어폰2’는 디스플레이, 배터리, 카메라, 플래시 등 주요 부품을 모두 사용자가 손쉽게 분해해 교체할 수 있고 여러 광물을 재활용하기 쉬운 모듈 형태로 설계됐다. ‘세계 최초의 윤리적 스마트폰’으로 불리는 이유다.

스마트폰의 순환형 생산방식 구축은 미래 경쟁력으로 평가받는다. 지난 7월 유럽연합 의회는 전자제품 제조사가 제품을 쉽게 수리할 수 있고 오래 쓸 수 있도록 만들라는 권고안을 승인했다. 권고안에는 제조사들이 제품 수명을 의도적으로 짧게 만드는 이른바 ‘의도적 제품 수명 단축’을 제재하기 위한 평가 시스템의 도입이 포함됐다. 해당 권고안은 유럽연합 집행위원회의 표결을 거쳐 통과되면 법적 의무가 된다. 이 경우 제조사들이 유럽 시장에서 활동하려면 기존의 제품 설계와 생산 방식을 바꿔야만 한다.

이인성 그린피스 서울사무소 IT 캠페이너는 “유럽이 순환경제로 나아가면서 의도적으로 제품 수명을 단축시키는 행태를 대대적으로 제재하려는 정책 흐름이 만들어지고 있다”면서 “오래된 생산 모델을 고수하면 기업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주영재 기자 jy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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