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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이슈+] 댓글 은폐·여론조사비 대납…이병호의 혐의는 무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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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 前국정원장 재소환… ‘朴 상납 지시 여부’ 조사 / “여론조사 대납, 요청 받은 것” 진술 / 檢 “혐의 무거워” 영장 재청구 방침 / 현안 TF 배후 남재준 前원장 추정 / ‘댓글부대 운영’ 이종명 前차장 구속

검찰이 지난 17일 법원에서 구속영장이 기각된 이병호 전 국가정보원장을 석방 이틀 만에 다시 불러 조사하며 영장 재청구에 강한 의지를 내비쳤다.

검찰은 또 국정원이 2012년 대선 당시 박근혜 후보 당선을 위해 온라인 댓글 등 정치공작을 한 사실을 철저히 은폐해야 한다는 취지의 국정원 내부 보고서를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세계일보

청와대에 수십억 원대 특수활동비를 상납한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이병호 전 국정원장이 17일 오전 영장이 기각된 후 경기도 의왕 서울 구치소를 나서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부장검사 양석조)는 19일 이 전 원장을 재소환해 국정원 특수활동비 상납사건을 집중 추궁했다.

이 전 원장은 법원 영장심사 당시 “박근혜 전 대통령한테 직접 특활비 상납 지시를 받았다”고 진술했는데 이날 조사는 여기에 초점이 맞춰졌다.

검찰은 지난해 20대 총선 직전 청와대 정무수석실이 몰래 실시한 여론조사 비용 5억원을 국정원이 대납한 경위도 캐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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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전 원장은 조사에서 “당시 박 전 대통령이 청와대 예산 부족 등을 들어 특활비 제공을 요구했고 전임 원장들 시절부터 관행처럼 이어져 온 일로 여겨 받아들였다”는 취지의 답변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여론조사 비용 대납과 관련해서도 “(박 전 대통령으로부터) 청와대 예산으로는 집행할 수 없는 돈이니 부득이 국정원이 좀 처리해달라는 요청을 받고 그렇게 해준 것으로 기억한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박 전 대통령이 재임 중 상납받은 국정원 특활비 40억여원 중 26억원을 이 전 원장이 건넨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구속된) 남재준·이병기 전 원장에 비해 이병호 전 원장 혐의가 더 무겁다”고 밝혀 구속영장 재청구가 불가피함을 강조했다.

검찰은 구속한 남 전 원장을 상대로 2013년 검찰의 국정원 댓글 사건 수사 당시 압수수색에 대비해 가짜 사무실까지 만들 정도로 집요하게 수사를 방해하려 한 이유가 무엇인지 추궁할 방침이다.

이와 관련해 최근 검찰이 확보한 국정원의 ‘댓글 수사 대책’ 내부 보고서가 눈길을 끈다.

2013년 작성된 보고서에는 “이번 사건의 대처에 (박근혜)정권의 명운이 걸렸다”, “외부에 (댓글 공작의) 진상이 드러나면 국정원 역시 존폐 위기에 내몰릴 수 있다”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고 검찰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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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출석한 이병호 박근혜정부 때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를 청와대에 상납한 혐의 등으로 구속영장이 청구됐다가 기각된 이병호 전 국정원장이 19일 서울중앙지검에 재소환돼 굳은 표정으로 조사실로 향하고 있다.하상윤 기자


이는 국정원이 심리전단 요원은 물론 민간인까지 동원해 온라인 공간에 댓글을 다는 형태로 정치에 관여한 것이 명백한 불법임을 국정원 지휘부가 인식하고 있었음을 보여준다.

또 댓글 사건으로 부정선거 논란이 벌어질 경우 박근혜정부의 ‘정통성’에 치명상을 입을 수 있다고 우려한 것도 입증된다는 게 검찰 판단이다.

검찰은 2013년 검찰 특별수사팀의 국정원 수사를 방해할 목적에서 꾸려진 이른바 ‘현안 태스크포스(TF)’의 배후도 남 전 원장인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이명박(MB)정부 시절 국정원이 민간인들로 구성된 사이버 외곽팀, 이른바 ‘댓글부대’를 동원해 온라인 댓글 달기 등으로 광범위한 정치공작을 했다는 의혹 수사가 사실상 마무리됐다.

검찰은 이 사건에서 원세훈(구속) 전 국정원장, 민병주(〃) 전 국정원 심리전단장 등과 나란히 공범으로 지목된 이종명 전 국정원 3차장을 전날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국고손실 등 혐의로 구속수감했다. 이로써 MB정부 국정원의 댓글부대 공작을 주도한 핵심 관계자 3명이 모두 검찰에 구속됐다.

김태훈·김건호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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