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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9 (목)

中 금융부실 급제동…`1경7천조원` 자산관리시장 손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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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자산관리감독 강화 방안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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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시진핑 집권 2기를 맞아 1경7000조원에 달하는 자산관리 시장의 부실화를 막기 위한 개혁 방안을 내왔다. 중국 연간 국내총생산(GDP)보다 많은 규모로 성장한 자산관리 시장의 부실을 차단해 금융위기를 사전에 예방하기 위한 조치다. 이번 대책으로 중국 경제정책의 초점이 성장보다 안정에 있음이 확인됐다는 평가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과 은행감독위원회, 보험감독위원회, 증권감독위원회가 17일 '금융기구 자산관리 업무 지도의견'을 발표했다. 무려 1만자로 이뤄진 장문의 규제안에서 핵심은 중국에서 이재(理材)상품이라 부르는 신탁과 펀드를 포함한 금융자산의 투자 위험을 분명히 해 리스크를 차단하는 것이다. 중국에선 아직 이재상품 판매와 운영에 관한 관리 규정이 미비해 은행, 보험 등 금융기관은 물론 모바일 결제 애플리케이션과 유사 금융회사, 심지어 인터넷 쇼핑몰에서도 '원금 보장' '연리 4.5% 보장' 등과 같은 광고를 내걸고 이재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이들 상품은 분류상 신탁자산에 해당하기 때문에 만기 도래 시 손실이 발생하면 이를 반영해 정산해야 하지만, 대다수 금융회사들은 아랫돌을 빼 윗돌을 괴는 식으로 투자자들에 원금을 보장해왔다. 그러다 보니 투자자들은 모럴 해저드에 빠져 고위험·고수익 상품에 투자하고, 금융회사들은 자산관리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떠안지 않아야 할 리스크까지 떠안아 금융권 전체 시스템 리스크로 번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번에 금융감독당국이 마련한 규제에 따르면 자산관리 업무를 하는 금융회사들은 향후 해당 상품의 만기 도래 시 순자산가치에 따라 처분하도록 했다. 손실이 나면 투자자들이 떠안게 하고, 반대로 수익이 날 경우엔 금융회사의 관리비용을 제외하고 모두 투자자들에게 돌려주도록 한 것이다. 이에 따라 은행과 증권사 등은 향후 이재상품을 판매할 때 '원금 보장' '연리 ○% 보장'과 같은 광고를 낼 수 없고, 소비자들에게 투자 위험을 충분히 고지해야 한다. 아울러 사설 펀드와 같은 형태의 비금융기구는 이재상품 판매가 원천적으로 차단된다. 이번 규제안에는 레버리지 축소안도 담겼다. 고위험·고수익을 좇는 사모펀드에 대해 레버리지 비율을 140% 이하로 제한했다.

이 같은 내용의 규제안에 대해 인민일보 등 중국 주요 매체들은 "자산관리 분야에서 사상 최고 수위의 규제"라며 의미를 부여했다. 중국 당국이 그동안 산업적 측면의 성장을 우선시하다 자산관리업에 고강도 규제를 내놓은 것은 시장 규모가 너무 커져 리스크를 감당할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에 따르면 중국 내 은행, 보험, 증권 회사 등을 통한 이재상품 운영 규모는 지난해 기준 102조위안(약 1경7000조원)에 달한다. 올해부터 중국판 국민연금이라 할 수 있는 양로기금이 본격적으로 증시에 투자하기 시작해 3년 뒤에는 자산관리 시장 규모가 174조위안(약 2경9000조원)까지 성장할 것이라는 보고서도 나왔다. 덩치는 커졌지만 관리 규정이 미비함에 따라 소비자와 금융사 모두 리스크 관리에 소홀해 부실이 터질 수 있다는 경고가 끊이지 않았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도 지난달 당대회에서 집권 2기 경제정책에서 '금융위기 예방'을 강조한 바 있다. 이번에 발표된 규제안은 의견 수렴 과정을 거쳐 2019년 6월 30일부로 정식 시행된다.

한편 중국 정부는 금융위기 예방을 위한 감독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금융감독기구 통합을 추진하고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마카이 부총리가 주임을 맡아 국무원 산하에 설립된 금융안전발전위원회는 최근 첫 회의를 열고 업무 추진 방향 등을 논의했다. 사실상 단일 감독 체계 출범을 위한 첫발을 디딘 셈이다. 현재 중국의 금융감독 체계는 중앙은행인 인민은행과 은행·증권·보험감독관리위원회 등 3개 위원회가 금융시장 각 부문을 감독하는 '1행 3회' 체계로 이뤄져 있으나, 앞으로는 금융안전발전위원회의 총괄 감독 체제로 바뀌게 된다. 부채 급증으로 금융기관의 신용 위험이 갈수록 커지고 주식, 채권, 외환 등 시장 상호 간 연동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현재처럼 분산된 감독 체계보다 통합형 감독 체계가 금융위기 방지에 더 효율적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용어 설명

▶ 자산관리 : 금융회사가 소비자에게 위탁을 받아 자금을 운용하는 것을 말한다. 은행 정기예금과 보험처럼 만기 수령액이 확정된 상품과 달리 증권과 회사채, 부실 채권, 부동산 관련 채권 등 고위험 상품에 투자하기 때문에 수익률이 변하는 게 일반적이다.

[베이징 = 박만원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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