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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5 (수)

미국 정치권 강타한 성추행 스캔들...민주당 의원 공격한 트럼프는 역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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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추행 파문이 미국 정치권을 강타하고 있다. 할리우드 거물 제작자 하비 와인스타인의 성추행 파문으로 촉발된 성추행 고발운동인 ‘미투(MeToo)’ 캠페인이 정치권으로 확산되면서 공화당의 상원의원 보궐선거 후보, 민주당 현역 상원의원까지 파문에 휩싸였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공화당 후보 스캔들에는 침묵하면서 민주당 의원만 공격했다가 오히려 과거 자신의 각종 성 추문들을 들추며 역풍을 맞고 있다.

오는 12월12일 치러지는 앨라배마주 상원의원 보궐선거는 로이 무어 공화당 후보의 성추행 논란으로 혼란 상태다. 워싱턴포스트는 지난 9일(현지시간) 당시 14세였던 레이 코프먼 등 피해자들의 목소리를 빌어 무어가 앨라배마주 검사보 시절 14~18세 여성 청소년 4명을 성추행했다고 보도했다. 베벌리 영 넬슨이 지난 13일 기자회견을 열고 16세 당시 무어에게 성추행과 협박을 당했다고 고발하면서 피해자는 5명이 됐다.

논란이 커지자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는 지난 14일 무어 후보의 사퇴와 제프 세션스 법무장관 투입을 제안했다. 폴 라이언 하원의장도 전날 기자회견을 열고 “무어는 물러나야 한다”고 밝혔다. 실제 공화당 상원 전국위원회 자체 여론조사에서 무어 후보는 민주당 더그 존스 후보에 12%포인트나 뒤지는 상태다. 공화당으로선 전통적인 텃밭에서 상원의 소중한 한 석을 잃을 수도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무어 후보는 “하수구를 뒹굴고 있는 워싱턴의 엘리트들이 아니라 앨라배마의 선량한 사람들이 이번 선거를 결정할 것”이라며 사퇴를 거부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무어 후보의 성추행 스캔들과 관련해 대변인을 통해 “앨라배마주의 유권자가 무어의 운명을 결정해야 한다고 믿고 있다”고만 밝혔을 뿐 사퇴시켜야 한다는 공화당 지도부의 의견을 무시하고 있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의 장녀 이방카는 AP통신에서 “어린이들을 먹잇감으로 삼는 이들을 위한 특별한 자리가 지옥에 있다”며 “피해자의 주장을 의심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민주당도 스캔들에 말려들었다. 로스앤젤레스의 KABC 라디오 앵커인 리앤 트위든은 지난 16일 방송사 홈페이지에 올린 글에서 “민주당 소속 앨 프랭컨 상원의원이 11년 전인 2006년 나를 성추행했다”고 고발했다. 당시 코미디언이었던 프랭컨 의원이 크리스마스 계기 중동 파병 미군 대상 위문공연에서 자신을 성추행했다는 것이다. 그는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는 잠든 내 가슴에 두 손을 얹고 미소를 지으며 사진을 찍었다”면서 이 장면을 담은 사진도 공개했다. 프랭컨 의원은 성명을 통해 “기억이 잘 나지 않지만 리앤에게 진심으로 사과한다”며 “(기내 성추행은) 재미로 한 것이지만 그런 행동은 하지 말았어야 했다”고 말했다.

무어 후보 성추행 스캔들로 곤경에 빠진 공화당과 트럼프 대통령은 즉각 반격에 나섰다. 트럼프 대통령은 매코널 원내대표는 프랭컨 의원의 윤리위 회부를 촉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에서 프랭컨을 발음이 비슷한 소설 속 괴물 ‘프랑켄슈타인’에 빗대며 “‘앨 프랑켄슈타인’의 사진은 정말 나쁘다. 그녀가 잠들어 있는 사이 그의 손은 어디에 가 있었을까”라며 공격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프랭컨 의원 공격은 자신에게 돌아오는 부메랑이 됐다는 평가다. 지난 대선 당시 불거졌던 자신의 각종 성추행 의혹이 부상하는 계기가 됐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연예프로그램 진행자에게 저속한 표현을 동원하며 기혼 여성을 성추행한 경험을 자랑하는 녹음파일이 공개돼 곤욕을 치렀다. 이후 10여명의 여성들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성추행을 당했다고 잇따라 폭로했다.

CNN은 18일 “프랭컨 의원의 성추행 혐의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공격은 오히려 최소 12명 이상의 여성들로부터 제기된 자신의 성추행 의혹만 들추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꼬집었다. 공화당 당직자 출신인 앤드류 와인스타인은 의회 전문매체 더힐에서 “도덕적 분노가 고갈되면 트럼프 대통령은 항상 탱크에 연료를 공급하는 방법을 안다”면서 “그는 품위와 역설에 대한 감각이 없다”고 비판했다.

지난 17일 백악관 브리핑에서는 트럼프 대통령 본인의 성추행, 트럼프 대통령이 침묵하고 있는 무어 후보의 성추행, 프랭컨 의원의 성추행에 무슨 차이가 있느냐는 질문이 쏟아졌다. 새라 허커비 샌더스 대변인은 “트럼프 대통령 성추행 혐의와 프랭컨 상원의원 성추행 혐의의 차이가 뭐냐”는 질문에 “프랭컨 상원의원은 혐의를 인정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주장만 있을 뿐) 인정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워싱턴|박영환 특파원 yhpar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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