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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3 (월)

[연합시론] 불가피하게 연기된 수능, 최선을 다해 혼란 줄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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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16일 실시될 예정이던 2018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경북 포항에서 발생한 규모 5.4 지진의 여파로 일주일 연기됐다. 1994년 수능이 시작된 이래 지진 등 자연재해로 시험이 연기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수험생과 학부모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교육부는 수능 연기에 따른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수시모집과 정시모집 등 대학입시 주요 일정을 모두 일주일 연기하기로 했다. 박춘란 교육부 차관은 "수능 직후 진행할 예정이던 대학별 논술·면접 등 수시모집 일정을 일주일 연기하고, 정시 일정도 일주일 순연하되 추가모집 일정을 조정해 대학 입학과 학사일정에 차질이 없도록 대비하겠다"고 말했다. 또 학교별 안전진단을 해 수능 이틀 전인 21일까지 전국 수능 수험생에게 고사장을 다시 통보하기로 했다. 출제위원과 인쇄요원의 합숙 기간도 일주일 연장하고, 85개 시험지구별로 보관 중인 문답지에 대한 보안도 강화한다고 한다.

포항 지역에선 원래 수능일이던 이날도 규모 3.6의 지진 등 여진이 10여 차례 발생했고, 수능시험장 14곳 중 10곳은 건물 벽 균열 등으로 시험을 치를 여건이 되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험생 안전과 공평한 시험 환경 등을 고려할 때 이번 수능시험 연기는 불가피했던 것 같다. 교육부가 수시·정시모집과 대학별 논술·면접, 수시 합격자 발표 등 후속 일정을 일주일 연기하기로 한 것도 대학입시 일정 변경에 따른 혼란을 최소화하려는 것으로 이해된다. 하지만 수능 연기와 대입전형 일정 조정이 모두 급박하게 이뤄진 만큼 일정 부분 수험생들이 혼란을 겪는 것은 피하기 어려울 듯하다. 교육 당국은 수험생들의 혼란과 불이익이 최소화되도록 세심한 부분까지 배려할 필요가 있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나 한국전문대교육협의회 등과 긴밀히 소통해 다양한 의견을 듣는 것이 좋다. 변경된 일정을 제대로 숙지하지 못해 불이익을 당하는 수험생이 나오지 않도록 적극적인 홍보도 해야 할 것이다. 1992년 후기 대입 학력고사를 하루 앞두고 부천의 서울신학대학에서 문제지 일부를 도난당해 시험이 미뤄진 예가 있다. 이런 불상사가 재발하지 않도록 시험 문답지 보관 장소에 대한 경비도 대폭 강화해야 한다. 대학들도 갑작스러운 수능 연기에 당혹스럽겠지만, 교육부 방침에 적극 협조해야 한다. 특히 3월에 시작되는 대학 학사일정에 맞추기 위해 추가모집 전형 기간을 줄이고, 2월 27일에 추가등록을 마감하기로 했는데, 불이익을 받는 수험생이 나오지 않도록 잘 관리했으면 한다. 일선 학교들도 수능 연기에 따라 고3 학생들의 정신적 스트레스가 심한 만큼 교육지원청의 '위(Wee)센터' 상담 등을 활용해 수험생 정신건강에 신경을 썼으면 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통해 수험생과 학부모들을 위로한 뒤 "정부는 이후 입시 일정이 차질없이 진행될 수 있도록 철저히 점검하고 대비하겠다"고 약속했다. 정부는 철저한 시험관리를 통해 연기된 수능을 차질없이 치를 수 있도록 관계부처가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김상곤 교육부총리는 지진 피해가 발생한 포항 지역 학교들을 방문해 "조속한 피해복구를 위해 특별교부금을 지원하고 내진 보강사업을 빨리 마무리하고자 예산을 대폭 늘리겠다"고 밝혔다. 전국적으로 내진 기능을 갖춘 학교 건물이 전체의 23.1%로 주요 시설물 가운데 최하위 수준이라고 한다. 여야 지도부는 지진 현장에 출동해 이재민들을 위로하는 데 그치지 말고 국회 예산심사 과정에서 관련 예산을 증액하는 데 힘을 써주기 바란다. 차제에 수능을 미국의 대학입학자격시험(SAT)처럼 바꿔 여러 차례 시험을 볼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검토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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