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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9 (수)

원·달러 환율 폭락…韓 원화 '나홀로' 초강세 이유는(종합2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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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원·달러 환율 장중 최저치 1099.6원 폭락

종가 10.9원 내린 1101.4원…1년2개월來 최저

원화 강세 정도, 다른 통화와 비교해 수배 이상

원·엔 환율도 폭락…거의 2년來 가장 낮은 수준

외환당국 "원화강세 속도 너무 빨라…예의주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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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정남 김정현 기자] 원·달러 환율이 장중 1110원대가 깨졌다. 거의 1년2개월 만에 최저치로 폭락한(원화가치 폭등) 것이다.

이는 원화 초강세의 재료들이 갑자기 쏟아져 나온 상황에서 외환당국의 이렇다 할 개입도 없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미국 달러화 대비 원화 평가 절상의 폭도 주요국 통화들과 비교해 유독 두드러졌다.

◇장중 1100원대 깨진 환율

16일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일 종가 대비 10.9원 급락한 1101.4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는 지난해 9월30일(1101.3원) 이후 1년2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당초 연 저점(1111.9원)과 비교해도 10원 넘게 폭락한 것이다.

레벨 자체도 생소하지만 더 주목되는 건 낙폭이다. 이날 하락 폭은 지난 3월 16일(11.6원↓) 이후 최대를 기록했다. 최근 원화 가치가 오를대로 오른 와중에도 큰 폭으로 떨어진 것이다.

장중에는 1100원대도 깨졌다. 1099.6원까지 내렸다. 이 역시 지난해 9월30일(1097.8원) 이후 최저치다.

개장 전부터 환율 하락 압력이 클 것이라는 전망이 많긴 했다. 역외 시장부터 감지됐던 분위기다. 지난밤 유럽 시장에서 참가자들이 경제지표 호조에 유로화를 공격적으로 매수했고, 이에 미국 달러화 가치는 급락했다. 최근 트럼프노믹스의 핵심인 세제개편안 처리가 불투명하다는 관측에 약(弱)달러가 이어졌다. 지난밤 뉴욕 차액결제선물환(NDF) 시장에서 원·달러 1개월물은 장중 연 최저인 1104원대까지 폭락했다.

여기에 이날 새벽 한국과 캐나다간 통화스와프 체결 소식까지 전해지면서, 원화 초강세에 기름을 부었다.

사실상 기축통화국인 캐나다와 무기한 무제한 통화스와프를 체결한 자체가 원화 펀더멘털(기초체력)에 우호적이라는 인식 때문이다. 아니나 다를까, 원·달러 환율은 5.8원 하락한 1106.5원에 출발했다. 개장과 동시에 연 저점을 깼다.

북한 리스크가 완화한 것도 원화 강세 요인으로 작용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대발표’를 하면서도,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달러화가 전반적으로 약세를 보이는 가운데 원화의 절상 폭이 특히 컸던 것은 북한 리스크 완화라는 변수 때문”이라고 전했다.

이날 외국인 자금도 대거 유입됐다. 외국인은 2877억원어치 주식을 사들이며 6거래일 만에 매수세를 보였다.

그런데 1100원 초중반대에서 횡보하던 환율은 폐장을 1시간 가까이 남기고 갑자기 낙폭을 더 키웠다. 장 막판 1100원도 하회했다. 외환당국의 뚜렷한 개입이 보이지 않자, 시장 참가자들이 달러화를 더 내다판 것이다.

하건형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원·달러 환율 하방 압력이 강한 상황에서도 당국의 개입 가능성을 두고 긴장하고 있었지만, 장 마감 직전까지 뚜렷한 개입이 없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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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화 강세 속도 예의주시”

원화 가치의 상승 정도는 다른 통화들과 비교해도 월등했다.

한은에 따르면 이날 장 마감께 미국 달러화 대비 원화의 가치는 전날 종가 대비 0.98% 평가 절상됐다. 같은 기간 유로화와 엔화, 싱가포르달러는 달러화 대비 각각 0.16%, 0.51%, 0.14% 올랐다. 원화 가치의 절상 정도가 다른 주요국들과 비교해 많게는 수배 이상이었다는 의미다.

달러화뿐만 아니다. 원·엔 환율도 급격히 내렸다. 장 마감께 재정환율인 원·엔 환율은 100엔당 975.43원에 거래됐다.

이는 2015년 12월 30일(974.08원) 이후 거의 2년 만에 가장 낮다.

외환당국은 그 어느 때보다 긴장하며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당국 한 관계자는 “환율이 많이 하락했지만, 통화스와프가 평상시에 자금이 들어오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향후 하락 폭은 제한될 것으로 본다”면서도 “원화 강세 속도가 너무 빨라 주의깊게 보고 있다”고 말했다.

또다른 당국 인사는 “원화 강세를 추세적으로 끌고 갈 만한 강한 재료는 잘 보이지 않는다”면서도 “상황을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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