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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3 (월)

한국 통신망 무임승차… 유튜브·페북은 '김선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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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작년 734억, 아프리카TV도 100억원 내는데…
유튜브, 동영상 압도적 1위에도
망 사용료는 거의 공짜 수준
국내기업 "역차별" 성명서까지…
정부선 "조사하겠다"더니
수개월째 통상압력 걱정에 미적
조선일보

한 사용자가 태블릿PC로 구글의 동영상 서비스 유튜브 앱에 접속해 영상을 찾아보고 있다. 국내 통신망 사용료를 구글·페이스북과 같은 글로벌 인터넷 기업들이 사실상 내지 않는다는 '무임승차' 논란이 일면서 이를 정부가 바로잡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블룸버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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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인터넷 공룡 기업들이 국내 통신망(網)을 헐값에 쓴다는 '무임(無賃)승차'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지난 국감에서 네이버 이해진 창업자가 "구글·페이스북이 망 사용료를 안 낸다"고 직격탄을 날린 데 이어 네이버 한성숙 대표도 "네이버는 망 사용료로 지난해 734억원을 냈는데 구글은 얼마나 냈는지 공개하라"며 논란에 불을 지핀 것이다. 지난 14일에는 국내 120여 스타트업(초기 벤처기업) 모임인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이 "국내 시장에서 글로벌 IT 기업들은 법적 의무와 규제를 피하는데, 국내 기업에만 이런 부담이 적용되는 것은 역차별"이라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이런 비판 여론에 정부는 최근 페이스북 아일랜드 법인의 임원을 불러 조사하고, 정부 내 '역차별 해소 태스크포스팀'을 만들어 대응에 나선 상황이다. 하지만 정부가 조사에 착수한 지 3~4개월이 지났지만 아직은 뾰족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유튜브·페이스북, 한국에서 '무임승차' 논란

통신망에 부담을 주는 동영상 서비스 점유율에서는 글로벌 IT 기업들의 점유율이 절대적이다. 예컨대 유튜브의 국내 동영상 점유율은 72.8%로, 네이버 동영상(2.7%)의 27배에 달한다. 동영상 전문 업체인 아프리카TV는 1% 안팎이다. 하지만 네이버는 작년에 700억원대 망 사용료를 썼고, 아프리카TV도 100억원대를 지불한 반면, 유튜브를 운영하는 구글과 페이스북 등 외국 인터넷 기업들은 강력한 콘텐츠를 내세워 망 사용료를 거의 내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튜브·페이스북은 정확한 내역을 공개조차 하지 않고 있다. 구글·페이스북 한국 지사는 "한국 통신업체와의 통신망 사용 계약은 본사가 담당하며 지사는 관여하지 않는다"며 "한국 내 망 사용료 액수는 공개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내 통신업계에서는 "유튜브가 한국에 서비스를 했던 초창기인 2011년 협상의 첫 단추를 잘못 끼웠다"는 말이 나온다. 당시 국내 통신업체들은 유튜브 사용자들이 급증하자 자사 이용자들이 유튜브 접속을 편하게 하기 위해 경쟁적으로 유튜브 측과 통신망 사용 계약을 맺었다. 이후 구글 유튜브와 페이스북은 국내에서 각각 스마트폰 사용 시간과 앱 사용 시간에서 1위에 올랐고, 연간 3000억~4000억원 정도의 광고 수익을 올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SK브로드밴드 관계자는 "이제라도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아야 한다"며 "글로벌 인터넷 기업에 계속 끌려다니다가는 앞으로 넷플릭스 등 모든 외국 기업들이 전례를 들먹이면서 공짜 망 사용을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나서 역차별 바로잡아야"

이런 상황 속에서 글로벌 IT 기업과 국내 기업 간 역차별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국회 과학기술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오세정 의원(국민의당)은 "차별적 거래를 금지하는 전기통신사업법을 적극적으로 해석해 정부가 역차별 규제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코리아스타트업포럼 관계자는 "법과 규제가 국내 기업에 차별적으로 적용되는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국내 기업들은 불공정한 경쟁 환경에 내몰리고 있다"며 "정부가 나서지 않고서도 풀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프랑스의 경우 프랑스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 2011년 자국 통신업체와 구글 간의 망 사용료 분쟁에 적극 개입했다. 구글이 반발하면서 법정 소송까지 벌였지만 결국 2015년부터 프랑스텔레콤은 구글로부터 망 사용료를 받고 있다.

정부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방송통신위원회, 기획재정부, 국세청, 금융위원회 등 관련 부처가 대거 참여하는 범정부 태스크포스를 출범시켰지만, 국내 기업 역차별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과거에도 구글의 세금 회피 문제를 정부가 검토한 적이 있지만, 이때마다 미국과의 통상 마찰에 대한 우려 탓에 제대로 대응책이 나오지 못했다. 국내 인터넷 기업 관계자는 "4개월 동안 역차별 문제를 제기한 당사자인 국내 기업들은 딱 한 번 불렀다"면서 "정부가 여론에 떠밀려 역차별을 조사하겠다고 하지만 미국의 통상 압력을 걱정하며 지지부진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기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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