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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시민, 동성결혼 합법화 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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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 투표 62% 찬성

한국일보

15일 오스트레일리아 시드니 프린스리젠트공원에 모인 동성결혼 지지자들이 투표 결과 발표 직후 손을 흔들어 축하하고 있다. 시드니=EPA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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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성결혼을 합법화할 것인지를 놓고 진행한 오스트레일리아 국민 자발 우편조사 결과 찬성이 61.6%, 반대가 38.4%로 나타났다. 이로서 호주는 동성결혼 합법화에 유리한 여건을 마련했다.

15일 호주 통계청의 발표에 따르면 투표에 참여 가능한 인원 중 79.5%에 이르는 약 1,270만명이 투표에 참여한 가운데, 781만7,247명이 찬성, 487만3,987명이 반대에 투표했다. 전체 150개 선거구 중 133개 선거구에서 찬성이 우위를 보였다.

특히 대의제 선거도 아닌 단순 의제를 놓고 벌인 투표인데다 투표에 불참하면 벌금이 있는 것도 아닌 완전 자율 투표에서 80%에 육박하는 높은 참여율은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맬컴 턴불 호주 총리는 투표 결과 발표 직후 “자발적인 투표에 80%가 참여했고 61.6%가 찬성했다. 압도적인 참여, 압도적인 찬성”이라며 “전례 없는 민주주의 실천”이라고 평가했다.

여론 조사가 지속적으로 찬성 우위로 나타나면서 이번 투표 결과는 어느 정도 예견됐지만 찬성 진영은 가슴을 쓸어 내렸다. 거리에 몰려 나온 동성결혼 지지자들은 축제를 열었다. 평등 캠페인을 주도했던 알렉스 그린위치 뉴사우스웨일스주 주의회의원은 성명에서 “호주에서 공정과 평등이 승리했고, 우리는 모두 자부심을 느낀다”고 밝혔다. 찬성 진영의 강력한 지지자였던 수영 영웅 이언 소프는 자신의 트위터에 “호주여, 고맙다”는 메시지를 남겼다. 반면 ‘샤이 보수’표의 결집을 꿈꿨던 반대 진영은 침묵했다.

주민투표 결과가 찬성 우위로 나왔지만 이 결과 자체는 법적 구속력이 없다. 현재 연방의회는 집권 자유당 주도로 동성결혼을 허용하는 입법안을 마련하고 있으며, 이 법안이 의회를 통과해야 동성결혼이 합법화된다. 일단 투표 결과가 압도적인 찬성 결과가 나오면서 호주에서 동성결혼 입법의 일차 관문은 넘은 셈이다. 현지 ABC방송 조사 결과에 따르면 하원의 72%, 상원의 69%가 투표 결과가 찬성으로 나올 경우 동성결혼 합법화에 찬성하겠다는 의사를 밝혀 놓은 상태다.

다만 입법 과정에는 다소 진통이 예상된다. 현재 의회에는 딘 스미스 자유당 상원의원이 내놓은 동성결혼 허용 등을 포함한 초당파 법안과, 같은 당의 제임스 패터슨 상원의원이 내놓은 보수적인 법안이 검토를 앞두고 있다. 턴불 총리를 비롯해 자유당 중도 진영과 진보야당인 노동당ㆍ녹색당 등이 스미스 의원의 법안을 지지한다.

반면 패터슨 의원의 법안은 동성결혼을 인정하기는 하지만 예식장 등 결혼 관련 업체가 동성결혼을 위한 서비스 제공을 거부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고 있어, 동성결혼 반대 진영의 지지를 받을 가능성이 높다. 보수연합 파트너 국민당의 조지 크리스텐슨 하원의원은 “패터슨 법안을 지지하고 그 외에는 기권할 것”이라고 입장을 정리했다. 두 법안이 경쟁할 경우 보수연합이 둘로 나뉠 가능성도 있다.

호주는 존 하워드 전 총리가 집권했던 지난 2004년 결혼법을 고치면서 결혼을 남성과 여성의 결합으로 규정, 동성결혼을 불법화했다. 이후 미국ㆍ영국 등이 동성결혼을 합법화하고, 2015년 아일랜드에서 동성결혼 국민투표가 통과되자 고무된 동성결혼 지지 진영이 개정 입법을 요구해 왔다. 2015년 9월 집권한 턴불 총리는 국민투표를 통한 정당성 확보에 주력, 통상 입법으로 개정하자는 노동당ㆍ녹색당 등 진보 야당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올해 8월 ‘우편 투표’ 형태로 민의를 물었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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