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개 병원 12주 임상 2상 결과
성 기능 장애·어지럼증 없이
전립샘 크기 절반으로 줄어
인터뷰│동국대경주병원 비뇨기과 이경섭 교수
이경섭 교수는 ’내년 초부터 전국 30개 병원에서 임상 3상을 해 GV1001의 더 명확한 의학적 근거를 마련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프리랜서 조혜원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Q : GV1001은 어떤 물질인가.
A : “GV1001은 원래 면역항암제로 개발된 물질이다. 국내에서는 2014년부터 특정 췌장암 환자를 대상으로 사용하고 있다. 면역항암제 개발 당시 동물실험에서 정낭을 포함한 전립샘 크기가 줄었다는 결과에 주목했다. 전립샘비대증 치료제로서의 가능성을 봤고, 2015년 임상을 시작했다.”
Q : 임상 연구 과정은.
A : “지난해 말까지 우리 병원과 분당서울대병원, 세브란스병원 등 총 8개 병원에서 임상 연구를 진행했다. 161명의 전립샘비대증 환자를 한 그룹은 대조군, 나머지 세 그룹은 치료군으로 나눈 뒤 치료 그룹의 환자에게 각각 GV1001 0.4㎎을 2주마다, 0.56㎎을 2주 혹은 4주마다 투여했다.”
Q : 결과는 어땠나.
A : “전립샘비대증 진단 기준으로 삼는 척도를 ‘국제 전립샘 증상 점수(IPSS)’라고 부른다. GV1001을 투여한 모든 그룹에서 IPSS 점수가 기존 치료제보다 큰 폭으로 개선됐다. 전립샘 크기도 작아졌다. 가장 효과가 컸던 그룹은 0.4㎎씩 2주 간격으로 투여한 그룹이다. 12주 만에 전립샘이 절반 크기로 줄었다. 기존 치료제를 6개월 복용했을 때 약 30% 감소하는 것과 비교하면 획기적이다.”
Q : 전립샘비대증의 치료 동향은.
A : “전립샘비대증은 국내 환자 수만 116만 명이 넘는다. 50대 남성의 20%, 60대의 40%, 70대의 50%가 전립샘비대증 증상을 호소한다. 치료법은 약물과 수술 두 가지다. 약물로는 전립샘의 크기를 줄이는 ‘5알파환원효소 억제제’와 방광 경부의 근육을 풀어 소변이 잘 나오게 하는 ‘알파차단제’를 함께 쓴다. 약이 잘 듣지 않거나 감염이 잦은 경우엔 레이저로 전립샘을 깎아 크기를 줄이는 수술을 한다.”
Q : 기존 치료에서 어려움은.
A : “5알파환원효소 억제제는 성욕을 감퇴시키고 발기부전 같은 성 기능 장애를 일으킬 수 있다. 성생활이 활발한 환자에겐 부작용이 크게 느껴질 것이다. 알파차단제는 혈관을 확장시키면서 혈압을 낮춰 심한 경우 졸도할 수 있다. 종종 복약을 잊기도 하고, 환자들이 늘 질환에 대해 생각하고 있어야 한다는 부담이 있었다.”
Q : GV1001의 또 다른 차별점은.
A : “효과가 좋은 데다 성 기능 장애나 어지럼증 같은 부작용이 없었다. 기존 치료제와 비교해 효과는 높거나 비슷한 데 부작용은 거의 없는 셈이다. 투여 방법도 간단하다. GV1001 0.4㎎을 2주에 한 번 배꼽 아래 피하주사로 투여한다.”
Q : 어떤 원리로 효과가 나타나나.
A : “우선 GV1001이 생식샘자극호르몬방출호르몬(GnRH)의 수용체에 달라붙어 성호르몬이 방출되는 것을 막는다. 성호르몬을 조절해 전립샘비대증을 치료한다. 또 기존 치료제인 5알파환원효소 억제제 같은 역할을 한다. 5알파환원효소 억제제는 전립샘비대증을 일으키는 디하이드로테스토스테론(DHT)이라는 호르몬의 생성을 막아 전립샘 크기를 줄인다.”
Q : 임상에서 우려되는 점은 없었나.
A : “환자가 주사에 거부감을 느낄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미세한 바늘을 이용해서인지 불편함을 호소하는 환자는 없었다. 항암제를 치료제로 쓰는 것에 대한 불안감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GV1001은 일반 항암제와 달리 면역 반응을 이용한다. 이미 우리 몸에 있는 성분이라 독성에 대해 걱정할 필요가 없다.”
Q : 앞으로 임상 계획은.
A : “임상 2상에서의 좋은 결과를 바탕으로 3상은 약 30개 병원에서 진행할 예정이다. 이후 글로벌 3상도 계획 중이다. 내년 상반기에 임상 3상을 시작하면 2019년 하반기까지 마치게 된다. 가장 효율적인 약물의 양과 투여 빈도 등 임상 적용을 위한 과학적 근거를 체계적으로 마련할 것이다.”
Q : 치료제로서 GV1001의 앞으로 과제는.
A : “전립샘비대증 치료제로서의 효과는 입증했다. 목표는 환자의 투약 편의성을 높이는 방법을 찾는 것이다. 가령 당뇨 환자가 스스로 인슐린 주사를 놓는 것처럼 전립샘비대증 환자가 2주에 한 번 자가 주사해 치료하도록 돕는 것이다. 물론 약물의 보관 방법이나 투약 교육 같은 안전성 문제를 먼저 따져봐야 한다.”
윤혜연 기자 yoon.hyeyeon@joongang.co.kr
▶모바일에서 만나는 중앙일보 [페이스북] [카카오 플러스친구] [모바일웹]
ⓒ중앙일보(http://joongang.co.kr) and JTBC Content Hub Co., Lt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