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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1 (금)

노후가 두려운 싱글, 당신의 생존 비책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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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가구 중 28%…대세 된 1인 가구

싱글족 노후 어떻게 대비해야 할까

『혼자 사는데 돈이라도 있어야지』

중앙일보

1인 가구는 사회적 다수이자 소수다. 사회 정책의 사각지대에 놓인 1인 가구는 스스로 자신의 노후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때가 됐다.[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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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혼족? 싱글? 어떤 용어로 불러도 관계없다. 이제 혼자 사는 가구, 다시 말해 1인 가구는 대한민국에서 엄연한 대세가 됐다. 2016년 한국의 1인 가구는 540만 가구로 한국 전체 가구 형태 중 가장 큰 비중(27.9%)을 차지했다. 지금 나 혼자 살고, 또 앞으로도 별다른 사건이 없다면 여전히 혼자 살 사람들이 부부와 자녀로 구성된 가구를 제치고 우리나라 표준이 됐다는 얘기다.

하지만 여전히 사회는 부부와 가족을 중심으로 흘러간다. 혼자 밥을 먹거나 혼자 술잔을 기울이는 사람이 늘어나도 이런 혼밥족·혼술족이 눈치 보지 않고 편하게 테이블을 점유할 수 있는 식당은 많지 않다. 혼자 살 만한 소형 주택은 수요가 부족한 데 중대형 아파트는 미분양 걱정을 할만큼 넘쳐난다. 우리 사회의 인구 정책이 혼인관계를 우선 상정해 두고 저출산 타개에만 초점을 맞췄기에 벌어진 일들이다.

여전히 결혼은 특별한 하자가 없는 한 꼭 해야 하는 것이며 일단 결혼을 했다면 생물학적 이상이 없는 한 아이는 낳아야 하는 것이라는 통념이 변치 않는 이상 싱글족은 아무리 다수여도 이 사회에서 영원히 소수로 남을 거다. 아무도 나의 노후를 돌봐주지 않고, 사회적으로도 보호받지 못한 채 복지 정책의 사각지대에 놓일 확률도 크다는 의미다.

아직은 젊기에 그런 이슈는 전혀 신경도 안 쓰인다고? 그럴 수 있다. 결혼 계획 없고, 월급은 들어오는 족족 모조리 소비하며 사는 나 역시 그랬다. 본격적으로 ‘싱글의 노후’에 대해 다룬 책 『혼자 사는데 돈이라도 있어야지』를 보기 전까지는 말이다.

중앙일보

혼자 사는데 돈이라도 있어야지 표지


이 책은 재테크의 ‘ㅈ’도 모르는 이들에게 묵직한 ‘팩트 폭력’부터 자행한다. 은퇴 이후 월 생활비가 최소 195만원, 간간이 여행을 떠나려면 월 319만원이 들어가는데, 정작 당신은 어떤 준비를 하고 있냐고 묻는다. 나의 노후는 누구도 책임져줄 수 없으니 저자의 질문이 무겁고 무섭다. 생각하기 싫다. 그리하여 나는 이 책의 장르를 재테크가 아니라 호러로 규정해버렸다.

하지만 ‘이번 생은 글렀어’하고 책장을 덮어버리기엔 찜찜했다. 아직 30대인 내게 40대, 그리고 50대, 아니 더 이상 일을 할 수 없게 될 그날 역시 언젠가 반드시 찾아올 것이기 때문에. 저자는 일단 자신의 경험부터 풀어낸다. 월세 방부터 시작해 내 명의로 된 ‘내집’ 마련에 성공하고, 돈 모으는 재미에 빠지게 된 일화를 들려준다.

그 이후에는 도대체 미래에 대한 준비를 어떻게 시작해야 하는지 가이드라인을 제시한다. 가계부 쓰는 법, 체크카드와 신용카드 사용법 등 기초 정보서부터 한 채에 2000만원을 남기는 부동산 투자 법, 연금과 보험 상품을 고르는 법까지 소상히 알려준다. 앞으로 혼자 살 계획이라면 친구를 많이 사귀고 주치의를 꼭 두라는 따뜻한 조언도 아끼지 않는다. 내가 생각지 않았던 미래를 앞서 고민해 준 선배 싱글녀의 ‘영혼을 위한 닭고기 스프’가 아니라 ‘닭고기 스프를 늙어서도 사먹기 위한’ 재테크 에세이집이라고 이 책을 재규정해본다. 중앙일보 스타일 담당 기자인 작가가 이 책을 집필하던 중에 결혼에 성공해버렸다는 건 비밀 아닌 비밀이다.

어찌됐든 저자의 위로에 힘입어 재테크 문맹이었던 나는 오늘 연금저축과 연금보험을 기웃거린다. 혼자 사려면, 돈이라도 있어야하므로.

양보라 기자 bor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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