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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1 (금)

[사설] 한미FTA 공청회서 달걀 던지며 판 엎은 농축산단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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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통상자원부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과 관련해 지난 10일 마련했던 공청회가 농축산단체의 반발로 파행을 맞았다. 축산단체협의회 관계자들은 공청회에 앞서 한미 FTA 폐기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가졌다. 그런데 정작 공청회 시작 후 대외경제연구원의 경제적 타당성 검토 보고 때 한미 FTA가 상호 호혜적이었다는 설명을 하자 달걀을 던지며 격하게 항의하고 나선 것이다. 자기들 산업 규모는 반 토막 났다며 피해 산업에 대한 분석을 제대로 해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이런 의견이라면 토론회에서 얼마든지 발언할 기회를 얻을 수 있었을 텐데 물리력으로 판을 엎어버렸으니 이런 비이성적 행동이 어디 있단 말인가.

한미 FTA에서 우리는 쌀을 비롯한 민감 품목을 양허 대상에서 제외했고 고추, 마늘, 양파 등 118개 품목에는 15년 이상에 걸쳐 관세를 단계적으로 철폐하기로 했다. 미국은 벌써 이 같은 농산물 관세를 당장 없애달라고 요구했다는데 우리 정부는 농업 추가 개방은 없다며 사수에 배수진을 치고 있다. 하지만 농업을 사수하려다 다른 분야에서 더 큰 것을 내주는 결과를 맞는다면 전체 국가 경제 차원에서 바람직하지는 않을 것이다. 미국의 분야별 추가 개방 요구에 어떻게 전략적으로 대응할지 촘촘한 시나리오를 마련해야 한다.

현행 통상절차법에는 한미 FTA 개정 협상을 시작하려면 공청회와 경제적 타당성 검토, 통상조약체결계획 수립, 국회 보고, 대외경제장관회의 등을 거쳐야 한다. 산업부는 이날 파행으로 끝났지만 20여 분 진행했던 공청회와 내부의 검토 의견 등을 반영해 필요한 절차를 밟겠다고 한다. 2012년 2월 한중 FTA 개시를 위한 공청회 때도 농민단체 반발로 파행을 겪었지만 공청회를 마무리한 것으로 간주하고 다음 단계로 넘어간 바 있는데 같은 장면이 반복된 것이라 편하지 않다. 농민단체의 반발도 반발이지만 정부가 행여라도 공청회를 요식행위로 간주하고 있는 것이라면 안 될 일이다.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충분히 듣고 때에 따라서는 이를 협상 테이블에서 줄다리기에 활용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본다. 산업부는 농림축산식품부와 공동으로 축산업계를 불러 이른 시일 내에 별도 간담회를 갖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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