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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1 (토)

[시가 있는 월요일] 방은 사람을 닮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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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오래된 방은 헐릴 거네

내일이면

나무 기둥과 구들장은 들리고

아무것도 없는 길 위에

잊힌 사람들의 꿈과 슬픔이 흐려지네

잊힐 엄마의 이야기도

시냇물같이 흘러 내게 오네

잊히기 전에

엄마가 남긴 말과 기억을 담아

푸른 저녁 한 장의 시로 남겨둘 때

-신현림 <오래된 엄마의 방> 中

한 사람이 쓰던 방에는 그 사람의 모든 것이 묻어 있다. 방이 하나 사라진다는 것은 그 사람의 한 시절이 사라지는 것이기도 하다.

어머니가 쓰던 방이 헐린다는 건, 어머니의 이야기도 함께 시냇물처럼 흘러가버린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시인은 내일이면 헐리는 어머니의 방과 추억들을 생각한다. 그리고 시를 쓰기 시작한다. 어머니가 남긴 말과 기억을 잊지 않기 위해 푸르디 푸른 시를 쓰는 것이다.

어머니의 방에는 어머니가 묻어 있다. 당연하다. 방은 그 방을 쓰는 사람을 닮아가니까.

[허연 문화전문기자·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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