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세대가 60% 찬성 육박…폐지 의견은 2009년의 '반토박'
“사형이 범죄예방 효과가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그렇지만 남의 목숨을 빼앗는 범죄자들에게 ‘사람을 죽이면 (너도) 죽는다’는 본보기를 보여 줘야한다고 생각해요. 인간이길 포기한 사람의 인권을 존중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30대 직장인 A씨)
자신의 일가족을 잔혹하게 살해한 뒤 해외로 도피한 ‘용인 일가족 살인사건’, 중학생 딸의 친구를 납치해 성추행한 뒤 살해한 ‘어금니 아빠’ 이영학 사건 등 최근 강력 범죄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사형제 부활 논란이 다시 뜨겁다. 사형제를 통해 흉악범죄를 예방하고, 피해자의 억울함을 풀어주자는 주장과 사형이 형벌의 궁극적 목적인 예방과 교화에 기여하지 못한다며 반대하는 의견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12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따르면, 지난 9월 시작된 ‘조두순 출소’에 반대하는 국민청원 참여자는 47만명을 돌파했다. 조두순은 2008년 8세 여자아이를 잔인하게 성폭행해 장기파손 등의 영구상해를 입혀 징역 12년을 선고받았다. 청원 참여자들은 조두순의 무기징역이나 사형을 청원하면서 ‘흉악범죄, 연쇄살인 등을 막기 위해서는 사형제를 부활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최근 여론조사기관인 리얼미터가 전국 19세 이상 성인남녀 51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도 사형제 부활 의견이 52.8%로 과반을 차지했다. 특히 20대(62.6%)와 30대(59.5%), 60대 이상(53.5%)에서 사형집행에 찬성한다는 응답이 60%를 넘나들었다. 사형제를 폐지하자는 의견은 9.6%로 나타났는데, 이는 같은 주제로 여론조사를 실시한 2009년(21.5%)보다 절반 이상 감소한 수치다.
국내에선 강력범죄가 발생할 때마다 사형제를 부활하라는 여론이 꾸준히 제기됐다. 2004년 유영철 연쇄살인사건(사형선고·미집행), 2008년 조두순 사건(징역 12년), 2009년 강호순 연쇄살인 사건(사형선고·미집행), 2010년 김길태 사건(무기징역), 2012년 발생한 오원춘 토막살인사건 등(무기징역)이 대표적이다. 올 초에는 8살 초등학생을 잔인하게 살해한 뒤 시체를 훼손한 범인이 10대 청소년이라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청소년의 살인죄도 강하게 다스려야 한다는 여론이 형성됐다.
한국은 국제 인권단체인 앰네스티 기준에 따라 실질적인 ‘사형폐지국가’로 분류된다. 법정 최고형으로는 사형이 있지만 김영삼 정부 시절인 1997년 지존파 조직원들에 대해 사형을 집행한 뒤 20년간 실질적으로 사형을 집행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헌법재판소는 2008년 사형제가 합헌이라고 결론내린 바 있다.
대학생 안용현씨(28)는 “반인륜적인 범죄에 사형을 대체할만한 합당한 처벌이 있느냐”며 “엽기범죄자들은 사형을 통해 죄의 무게에 맞는 죗값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직장인 안도연씨(32)도 “살인은 대부분 재범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범인은 사회에서 완전히 격리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형제 부활에 반대하는 여론은 오판 가능성과 인간의 존엄성, 종교적인 이유 등을 든다. 직장인 박형모씨(50)는 “사형제는 생명권을 침해하는 비인도적인 형벌”이라며 “정치적인 억압 가능성, 사형집행인의 인권 문제 등도 걸려 있기 때문에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성철 백석대학교 경찰학부 교수는 “사형수들에게는 집행이 장기간 미루어지면서 언제 사회현실이 바뀔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있고, 피해자는 아무런 보상 없이 살아가고 있다”며 “명확한 법적 근거 없이 종신형으로 변하고 있는 사형문제에 대해 이제는 분명한 대안을 가질 때”라고 말했다.
한편, 현재 사형제를 운영하고 있는 국가는 199개국 가운데 미국, 중국, 일본 등 43개국이다. 이들 국가는 살인, 인신매매, 마약, 아동성폭행, 테러 등에 대해 제한적으로 사형을 집행하고 있다. 특히 미국은 1972년 사형제를 폐지했다가 강력범죄 급증으로 4년만에 부활시키기도 했다.
최근에는 이런 움직임이 확대되는 추세를 보인다. 인도(2013년), 파키스탄(2015), 인도네시아(2015년) 등이 대표적이다. 터키, 필리핀 등도 사형제 부활을 검토하고 있다.
한지연 기자 hanji@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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