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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해보니 시리즈 ⑮] 면 생리대 사용 15년, 이상적인 생리대를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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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해물질 생리대 파동 이후, 유기농 생리대나 생리컵, 면 생리대를 쓰는 사람이 늘었다. 각각 일회용 생리대나 생리컵, 면 생리대 모두 장단점이 있지만 최근 면 생리대나 생리컵 열풍은 장단점 문제가 아닌 내 몸에 유해하지 않은 것을 선택하는 방향으로 구매 패턴이 바뀌었다.

청소년기부터 중년에 이를 때까지, 임신하는 기간을 제외하면 한 달에 일주일은 생리대가 필요하다. 여성들이 생리대 성분에 집착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나 역시 아토피성 피부염으로 청소년기부터 고생했고, 일회용 생리대에 거부 반응도 심한 편이었다.

덕분에 청소년기 시절부터 면 생리대를 써왔고, 그 후기를 공유해 다른 이들도 생리대의 공포에서 벗어나 더 많은 선택지를 고려해보기를 바라는 마음에 면 생리대 사용기를 적게 되었다.

일회용 생리대는 편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피부에 붉은 반점과 함께 가렵고 짓무른다는 단점이 있다. 운이 좋은 자매들은 그런 증상 없겠지만, 이 중 한 가지라도 겪는 사람은 면 생리대에 한 번 도전해보자.

내가 15살 때 처음 사용한 면 생리대는 말 그대로 아기 천 기저귀 같은 하얀 면을 여러 겹 접은 구시대적인 생리대였다. 면 팬티와 같은 촉감이라 피부 발진과 냄새가 거짓말처럼 사라졌지만, 고정이 되지 않고 밖에서 활동할 때 사용하기 힘들다는 단점이 있었다.

사실 천 생리대의 가장 큰 진입장벽은 일회용이 아니라 빨아서 다시 써야 한다는 점이다. 쓰고 난 생리대를 찬물에 6시간 담그고, 천연 표백제를 뿌려서 다시 한 시간 정도 놔둔다.

그 이후 빨래 '삶음' 기능을 이용해 100도 이상의 온도에서 세탁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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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면 생리대를 판매하는 한살림은 공급을 못 해 한때 면 생리대 입고가 지연될 예정이라는 공지를 띄우기도 했다.

핏물을 빼지 않고 바로 삶으면 얼룩이 진다. 햇빛에 널어 말린 후엔 다시 생리대 모양을 잡아 접어준다. 내가 이 과정을 설명하면 모두 '안 쓴다'는 말을 한다.

"습관이 되니 할만하다."고 했지만 처음 핏물이 한가득 담긴 세숫대야를 본 남편 역시 그 모습에 충격을 받았다고 했고, "귀찮지 않으냐?"고 되물었다. 그럴 때마다 "피부 발진 때문에 피부과를 다니고 약을 바르는 것보다 낫다"고 말하곤 했다.

유해물질 생리대 파동 전에도 해외 유기농 생리대를 썼지만, 그마저도 구하기 힘들어지면서 면 생리대 의존도는 높아졌다.

다행히 나의 원시적인 방법과는 달리 기존 생리대 모양과 같은 면 생리대 등이 잘 개발되어 생리대 모양을 잡아서 다림질하지 않아도 되는 시대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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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 생리대 외에도 최근엔 '생리 팬티'라는 것도 등장했다. 생리 팬티는 생리대를 따로 하지 않아도 되는 팬티라는 설명으로, 면 생리대의 장점과 생리대의 장점을 합친 신제품이다. 솔깃한 설명이 아닐 수 없다.

과거에 생리 팬티라고 하면 팬티 천 사이에 비닐 재질의 방수천을 넣어 생리가 새지 않도록 막아주는 역할을 하는 기능성 속옷이었다면, 지금은 아예 '생리대'를 대체한다.

그러나 착용을 해보면서도 의심은 멈추지 않았다. 어떻게 이런 메모리폼 재질이 생리가 새지 않도록 막아준다는 것인가? 괜히 이것만 하고 나갔다가 양이 많은 생리 둘째 날에 망신을 당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걱정에 휩싸였다.

여성들은 모두 알겠지만, 생리라는 것은 생리대 광고에서처럼 묽은 피가 스포이트로 떨어트리면 얇게 스미는 것이 아니다. 많은 양에 예고도 없이 핏덩어리가 나오고 통증을 동반한다.

하지만 생리 팬티는 생각보다 아주 얇았다. 평소 면 생리대의 두께에 의지했던 나는 의심이 들었지만, 막상 사용해보니 생리가 새는 일은 없었다. 실제로 탐폰 두 개 반 분량의 흡수력을 지녔다고 한다. 피 흡수를 잘 하지만, 그만큼 약간 묵직한 느낌이 든다. 물기를 머금은 솜이 무거워지는 느낌과 비슷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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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체는 최대 8시간 정도 사용할 수 있다고 홍보하지만, 8시간까지 생리대를 착용하는 걸 견디는 여성은 많지 않을 것이다. 직접 써본 결과 생리 양이 많은 편이거나 둘째 날에는 면 생리대의 보조용으로 사용하는 것을 권한다.

사용 후에는 기존 면 생리대와 비교하면 간편한 편이지만, 생리 팬티 역시 사용 후 찬물에 담가 핏물을 빼고 중성세제로 약하게 손세탁을 해야 한다. 팬티에 패드가 들어있어 표백제나 섬유유연제, 또는 세탁기에 넣고 돌리면 패드 기능이 약해지거나 변형이 올 수 있다.

그런데도 이 모든 '귀찮은' 과정을 한 달에 일주일 가량을 반복해야 하는 까닭은 유해물질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 아니라 실제로 내 몸이 반응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면 생리대를 사용하면 생리 때 통증이 줄어들었고 냄새도 약간의 피비린내 외에는 없다. 그동안 생리혈이 더럽기 때문에 냄새가 난다고 착각했던 것들이 사실은 생리대와 피가 결합하여 나는 냄새였던 거다.

그러나 여전히 귀찮아도 면 생리대를 쓰라고 하는 것보다는 유해물질이 검출되지 않은, 일회용 생리대를 쓰는 일이 가장 좋다는 생각은 바뀌지 않는다.

간혹 "일회용 생리대에 유난 떨지 말고 면 생리대를 쓰면 되지 않느냐?"라는 말로 생리대 문제를 '예민한 일부 여성들이 억지로 만들어내는 논란'으로 치부하려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면 생리대는 불안과 생리대로 인한 몇몇 증상 때문에 사용하는 것이지 일회용 생리대를 완벽히 대체할 수는 없다.

15년을 써도 여전히 면 생리대는 귀찮고, 바지에 샐 위험을 걱정해야 하며, 휴대하기 불편하다. 진입 장벽이 생리컵보다 높지는 않지만 관리하는 부분에서는 쉽게 포기하게 된다.

가임기 여성이 겪는 생리대 선택지가 좁다는 건 얼마나 끔찍한 일인가.
어느 날, 생리대를 세탁하기 싫어서 남편에게 말했다.
"미레나 시술하면 생리가 점점 줄다가 안 나온대."
이상적인 생리대 원정대를 하느니 생리를 안 하는 시술이 낫지 않을까? 라는 고민을 하는 요즘이다.

YTN PLUS 최가영 기자 (weeping07@ytnpl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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