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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식약처가 '안전' 확신했던 생리대 물질 "발암 기준치 초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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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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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환경단체 회원들이 28일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생리대 안전과 여성건강을 위한 공동행동’ 출범식을 가졌다. 출범식 참가자들이 기자회견을 마친 뒤 안전한 생리대에 대한 바람을 담아 독성생리대 모형을 가위로 자르고 있다.

/김영민 기자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지난 9월 생리대의 휘발성유기화합물(VOCs) 위해성 평가결과를 발표하면서 ‘최악의 시나리오에서도 안전하다’고 강조했지만 일부 제품은 발암위험 기준을 초과한 사실이 드러났다. 식약처가 위해평가 과정에서 사용한 휘발성유기화합물 검출량, 생리대 사용량, 계산식을 그대로 적용했을 때 나온 결과다.

서울대 최경호 교수(보건대학원)는 8일 국회에서 열린 ‘생리대, 여성건강을 위협하는가’에서 식약처가 한 것과 같은 방식으로 발암위해도를 계산한 결과 특정 브랜드의 ‘오버나이트’ 상품에 기준치를 초과한 화학물질이 있다는 사실을 공개했다.

이날 포럼은 대한예방의학회·직업환경의학회·한국역학회·한국환경보건학회·환경독성보건학회 등 환경보건 관련 5개 학회와 정의당 여성위원회, 권미혁·남인순 의원(더불어민주당),이정미·심상정·윤소하·추혜선의원(정의당)이 마련했다.

앞서 두달 전 식약처는 생리대 위해성 평가결과를 공개하면서 “생식독성, 발암성 등 인체 위해성이 높은 10종의 휘발성유기화합물(VOCs)를 우선 전수조사한 결과 최대 검출량을 기준으로 해도 인체에 유해한 영향을 미치지 않는 낮은 수준으로 확인됐다”고 발표한 바 있다. 식약처는 당시 발표에서 “최악의 시나리오로도 인체에 유해한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여러차례 강조했다.

그러나 최 교수가 식약처가 했던 것과 같은 방법으로 계산한 발암위해도를 보면, 일부 오버나이트형 생리대 제품에서 10종의 VOCs 중 하나인 클로로포름이 최악 시나리오에서 기준치를 넘겼다. 식약처는 팬티형이 아닌 일반 오버나이트 생리대는 월 52.5개(7일간 7.5개) 사용을 가정하고, 생리대에서 나오는 휘발성유기화합물이 인체에 모두 흡수되는 것을 전제해 ‘최악 시나리오’를 상정했다.

화학물질에 엄격한 미 캘리포니아주 환경청의 클로로포름의 ‘경구 발암기울기’(oral slope factor)는 0.019㎎/㎏.day ̄1다. 하루 체중 1㎏당 1㎎을 섭취할 경우 0.019만큼의 초과발암위해도가 생긴다는 뜻이다. 자연적으로 발생할 발암 가능성에다가 특정물질로 인해 발암 가능성이 더해질 우려가 얼만큼 있는지를 보여주는 것이 ‘초과발암위해도’다.

‘경구’ 발암기울기를 토대로 계산한 것은 식약처가 ‘경구 투입’ 즉 입을 통해 흡수한다는 전제에서 조사평가를 실시했기 때문에 이 방식을 그대로 따른 것이다.

클로로포름은 동물에게 암을 일으킬 가능성이 확인돼, 인간에게도 ‘발암 가능성이 있는’ 물질로 평가된다. 영수증에 포함된 비스페놀A 안전기준 등 화학물질에 대해 더 구체적인 규제를 하고 있는 미 캘리포니아주 환경청은 클로로포름에 대한 발암기울기를 제시하고 있다. 다만 미 연방 환경청(EPA)은 클로로포름에 대한 발암기울기를 제시하지 않고 있다.

최 교수의 계산 결과를 보면, 캘리포니아 EPA의 발암기울기를 적용한 일부 오버나이트 제품 클로로포름 초과발암위해도는 0.0000015다. 독성학자들은 초과발암위해도가 0.000001을 넘길 경우 위험성이 있다고 본다.

식약처는 이에 대해 “EPA는 클로로포름 같이 강한 유전독성을 나타내지 않는 물질은 발암기울기를 이용한 초과발암위해도 평가는 적절하지 않다고 명시하고 있으며, 초과발암위해도 평가를 위한 발암기울기도 제시하고 않고 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클로로포름에 대해 국제적으로 활용되는 발암 기준치가 따로 존재하는 사실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최 교수는 또 이날 포럼에서 두달 전 식약처가 생리대에 대해 ‘안전하다’는 결론을 내린 사실이 성급했음을 뒷받침하는 근거를 조목조목 지적했다.

최 교수는 “인간의 독성지식은 제한적이며, 한계가 있는 지식을 가지고 평가해 ‘안전’이라는 결과가 나왔다면, 위해성 평가를 잘못한 것이지 건강피해가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고 식약처를 비판했다. 최 교수는 또 식약처가 휘발성유기화합물(VOCs) 10종에 대해서만 평가한 결과를 가지고 ‘생리대가 안전하다’는 것으로 업계와 소비자들에게 이해되도록 한 점 역시 문제로 지적했다.

또한 “학자들이 똑같이 해 볼 수 있을 정도로 조사평가내용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하는데 어떤 독성참고치(안전 기준치)를 썼는지를 역산해서 알아야 할 정도였다”면서 이번 조사대상인 휘발성유기화합물 10종이 사용자들이 호소한 증상을 고려해 선정한 물질인지, 생식독성을 명확히 알기 어려운 독성참고치를 가지고 기계적으로 비교해 ‘안전하다’고 단정할 수 있는지, 생식기관의 피부를 통한 흡수라는 노출경로를 고려했는지 등 식약처의 조사평가 방법 전반에 대한 문제를 지적했다.

최 교수는 특히 “식약처는 (휘발성유기화합물 10종 가운데) 한 물질씩 계산해서 각각 인체에 문제가 없다는 식이었는데 사용자는 한 물질에만 노출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누적위해도를 계산해야 하며 그럴 경우 안전한 범위를 뜻하는 안전역을 넘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송윤경 기자 ky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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