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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3 (월)

“나도 직장 성범죄 피해자”… 한국서도 ‘미투 캠페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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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샘사건 계기로 SNS 등서 확산

동아일보

“한샘 사건을 보고 용기를 냈습니다.”

가구업체 한샘의 사내 성추문 논란이 불거진 직후 A 씨는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린 글에서 이같이 밝혔다. 현대카드 계약직 직원인 A 씨는 한샘 피해자처럼 직장에서 자신이 성폭력 피해를 당했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입사 한 달 만인 5월 소속 부서 팀장으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는 것. 그는 “회사에 피해 사실을 알렸지만 사적인 일로 치부해 아무 조치도 하지 않았다. 한샘 사건을 알게 된 뒤 어디라도 얘기하고 싶은 마음에 글을 적는다”고 밝혔다.

한샘 성추문 사건의 파문이 커지는 가운데 비슷한 사내 성폭력 피해를 봤다는 직장 여성들의 폭로가 이어지고 있다. 미국 할리우드의 성폭력 폭로 운동 ‘미투(me too·“나도 당했다”라는 뜻) 현상’이 국내에서도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한국의 미투는 피해를 당해도 제대로 보호받지 못하는 계약직이나 신입 직원 사이에서 주로 나타난다.

A 씨에 따르면 5월 15일 팀 회식이 끝난 뒤 팀장은 “한잔 더하자”며 A 씨 집에 막무가내로 들어왔다. 이어 몸을 더듬으며 성폭행을 했다는 것이다. A 씨는 당시 만취 상태여서 몸을 가눌 수 없었다고 한다. 사건 직후 A 씨는 회사에 피해 사실을 신고했지만 아무 도움도 받지 못했다고 한다. A 씨는 “대인기피증과 우울증에 시달리며 자살 충동이 일었다. 너무 괴로워 사직서를 냈지만 부서장은 단순 실수에 불과한 일이라며 사직서를 찢어버렸다”고 밝혔다.

현대카드 측은 “자체 조사 결과 개인 간 애정 문제로 보였고 수사기관에서도 성폭행 혐의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한 것으로 안다. 회사가 개입할 사안이 아니라고 판단했다”고 해명했다.

여성들이 주로 이용하는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6일 비슷한 사내 성폭력 경험담이 줄지어 올라왔다. 입사 5년 차라는 한 여성은 신입사원 시절 “남성 상사가 자기 엉덩이를 두드려 달라고 말하면서 귓불을 서슴없이 만졌다. 사회 초년병이라 참아야 되는 줄 알고 문제 제기를 하지 못했다”고 고백했다. 또 다른 여성은 “인턴 때 남성 대리가 술자리 후 나와 동료를 챙겨준다며 모텔로 데려가 침대에 누인 뒤 내 몸을 만졌다. 동료가 함께 있었기에 가까스로 피했지만 아니었다면 ‘한샘 사건’이 나에게 일어날 뻔했다”고 털어놨다. 해당 게시물에는 ‘나도 같은 경험을 했다’ ‘용기 내줘서 고맙다’는 등 격려성 댓글이 수십 개씩 달렸다.

한샘 성추문 사건과 관련해 청와대 홈페이지에는 1만6000여 명이 ‘재수사 요구’ 청원에 참여했다. 해당 사건 피해자 측은 “추가 증거를 수집해 재수사를 요청하겠다”고 밝혔다. 고용노동부는 7일부터 한샘을 대상으로 근로감독에 착수하기로 했다.

고용부 관계자는 “근로감독관 3명을 투입해 직장 내 성희롱 예방 교육을 제대로 했는지, 사건 발생 이후 피해자에 대한 불이익 조치를 정말로 내렸는지 등을 집중적으로 살펴볼 예정”이라고 말했다.

불매운동이 확산되는 가운데 한샘의 주가는 6일 2% 넘게 곤두박질쳤다. 이날 코스피 시장에서 한샘 주가는 전날보다 4500원(2.64%) 하락한 16만6000원으로 마감했다.

김예윤 yeah@donga.com·김단비·유성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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