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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3 (월)

‘성폭행 고발’ 신문고 된 온라인 공간…공론화 역할 가능하지만 ‘무고’ 우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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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샘사태' 이은 금융사 성폭행 사건 고발

피해여성 “회사의 안일한 태도로 우울증 앓아”

확인 결과 경찰·검찰 조사 ‘무혐의’ 종결

온라인 고발, ‘신문고’ 역할 하지만 ‘무고’ 우려도

중앙일보

적막감 도는 한샘 본사 (서울=연합뉴스) 한종찬 기자 = 가구업체 한샘의 신입 여직원이 사내에서 잇따라 성범죄를 당했다는 주장이 제기돼 논란이 커지고 있다. 사진은 6일 서울 서초구 한샘 본사 입구. 2017.11.6 saba@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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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테리어 가구업체 한샘의 사내 성폭행 논란 이후 인터넷 커뮤니티 등 온라인 공간에서 사내 성폭행 사건을 고발하는 게시글이 잇따르고 있다.

온라인 공간이 각종 사건·사고와 범죄 피해를 호소하는 ‘신문고’ 역할을 하는 셈이다. 특히 온라인 공간에서 한 고발은 불특정 다수에게 노출된다는 점에서 이슈가 쉽게 공론화하고, 여론의 관심을 받으며 문제 해결의 실마리가 되는 경우가 많다.

실제 최근 미국과 영국에선 온라인을 통해 성범죄 피해를 고발하는 ‘미투(Me Too)' 캠페인이 확산하고 있다. 성폭력 피해를 봤으면 트위터에 '미투'는 해시태그를 달아 글을 쓰는 이 캠페인엔 팝스타 레이디 가가와 아카데미 여우조연상 수상자인 패트리샤 아퀘트 등 유명인사를 포함 수십만명이 동참했다.

미투 캠페인의 발단은 미국 헐리우드의 거물 영화제작자 하비 와인스타인의 성추문 사건이었다. 영화 시네마 천국, 반지의 제왕 등을 제작한 와인스타인이 지난 30년간 여배우와 여직원을 성추행 했다는 보도 이후 각종 성범죄에 여성들이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하며 미투 캠페인으로 번졌다.

하지만 일각에선 고발성 글의 특성상 한쪽의 입장이 부각될 수밖에 없고, 정확한 사실관계가 확인되지 않은 상태에서 사건이 잘못된 방향으로 흐를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 4일 한 포털사이트 게시판에 게재돼 논란이 되는 ‘금융사 성폭행 사태’도 바로 그렇다. ‘직장내 성폭행’이라는 제목으로 올라온 이 게시글은 한 여성 직원이 직장 내에서 상급자인 팀장에게 성폭행을 당했다는 고발성 내용이다. 피해 여성인 작성자는 글 서두에 “최근 한샘 성폭행 사건을 보고 용기를 내어 이렇게 작성했다”고 언급했다.

피해여성 A씨의 주장은 이렇다. 그는 2017년 4월 한 금융사와 위촉계약을 맺고 일하기 시작했다. 사건은 A씨가 입사한 지 한 달 후 발생했다. A씨는 지난 5월 단체회식 자리가 끝난 뒤 A씨의 집에서 또 다른 위촉계약직 팀장 B씨, 동료 C씨 등 2명과 함께 추가로 술자리를 가졌다. A씨에 따르면 당시 만취한 상태였던 A씨의 의사와 관계없이 팀장 B씨가 강제로 성관계를 시도했다.

A씨는 게시글을 통해 “잠결에 누가 나를 만지는 느낌이 들었다”며 “움직일 힘도 없고 당연히 나를 만질 사람은 남자친구 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눈 뜰 기력조차 없어 가만히 있을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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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가 포털 사이트에 게시글에 첨부한 센터장과의 메신져 대화. [네이트판 캡쳐]


문제는 다음날 아침 일어나보니 침대에는 남자 친구가 아닌 팀장 B씨가 누워 있었다는 점이었다. 그 충격으로 A씨는 사직서를 제출했다고 한다. 하지만 회사 측에선 “너 돈 필요한데 여기 그만두면 다른 직장 구할 수 있냐”며 사직서를 폐기처리한 데 이어 “서로 실수한 걸로 문제 삼으면 안된다”고 조언했다는 것이 A씨의 주장이다.

하지만 해당 금융사에서 주장하는 사실관계는 A씨의 주장과 다르다. 해당 금융사 관계자는 “사람 감정의 문제라 더 정확한 진상조사를 해 봐야 알겠지만 여성직원 A씨가 B씨에게 호감을 품고 있었던 것으로 안다. 하지만 둘 사이의 관계가 연인 사이로 진전되지는 않았고, 이후 A씨가 B씨에게 성폭행을 당했다는 주장을 제기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사건의 경우 경찰 조사와 검찰 조사를 거쳐 지난달 말 무혐의로 종결됐고, 현재 팀장 B씨가 A씨를 무고죄로 고소한 상태다. A씨와 B씨의 신상 및 프라이버시를 동시에 보호해줘야 하는 회사 입장에서는 난감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실제 사건을 담당한 인천지방검찰청에 확인한 결과 피해자 A씨가 게시글에 "검찰 조사가 진행 중"이라고 밝힌 것과 달리 사건은 지난달 말 무혐의로 종결된 것으로 확인됐다. 사건을 종합적으로 수사한 결과 특별한 혐의점이 발견되지 않았다는 것이 검찰 측 설명이다.

인천지방검찰청 수사 관계자는 "꽤 오랫동안 다각도로 수사를 벌였고 혐의점을 찾지 못했다. 다만 이 사건이 다시 한 차례 논란이 되고 있는 만큼 해당 여성을 상대로 추가 진술을 받고 수사 과정에서 미흡한 점이 없는지 여부 등을 다시 확인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온라인 공간을 활용한 고발성 게시글은 양면성을 갖는다. 피해자 입장에서는 익명성을 보장받은 상태에서 자신의 억울한 이야기를 전달할 수 있다는 순기능이 있다. 문제는 이런 고발성 게시글이 한쪽의 입장에 치우쳐 있거나 사실관계가 잘못돼 있는 경우다. 특히 성범죄와 관련한 사건의 경우 가해자로 지목된 사람은 사실상 사회적으로 매장되는 탓에 2차·3차 피해가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논란이 된 성폭행 사건에 대해 해당 금융사는 검찰에서 사건을 무혐의로 종결한 만큼 징계위 회부 등 회사 측에서 추가적인 조치를 하긴 어렵다고 밝혔다. 이 회사 관계자는 “회사 입장에선 사건이 알려지면서 여성인 A씨는 물론 B씨에 대해서도 2차, 3차 피해를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B씨가 무고죄로 고소를 한 상태인 만큼 해당 건에 대한 수사 결과가 나와야 구체적인 해결책을 찾을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정진우 기자 dino8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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