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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8 (일)

[사우디 '왕자의 난']①형제상속에서 부자상속으로, '60년 왕위전쟁' 종지부 찍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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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예방한 모하메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 모습. 빈 살만 왕세자는 이번 사우디 왕실 왕자들의 대숙청의 지휘자로 알려져있다.(사진=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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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현우 기자]검은 황금, 석유 재벌 왕자들의 나라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수많은 왕자들이 사라지고 있다.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왕위계승을 공고히 하기 위해 친척 왕자들을 상대로 대규모 숙청작업을 시작하면서 왕자들의 시련이 시작된 것. 1953년 1대 국왕 이븐 사우드 사후 60년 넘게 진행된 이 핏빛 골육상쟁이 이번 대숙청을 계기로 완벽히 종지부를 찍을지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사우디 국영 알아라비야 방송 등 외신에 따르면 지난 5일(현지시간), 만수르 빈 무크린 왕자가 헬리콥터 사고로 사망했다. 이날 만수르 왕자는 정부 고위 관료 7명과 함께 헬기를 타고 예멘 국경 인근을 이동하던 중 헬기가 추락하면서 사망했다고 보도됐다. 헬기가 추락한 원인은 알려지지 않았다. 또한 일부 현지 매체에선 전날 압둘아지즈 빈 파하드 왕자도 체포 과정에서 부상을 입고 사망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이 두 왕자는 모두 현 국왕인 살만 국왕과 빈 살만 왕세자와 왕좌를 놓고 겨뤘던 인물들이다. 만수르 왕자의 아버지는 현 살만 국왕이 2015년 즉위하면서 부패혐의로 폐위시킨 무크린 왕세자의 아들이다. 압둘아지즈 왕자는 파하드 전 국왕의 아들이자 올해 6월 폐위된 무함마드 빈 나예프 전 왕세자의 측근으로 알려져있다. 이들의 죽음 뒤에 국왕 일가가 개입했다는 의혹을 받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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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 왕실 가계도. 붉은색 원으로 표시된 인물이 현 국왕인 7대 살만 국왕, 푸른색 원으로 표시된 인물이 이번 숙청을 진두 지휘하는 것으로 알려진 빈 살만 왕세자.(사진=sedayi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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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왕자들에 대한 대규모 숙청은 지난 6월, 살만 국왕이 친위 쿠데타로 친아들 빈 살만 왕세자를 세자 자리에 앉히면서부터 예정된 수순이었다. 빈 살만 왕세자는 이달 4일, 자신이 이끄는 반(反)부패위원회를 통해 왕자 11명, 현직 장관 4명, 전직 장관 수십명을 부패 혐의로 체포했다. '중동의 워렌 버핏'이라 불리던 억만장자 무함마드 알 왈리드 빈 탈랄 왕자를 비롯해 리야드 주지사를 지냈던 투르키 빈압둘라 왕자 등 왕족이 이날 투옥됐다. 중동판 '왕좌의 게임'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

1대 국왕 사후 형제상속을 통한 왕위계승을 60여년간 이어오던 사우디 왕실에서 부자상속제의 안착을 위한 이와같은 대규모 숙청은 유래없는 일이다. 사우디 왕실은 2대 사우드 국왕이 이복동생인 3대 파이살 국왕에게 축출되고 파이살 국왕도 조카에게 피살당하는 등 피튀기는 혈전을 벌여왔지만, 심각한 내전 상황만은 피해오면서 형제상속 형태로 왕위가 이어져왔다.

특히 5대 국왕인 파드 국왕이 등극한 이후, 수다이리 왕비 소생의 7형제가 정권을 장악하며 형제들끼리 서로 왕세제로 삼고 왕위를 돌아가며 물려주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수다이리 계열이 아닌 6대 국왕 압둘라와의 권력 투쟁이 이후 다시 수다이리 세븐의 일파인 7대 국왕 살만이 등극하면서 부자상속 안착으로 권력 누수를 방지하려는 노력이 본격화되기 시작했다.

이러한 사우디 왕실의 권력 투쟁이 중동 정세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여부에 전 세계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빈 살만 왕세자는 강력한 숙청을 통해 권력을 다지는 한편, 비판 여론을 무마시키기 위해 최근 여성들에게 운전을 허용하고 경기장 가족동반 입장을 허용하는 등 개혁개방 조치를 병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82세의 고령인 살만 국왕의 생전 퇴위론도 나오고 있기 때문에 32세의 젊은 왕세자가 권력의 핵심으로 올라설 가능성도 있다. 사우디에 새로운 30대 젊은 국왕이 등장해 개혁개방이 본격화 될 가능성도 있는 셈이다.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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