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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4 (화)

통일 후 손 볼 북한 관리들 '블랙리스트'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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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 북한인권기록보존소 출범 1년… 245명 확인

세계일보

#1. A씨는 북한을 이탈했다가 강제북송을 당한 후 보위부 구류장 및 구금소에서 예심기간에 보위원에게 구타를 당해 척추와 머리에 상해를 입었다. 또 집결소에서 강제노동과 집체교육 중 계호원과 다른 수감자로부터 발길질 등 지속적인 구타를 당했다.

#2. B(여)씨는 북송돼 구류장에서 담당 보안원 및 인민반장의 협박으로 임신 8개월 때 병원에서 주사를 맞고 강제낙태를 당했다.

#3. C씨는 보위지도원에 의해 간첩 혐의를 뒤집어쓰고 보위부 조사 과정에서 수차례 폭행당했다. 보위지도원의 그의 재산까지 전액 몰수했는데 무혐의 처분으로 종결됐음에도 몰수 재산을 돌려주지 않았다.

#4. D씨는 밀수 및 비법월경죄로 보위부 구류장 및 조사실에서 담당지도원 및 정보과장 등에게 주먹과 발로 수회 구타를 당했다.

이는 지난해 10월10일 문을 연 법무부 북한인권기록소(소장 최기식 부장검사)가 최근까지 약 1년간 생산한 ‘북한 인권 가해자 카드’ 245건 중 일부 내용이다. 북한이탈주민들이 직접 겪었거나 보고 들은 인권침해 사건을 정부당국이 수집·분석해 가해자별 신상정보와 혐의사실을 기록한 것이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자유한국당 윤상직 의원은 30일 법무부에서 제출받은 자료를 근거로 북한 인권 가해자 카드의 존재를 공개했다. 과거 이와 비슷한 민간의 시도는 있었으나 정부가 직접 북한 관리들의 가해 내용과 일부 신원을 확보한 사실이 파악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검사 3명 등 12명 규모의 북한인권기록보존소는 통일부로부터 매 분기 넘겨받은 245건의 탈북민 조사문답서 중 205건을 분석해 이 같은 명단을 확보했다. 현재 파악된 가해자 245명은 사실상 비밀경찰 조직인 국가보위성(옛 국가안전보위부), 일반 경찰인 인민보안성(옛 사회안전부) 등 대부분 권력기구 소속 지도원·보안원이다. 이들의 혐의에는 주민 폭행, 고문 등 가혹행위 뿐 아니라 성범죄, 강제낙태 등 반인도적 내용까지 포함됐다.

법무부는 가해자들의 소속 기관, 근무지, 직위 외에 일부 이름과 몽타주까지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의원은 이를 두고 “국제적 우려가 커지는 북한 인권과 관련한 한국 정부의 ‘블랙리스트’인 셈”이라고 비유했다. 가해자 성명까지 특정된 경우는 파악된 사건의 5% 가량인데 신원 특정을 계속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최근 통일부에서 문답서 110건을 추가로 전달받는 등 확인된 가해자 숫자는 갈수록 늘어날 전망이다.

정부는 관련 자료를 연말까지 데이터베이스(DB)로 만들 계획이다. 이는 통일 후 가해자들을 상대로 민형사책임을 묻는 기초 증거가 될 전망이다. 권력기관의 조직적 가담 정황이 드러날 경우 고위층까지 책임 소재가 올라갈 수도 있다.

윤 의원은 “정부는 북한 주민의 삶을 개선하기 위해 다각적 노력을 기울이는 한편, 인권침해 사례를 면밀히 분석해 통일 후 가해자를 엄단할 수 있도록 철저한 준비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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