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11 (토)

10년만의 적자 기아차, 통상임금發 쇼크 지금부터 시작

댓글 3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상여금을 통상 임금에 포함하면 자동차 업계 6.8조 부담

매년 자동차 관련 기업이 부담할 인건비 추가분 2.1조

현대차 노조 "통상임금 쟁취" 압박에 파업 위기

통상임금 후폭풍, 부품사 줄도산에 일자리 위협

이데일리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이데일리 노재웅 기자] “(통상임금 충당금 반영으로) 재무상 불확실성이 없어진 만큼 올해 남은 기간 수익성 방어에 최선을 다하겠다.”

지난 27일 열린 기아자동차(000270)의 3분기 경영실적 컨퍼런스 콜(다중전화회의)에서 회사 관계자의 말이다. 통상임금 판결 여파로 올 3분기 10년 만에 분기 적자 전환하는 큰 타격을 입었지만, 매를 먼저 맞아 역설적으로 편해진 측면도 있다는 식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기아차 통상임금 패소 후폭풍은 아직 끝나지 않았으며, 오히려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시작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지분법에 따른 현대차의 순이익 감소는 물론, 통상임금과 관련한 노조의 줄소송 및 장기 파업 가능성, 현대차그룹 계열사를 포함한 3000여 자동차 부품 협력사들의 경영난 확산이 줄줄이 대기 중이기 때문이다.

◇완성차→부품사로 이어지는 ‘실적 쇼크’ 악순환

29일 기아차에 따르면 이 회사는 지난 8월 말 통상임금 소송 1심에서 패소한 결과 급여 소급분과 소송비용 등 9777억원을 올 3분기(7~9월) 회계장부에 일괄 비용으로 반영했다. 그 결과 4000억원이 넘는 분기 영업손실이 났다. 2007년 10월 이후 10년 만의 분기 영업 적자다. 통상임금 일회성 비용 지출이 없었다면 기아차의 3분이 영업이익은 4371억원이다.

기아차 실적에서 나타났듯이 통상임금에 상여금이 포함되면 가장 우려되는 부분은 인건비 증가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 조사결과에 따르면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하면 3년간 미지급 임금채무액이 자동차산업 전반적으로 6조8000억원을 넘을 것으로 파악된다. 또 매년 기업이 부담해야 하는 인건비 증가분이 연간 약 2조1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 기아차는 통상임금 1심 판결 이후 인건비 상승에 따른 경쟁력 악화를 우려해 잔업을 중단하고 특근을 최대한 줄였다. 한천수 기아차 부사장은 3분기 경영실적 컨퍼런스 콜에서 “앞으로도 공급부족 이슈가 발생하는 차종에 대해서만 제한적 특근 시행을 통해 재고 안정화와 더불어 인건비 상승을 최대한 억제할 계획”이라며 “노사간 지속적인 협의를 통해 새로운 임금체계를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완성차 업체가 인건비 부담으로 실적이 악화하면 악영향은 고스란히 부품업계로도 이어질 전망이다. 자동차산업협회는 앞서 기아차 판결 결과에 따라 총 2만3000개 넘는 업계 일자리가 감소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부품 공급에 차질이 발생하면 또다시 완성차 업체도 타격을 받게 되는 악순환의 고리가 형성될 가능성도 크다.

자동차산업협회 관계자는 “한국 완성차 업체의 평균 임금은 이미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라며 “높은 연장·휴일근로 할증률이나 초과 근로시간 규모 등을 고려했을 때 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포함되면 국내 업체의 임금 경쟁력은 경쟁국 대비 더욱 떨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현대차, 지분법 영향에 노조 공세까지 ‘산더미’

장기적인 전망을 볼 것도 없이 기아차 통상임금 적자 쇼크는 현대차(005380)에 영향을 끼친다. 현대차의 기아차 지분율은 33.9%(1억3731만8251주)로 지분법에 따른 평가손실 등이 반영돼 올 3분기 당기순이익이 전년 동기보다 16.1% 감소한 9392억원을 기록, 2분기 연속 1조원 문턱을 넘지 못했다.

아울러 강성 노조의 본격적인 공세에 맞설 채비도 해야 한다. 현대차 노사는 31일 임단협 교섭 재개를 위한 상견례를 가진다. 현대차의 신임 집행부는 올해 임단협 교섭의 주요 목표로 ‘통상임금 쟁취’를 내건 상태다. 1인당 1500만원을 더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현대차 노조는 올 들어 추석 이전까지 5번의 부분파업과 3번의 휴일특근 거부를 진행한 바 있다. 연말까지 2개월 남짓 남은 가운데 노조의 강경투쟁이 예상됨에 따라 추가 장기 파업을 벌일 가능성도 커 보인다. 이 경우 회사 입장에선 생산 중단에 따른 수천억 원 규모의 추가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

기아차 노조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오는 30일 새로운 노조 집행부가 확정되면 11월 초부터 임단협 교섭을 위한 상견례를 진행할 전망이다. 기아차 신임 노조 집행부는 이번 임단협에서 통상임금 소송 결과에 맞춰 미래의 통상임금 기준에 대한 합의점을 찾아야 한다.

업계 한 관계자는 “기아차 실적을 통해 통상임금 후폭풍이 얼마나 거센지 뚜렷하게 확인됐다”며 “그럼에도 현재 통상임금에 관련된 각 회사의 노조는 고삐를 늦출 여지가 보이지 않아 기아차 사례와 유사한 ‘통상임금발(發) 쇼크’가 잇달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