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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2 (목)

노동현안 '제자리걸음'..절박한 재계, 한번 더 국회에 호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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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차 잔업 중단 등 '부담 현실화'

다시 한번 정치판에 간곡하게 호소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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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윤종성 기자] 대한상공회의소가 25일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 통상임금 등 이른 바 ‘3대 노동 현안’에 대한 재계 입장을 정리해 홍영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위원장에게 전달했다. 이날 재계가 밝힌 ‘노동 3대 현안’에 대한 입장은 지난 8월30일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이 여야 4당 대표를 만나 전달했던 ‘주요 입법현안에 대한 경제계 입장’ 보고서 내용과 별반 다르지 않다.

재계가 두 달 만에 다시 ‘같은 카드’를 들고 나온 것은 그 만큼 사안이 엄중하고, 절박하다는 반증으로 해석된다. 기아자동차의 통상임금 1심 패소 등으로 기업들의 눈덩이 부담이 현실화되고 있는 상황 속에서도 국회의 입법 작업은 진척이 없고 사회적 합의조차 이뤄지지 않으면서 우려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 이날 대한상의 건의가 국회를 향한 ‘간곡한 호소’로 비쳐지는 이유다.

◇“근로기준법 개정안 조속한 입법을”

문재인정부들어 ‘노동 3대 현안’은 정치, 경제, 사회를 아우르는 최대 쟁점으로 부각됐다. 통상임금 문제만 봐도 단순히 노사 간 분쟁 차원을 넘어, 산업계 전반에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통상임금은 휴일근로수당의 산정기초가 되는 중요한 임금결정기준이지만, 아직까지 명확한 법규정이 없어 잦은 분쟁을 유발하고 있다. 통상임금과 관련해 소송을 진행 중인 기업은 115개사에 달한다.

그간 정부와 사법부가 해석을 달리하면서 노사간 분쟁의 싹을 키운 측면이 컸다. 재계가 근로기준법 개정안의 조속한 처리를 당부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이날 기업인들은 “통상임금의 개념과 산입 범위를 명확히 하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조속히 입법되도록 힘써달라”고 입을 모았다.

현재 국회 계류중인 관련 법안은 두 건이다. 두 법안은 통상임금의 범위를 각각 ‘정기적·일률적으로 지급하기로 사전에 정한 임금’(이용득 의원 대표발의), ‘정기적·일률적으로 지급하기로 사전에 정한 일체의 금품’(김성태 자유한국당 의원 대표 발의)으로 정의했다.

◇통상임금 부담에 근무방식 바꾼 한국GM

통상임금에 대한 개념이 법제화되지 않은 상황에서 통상임금 소송에서 패한 기아차는 지난달 25일부터 잔업을 전면 중단하고 특근을 최소화하는 결정을 내려야 했다. 임금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다.

한 해 기본급의 750%에 해당하는 상여금을 받는 기아차는 정기상여금이 통상임금에 추가되면 연간 기준 통상임금 수준이 50% 정도 높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통상임금과 연동되는 수당도 50%가 늘어난다. 기아차 근로자들의 평균임금은 9600만원(2016년 기준)인 걸 감안하면 늘어나는 통상임금을 감당하기 힘들다는 것이 기아차 입장이다.

앞서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으로 산입한 한국GM도 같은 전략을 택했다. 한국GM 군산공장은 2015년 4월부터 ‘주간 연속 2교대’에서 ‘주간 1교대’로 근무 방식을 바꿔 운영하고 있는데, 물량 감소의 여러 요인 중 하나가 ‘통상임금 확대’였다는 게 업계 관측이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통상임금에 따른 임금 부담을 상쇄하기 위해서는 수당 최소화를 위해 근무체계를 조정할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현안 풀어갈 때 원칙과 현실 구분해 달라”

재계는 최저임금과 근로시간 단축에 대해서도 명확한 기준을 제시했다. 최저임금은 상여금과 복리후생 수당 등이 산입 범위에 포함돼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최저임금이라는 제도 취지에 맞게 상여금, 복리후생수당 등이 포함되도록 산입 범위를 합리화해달라느 것이다. .

고임금 근로자도 덩달아 임금을 올려야 할 수 있고, 호봉제 기업의 경우 호봉 테이블 전체가 도미노식으로 상향 조정돼야 하는 등 입법 취지와 배치되는 부작용이 예상된다는 것이 재계 생각이다. 최저임금 산입 범위는 ‘근로자가 실제 지급받는 임금 총액’ 기준으로 현실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근로시간 단축과 관련해서는 입법을 통해 기업 규모별로 근로시간을 단계적으로 줄여나가게 해달라”고 요청했다.한국인의 근로시간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멕시코에 이어 두 번째로 긴 만큼, 재계도 근로시간을 줄이자는 기본 방향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다.

다만, 유예기간 없이 즉시 근로시간이 주 52시간으로 단축할 경우 중소기업들은 인력난 속에 납기 차질을 빚거나 설비 증설, 교대제 개편 때 애로가 생길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정구용 대한상의 고용노동위원장은 “우리 기업인들도 저성장·양극화 문제 해결이 필요하다는 것에 공감한다”며 “국회가 현안을 풀어갈 때 원칙과 현실을 구분하고 기업규모나 형편에 따라 탄력적으로 적용하며 현실을 고려한 합리적 대안을 마련해 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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