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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탈원전은 ‘쩐의 전쟁’?…정치권, ‘근거없는’ 비용추계 난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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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성만 부각…안전성ㆍ생태계 평가는 뒷전



[헤럴드경제=최진성 기자] 탈원전 정책을 둘러싼 정치권의 공방이 ‘비용’ 문제로 변질되고 있다. 여야 모두 자의적으로 비용을 산출하거나 근거가 미약한 추계를 제시하면서 주무기관조차 납득하기 어려운 주장들이 난무하고 있다. 탈원전 정책의 ‘경제성’만 부각할 뿐 정작 국민 생명과 직결되는 안전 및 환경 문제는 외면받고 있다.

지난 24일 한국수력원자력을 대상으로 열린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유독 ‘억’ 소리가 난무했다. 탈원전 정책에 반대하는 야권이 신규 원전 건설 중단에 따른 ‘매몰비용’을, 정부ㆍ여당은 원전 가동에 따른 ‘추가비용’을 각각 제기하면서다.

헤럴드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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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금주 국민의당 의원은 문재인 정부의 방침대로 신규 원전 건설이 백지화되면 이전 정부에서 투입한 8930억원(신한울 3ㆍ4호기 및 천지 1ㆍ2호기)이 매몰비용으로 처리된다고 주장했다. 윤한홍 자유한국당 의원은 이 비용을 9955억원이라고 추계했다.

이에 대해 이관섭 한수원 사장은 “APR+ 개발비용(2350억원)을 매물비용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반박했다. 한수원 측은 4675억원 수준으로 평가했다.

신고리 5ㆍ6호기의 공사 중단에 따른 피해금액은 건설업계의 주장만 반영했다. 손금주 의원은 “건설업체와 간담회를 가졌다”면서 “인력 유지, 하청업체 기술 유지 비용, 공사 준비 및 재개를 위한 자재비 등 배 이상 들어간다”고 말했다. 한수원은 1000억원 내외로 추정했다. 손 의원 말대로라면 1000억원 이상 추가 보상비를 마련해야 한다.

곽대훈 한국당 의원은 월성 1호기 폐로에 따른 경제적 손실 규모를 1조4991억원으로 추산했다. 이는 한수원이 5년간 발전 정지에 따른 전력 판매 손실로 운영비, 유지비 등은 일상 경비조차 반영되지 않았다.

정부ㆍ여당은 핵폐기물 처리비용에 초점을 맞췄다. 홍익표 민주당 의원은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비용선정위원회의 자료를 근거로 ‘고준위 핵폐기물 처리장’ 건설 및 운용에 필요한 예산이 64조1301억원에 달한다고 밝혔다. 이는 ‘방사성폐기관리금’으로 적립되는데 한수원은 지난 40년간 4조7384억원만 납부한 상태다. 매년 9137억원씩, 2082년까지 59조원을 납부해야 한다고 홍 의원은 설명했다. 같은 당 홍의락 의원도 “사용 후 핵연료 관리비에 천문학적 숫자가 들어간다”고 거들었다.

정치권에서는 여야가 ‘쩐의 전쟁’에 매몰되면서 탈원전 정책의 본질이 왜곡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특히 원전의 안전성과 주변 생태계 보전 문제, 신재생에너지 정책 등은 전혀 점검하지 않은 채 구태의연한 정략적 접근에만 그치고 있다는 지적이다.

ipe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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