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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5 (수)

김기춘 변호인 "지원배제 쪼잔한 일이지만 헌법 위반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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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검팀 공소 내용 두루뭉술하다"며 공소기각 주장

"대통령·비서실장 의도 오해한 직원들이 잘못"

중앙일보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 [연합뉴스]




제때 항소이유서를 내지 못해 항소가 기각될 위기에 처했던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 측이 "특검의 공소를 기각해 달라"고 역공을 폈다.

블랙리스트 사건 항소심을 맡은 서울고법 형사3부(부장 조영철)는 지난 17일 박영수 특별검사팀 항소이유를 들은 데 이어 24일에는 조윤선·김종덕 전 문체부 장관과 김상률 전 교문수석 등 피고인들의 항소이유를 들었다. 김 전 비서실장은 적법한 항소이유서를 내지 못했기 때문에 제외됐다.

다만 김 전 비서실장 측에게는 항소이유와 상관없이 재판부가 직권으로 1심 판결을 다시 살펴야 하는 이유에 관해 주장할 기회가 주어졌다. 지난달 26일 공판준비기일 때 재판부가 "김 전 비서실장의 항소이유서는 적법하지 않으므로 항소이유를 중심으로 심리할 수는 없지만, 직권조사사유 범위 내에서는 심리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된다"며 약속했던 절차다.

김 전 비서실장의 변호인 이동명 변호사는 “저희가 항소이유서를 제출하지 않았기 때문에 (발언을) 하지 말라고 해도 할 말이 없는데 기회를 주셔서 감사하다”고 운을 뗀 후 “항소이유서는 제출되지 않았지만, 직권조사 사항도 어차피 심리 대상이 되기 때문에 저희가 입증 활동을 적극적으로 하는 건 제한될지 몰라도 결국 재판부는 직권사항이 있으면 심판해야 한다”며 주장을 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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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의 변호를 맡은 이동명 변호사. [연합뉴스]




이 변호사는 특검팀이 공소장을 너무 두루뭉술하게 써 놨기 때문에 애초에 김 전 비서실장을 재판에 넘긴 것 자체를 무효로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변호사는 “예술위원회 담당 직원 누가 언제 어떤 방식으로 심사위원 중 누구에게 부탁하고 의사를 전달했는지 등이 전혀 특정 안 돼 있다”면서 “(특검이 주장하는) 325가지 범죄사실은 문체부서 작성한 명단 중 실제 지원에서 배제된 경우를 정리한 것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그는 “사업마다 내용도 다르고 담당 위원들도 다른데, 일부 범죄사실에 대해 역사적 사실만을 나열해 놓은 것을 근거로 나머지 사업들도 같은 방법으로 부당개입했다며 뭉뚱그려 기소했다”며 “사람 하나 죽인 것을 엉성하게 써 놓고 325명을 죽였다는 셈이다”고 빗댓다. 이 변호사는 “공소장이 이러니 1심 판결도 똑같다. 1심 판결문도 공소장 그대로 쓴 것이다”고 말했다.

특검팀에서 이용복 특검보가 “재판장님 이의 있습니다”며 일어선 것은 이 변호사가 문체부 산하 위원회의 독립성 여부에 이어 원심 판결의 오류를 지적하던 때였다.

이 특검보는 “직권조사 사항에 대해서만 진술하기로 했는데 사실상 항소이유를 진술하고 있다”며 항의했다. 조영철 재판장은 “직권조사사항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재판부가 판단할 문제다”며 이 변호사가 계속 진행할 수 있게 했다.

이 특검보가 “죄송하지만 재판장께서 그렇게 하신다고 하면 항소이유서를 적법하게 낸 분하고 아닌 분하고 아무 차이 없지 않느냐”고 다시 일어서자 이번엔 이 변호사가 “그게 형사소송법 취지다”며 맞섰다. 재판장은 “직권조사 여부 판단함에 있어 모든 의견들 듣고 재판부가 판단하는 것이다”며 특검팀의 이의 제기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 변호사는 이어진 의견 진술에서 “어떤 탤런트를 방송에 출연하지 못하게 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지만, 국가 예산을 누구에게 줄 것인가는 정책이다”면서 김 전 비서실장의 무죄를 주장했다. 그는 “문체부나 예술위에서 물밑작업으로 일부 배제되는 상황이 일어났다”“우파 정권이라도 좋은 좌파 사람에게는 보조금을 주는 게 맞다. 잘했다는 게 아니다”며 잘못된 일이 벌어진 것은 인정하면서도 그것이 김 전 비서실장의 죄는 아니라고 주장했다.

“대통령이나 비서실장이 보기에 이상한 사람들이 국가 예산을 좀 못 받게 하라는 추상적인 지시를 한 것인데 윗선의 의도와 달리 밑에서 오해를 해 잘못됐다”는 것이다. 이 변호사는 “포용력 없고 좀 쪼잔하게 한 건 맞지만 그것이 특검팀 주장처럼 헌법 위반은 아니다”면서 김 전 비서실장에게 징역 3년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해달라고 말했다.

이날 재판에서는 함께 재판을 받던 신동철 전 청와대 정무비서관의 변호인이 “김기춘 피고인의 재판 참여를 널리 허용해 달라”고 재판부에 청하기도 했다. 특검팀과 김 전 비서실장 측의 공방이 한 시간쯤 이어졌을 무렵이었다. 신 전 비서관의 변호인 임정수 변호사는 “저희로서는 공범으로 기소돼 있는데 비서실장으로서 김기춘 피고인의 역할이라든가 인식, 재판할 수 있는 자료가 이 사건 유무죄를 가리는데 중요하다. 저희로서는 그런 부분을 모르거나 자료에 접근할 수 없다”고 말했다.

문현경 기자 moon.h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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