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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3 (월)

[필동정담] #MeT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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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맨스플레인(Mansplain)'이라는 신조어를 만든 리베카 솔닛은 '남자들은 자꾸 나를 가르치려 든다'는 책에서 강간을 이렇게 정의한다. "강간은 욕정의 범죄가 아니라 계산된 기회주의적 범죄다." 자신이 범죄를 저질러 얻을 수 있는 이득과 벌을 받을 때의 손해를 저울질하고 성공할 가능성이 있는 피해자를 고른다는 것이다.

할리우드 거물 영화제작자 하비 와인스타인의 성 스캔들에도 이런 계산이 깔려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 할리우드에서 자신의 메가톤급 영향력과 이미지를 먹고사는 여배우들의 속성을 고려할 때 들통날 확률이 낮다고 믿었을 것이다. 그러나 앤젤리나 졸리, 귀네스 팰트로 등 톱스타들의 수치심을 무릅쓴 고백이 이어지면서 그의 추문은 만천하에 드러났고 퇴출도 자명해졌다.

와인스타인에서 촉발된 폭로전은 여성들이 성폭력·성추행을 당한 사실을 감추지 않고 용기 있게 고백하는 '미투(#MeToo·나도 그렇다) 캠페인'으로 이어져 전 세계로 퍼져나가고 있다. 영화 배우 알리사 밀라노가 트위터에 성범죄 피해를 밝히며 "성추행이나 성폭행을 당한 여성들은 '미투'란 해시태그로 고백해달라"는 글을 올리면서 시작됐다. 수십만 개의 리트윗이 달리는 등 반향은 대단했다. 그런 과정에서 미국 영화감독 겸 극작가인 제임스 토백이 지난 10년간 여배우 30명을 성추행한 의혹도 드러나고 있다. 심지어 남성들이 자신의 부적절한 행동을 자백하는 '내가 그랬다(#IDidThat)' 캠페인도 시작됐다. 성폭력에 대한 대안을 찾자는 취지에서 '어떻게 바꿀 것인가(HowIWillChange)' 같은 해시태그도 등장했다.

미투 캠페인은 권력을 이용한 성폭력에 더 이상 침묵하지 않겠다는 여성들의 용기의 분출이다. 잔잔한 미풍이 폭풍이 된 것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라는 플랫폼이 개인적인 피해를 사회 구조적인 문제로 공론화시키는 기능을 했기 때문이다.

팀 닥터에게 성추행당한 사실을 고백한 미국의 체조 금메달리스트 맥케일라 마로니는 "우리의 침묵이 너무 오랫동안 잘못된 권력을 허용해 왔다"고 했다. 영화배우 아메리카 페레라도 "다음 세대 소녀들은 이런 말도 안 되는 세상에 살지 않도록 침묵을 깨자"고 했는데 정곡을 찌르는 말이다. 여성들의 폭로와 고백이 계속 이어지면 권력형 성범죄자의 몰락을 더 보게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심윤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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