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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특파원+] 아베에 완패한 고이케의 변명 “철의 천장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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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 내부에선 “고이케를 ‘배제’해야 한다” 목소리도

세계일보

“철의 천장이 있다는 것을 새삼 알게 됐다.”

최근 일본 중의원 총선거에서 사실상 ‘아베 도우미’ 역할을 한 고이케 유리코(小池百合子) 도쿄 지사가 선거 참패에 대해 한 변명이다.

24일 마이니치신문에 따르면 국제회의 참석을 위해 파리에 머무르고 있는 고이케 지사는 전날 캐롤라인 케네디 전 주일미국대사와의 대담에서 선거 결과와 관련해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그는 “도쿄도지사에 당선돼 유리 천장을 하나 깼고, 도쿄도의원 선거에서도 완벽한 싸움으로 유리 천장을 깼다고 생각했다“며 “그러나 이번 총선거에서 철의 천장이 있다는 것을 새삼 알게 됐다”고 말했다.

유리 천장은 여성이 사회활동을 하면서 고위직으로 나아가려 할 때 이를 가로막는 보이지 않는 장벽을 의미한다. 고이케 지사의 발언은 남성 중심의 일본 정치권에서 자신이 여성으로서 활약해 온 것을 강조하려 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고이케 지사가 이끄는 ‘희망의당’이 지난 22일 치러진 중의원 총선거에서 기존 의석도 지키지 못하는 참패를 당한 것은 고이케 지사의 ‘배제’ 발언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당시 제1야당이던 민진당이 희망의당으로 흡수되는 길을 선택했을 때 고이케 지사가 민진당 내 진보계 인사들의 합류를 거부하면서 이들을 “배제한다”고 한 발언이 역풍을 불렀다는 것이다. 그 전까지만 해도 희망의당을 중심으로 ‘반 아베’ 세력이 결집해 아베정권을 무너뜨릴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던 상황이었다.

결국 민진당 진보계 인사들이 ‘입헌민주당’을 창당하면서 야권이 분열됐고, 고이케 지사의 ‘오만함’에 실망한 일부 유권자의 지지가 희망의당에서 입헌민주당으로 옮겨갔다. 이 같은 야권 분열은 여당에 ‘어부지리’를 안겼다. 이번 선거에서 자민당의 지역구(소선거구) 득표율은 48%였지만 지역구 의석의 74%를 차지하는 압승을 거뒀다.

이에 따라 희망의당 내에서는 당 대표인 고이케 지사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민진당 출신 인사들을 중심으로 커지고 있다. 당 내에서 고이케 대표를 ‘배제해야 한다’는 등 그의 사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그러나 고이케 지사는 “당을 설립한 책임이 있다. 사퇴하는 것은 무책임한 일”이라며 대표직을 그만두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도쿄=우상규 특파원 skwo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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