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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4 (토)

단발머리 발레리나-수염 긴 무용수는 왜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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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용-클래식계 헤어스타일의 비밀

동아일보

예술은 자유롭다. 하지만 머리카락에서 자유는 잠시 머뭇거린다. 규제가 많지만 파격도 존재한다. 발레를 시작하면서 같은 머리카락 길이를 유지하고 있는 발레리나 김주원, 2015년 그램 머피 ‘지젤’에서 은색 가발을 쓴 유니버설발레단 황혜민, 머리카락을 활용한 머리채 춤으로 화제를 모은 국립무용단 춘상(왼쪽부터). 동아일보DB


“은퇴 공연 다음 날 머리카락을 아주 짧게 자르고 염색하고 싶어요.”

11월 드라마 발레 ‘오네긴’을 끝으로 은퇴하는 유니버설발레단 수석무용수 황혜민(39)은 최근 은퇴 기자회견에서 가장 하고 싶은 일로 머리카락 자르기를 꼽았다. 30여 년간 항상 어깨 길이로 머리카락을 유지해왔기 때문이다. 무용과 클래식 분야에서는 머리카락 길이와 색상에 대해 암묵적 규제와 금기가 있다. 물론 상황에 따라 파격도 존재한다.

2015년 유니버설발레단은 창작극인 ‘그램 머피의 지젤’을 무대에 올렸다. 당시 무용수들이 하얀색, 은색 가발을 쓰고 나와 화제를 모았다. 무용수들끼리 ‘귀신’ 같다며 서로를 보고 웃기도 했다. 클래식 작품에서 발레리나는 어깨 아래로 머리카락을 기른다. 유니버설발레단의 관계자는 “발레 ‘지젤’에서 주역 무용수가 머리를 풀어헤치고 나오는 장면이 있어 머리카락을 일정 길이 이상 길러야 한다”고 말했다. 길이만 빼면 자유로운 편이다. 유니버설발레단 솔리스트 한상이는 “탈색한 샛노란 머리가 아닌 이상 염색을 하거나 파마를 하는 무용수도 있다”고 밝혔다.

쪽머리로 무대에 서는 한국무용은 예상과 달리 머리카락 길이가 자유롭다. 가발 기술 발달 덕분이다. 한국무용가 김경숙은 “염색은 안 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한국무용과 발레 모두 금기 사항은 하나 있다. 바로 남성 무용수들의 수염이다. 클래식 작품에 어울리지 않고(발레), 전통이 아니기(한국무용) 때문이다. 머리카락도 길거나 아주 짧지 않은 길이를 요구한다.

현대무용은 머리카락의 길이와 색상에서 자유롭다. 현대안무가 안은미처럼 민머리로 활동하는 무용수도 많다. 현대무용 안무가 김보라는 “신체 일부인 머리카락은 무용에서 신체 도구로 사용되기 때문에 안무가에 따라 무용수에게 민머리나 긴 머리카락을 요구하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클래식 음악 연주자의 머리카락은 취향과 개성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클래식 관계자는 “개성을 중요하게 생각하지만 클래식 자체가 보수적이다 보니 삭발이나 튀는 염색 등은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때 짧은 머리 스타일을 고수했던 피아니스트 지용은 눈에 띄는 외모 덕분에 구글의 광고에 출연하기도 했다. 첼리스트 미샤 마이스키는 긴 곱슬머리로 한때 팝스타 같다는 비아냥거림을 들었지만 개성으로 인정을 받고 있다.

악보를 잘 보기 위해 여성 연주자는 일반적으로 머리카락을 묶는 경우가 많다. 한 클래식 관계자는 “피아니스트 임현정, 카티아 부니아티슈빌리 등은 자연스럽게 머리를 풀어헤쳐 연주가 보다 역동적으로 보이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악기에 따라 스타일이 달라지기도 한다. 피아니스트 한상일은 “피아니스트들은 항상 오른쪽 옆얼굴만 보여주기 때문에 옆얼굴을 가장 잘 보일 수 있는 스타일을 선호한다”고 말했다. 첼로, 바이올린 연주자의 경우 머리를 묶거나 풀더라도 항상 오른쪽으로 내려놓는다. 자칫 연주 도중 방해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남성 성악가들은 머리카락을 길게 기르는 편이다. 테너 김석철은 “긴 곱슬머리가 무대에 잘 어울린다. 다만 바그너 오페라는 부랑자, 늑대인간 등이 주역이어서 어떤 머리스타일도 괜찮다”고 말했다. 여성 성악가들은 짧은 머리를 선호한다. 소프라노 서선영은 “머리카락이 허리까지 길지 않은 이상 대부분 가발을 씌우기 때문에 머리카락을 짧게 유지하는 편이다”고 밝혔다.

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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