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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5 (일)

[기고]서울 택시 문제 해결할 ‘직영택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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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직영택시 운영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소수의 경영진이 다수의 저임금 기사를 두는 법인택시와 서울시 정책에 비협조적인 일부 개인택시의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택시를 몰고 있는 입장에서 서울 택시의 문제점을 열거해 보겠다.

경향신문

첫째, 이용자 관점에서는 가까운 거리 가기에 부담스럽고 차안에서 불쾌한 냄새가 나고 늦게 가며 불친절하다는 것이다. 둘째, 기사 관점에서는 근무시간이 너무 길며 수입은 적고 사납금 부담이 크다. 셋째, 회사 입장에서는 기사 구하기가 힘들고 기사의 질적 수준이 낮으며 기사의 연령이 너무 높다는 불만을 가지고 있다. 넷째, 서울시 입장에서는 개인택시조합 및 택시회사 관리가 힘들며 택시요금 인상에 대한 시민들의 반응이 부담스럽다는 점과 개인택시와 법인택시의 이해관계가 달라 일관된 정책 수립에 어려움이 있다는 것이다.

이런 이해관계 당사자들의 애로점을 해결하려면 다방면의 정책적 노력이 필요하다.

첫째, 서울시가 직영택시를 도입하여 기존 택시업계에 서비스 경쟁을 유도해야 한다. 고객들이 불편해하는 단거리·심야 승차 거부 문제는 보다 젊고 에코드라이빙과 스마트기기에 숙달된 스마트드라이버를 공급하여 해소할 수 있다. 기존 법인택시 중 기사 수급이 어려운 회사와 노령으로 매각하는 개인택시를 서울시에서 인수하여 직영하는 것이다. 서울시에서는 기존 택시회사처럼 이익금을 축적하지 않고 서비스 향상에 기여하는 기사에게 지급한다.

이렇게 운영하면 서울시 직영택시의 가동률은 90%까지 올릴 수 있다. 가동률 상승에서 나오는 수익금을 다시 신입사원 서비스 교육과 우수기사 인센티브로 활용하면 서비스 향상은 배가될 것이다. 기존 택시회사보다 임금을 월 100만원 이상 더 줄 수 있다. 기존 택시회사 가동률은 현재 65% 안팎으로 알려져 있다. 회사 간 기사 처우 하향평준화로 기사 유입을 스스로 막고 있는 꼴이다. 저임금으로 운영하니 택시회사만큼 편하게 사업하는 곳을 찾기 힘들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둘째, 택시요금을 현실화하는 것이다. 여기에는 기본요금 인상(단거리 고객 기피 해소)과 시간요금 인상(혼잡구간 기피 해소), 심야할증시간 확대(야간운행 기피 해소)가 뒷받침돼야 한다.

셋째, 경영합리화를 추구하고 기사의 경영참여를 유도하여 현안을 함께 풀도록 여건을 마련해야 한다. 손님을 많이 태울 경우 추가 보너스를 지급하여 단거리 고객을 기피하는 문제를 해소하고, 직영택시 기사 간 운행정보 공유 시스템을 가동하여 서울시 전역에 기사를 골고루 분산시키며, 우수 기사에게는 서울시장 표창 등으로 기사의 자긍심을 고취해야 한다. 신입 직원에 대한 교육(상권 분석, 스마트기기 사용 노하우)을 강화하여 보다 젊고 봉사심이 충만한 신규 기사를 충원하고, 차량 내 기사 평가 태블릿을 부착하여 손님의 평가에 걸맞은 인센티브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신입 기사들이 서울시 직영택시로 몰려들 수 있도록 정책을 만들어야 한다.

기사 평가에 충분히 동의하는 서비스정신이 충만한 기사는 늘어나는 베이비부머 퇴직자로 충원할 수 있다고 본다. 또 태블릿을 이용한 설문조사로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혁신도 성공 가능성이 크다. 정부 예산 추가 투입 없이 이러한 혁신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직영택시가 아니고서는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요구를 충족시킬 수 없다. 자기 몫을 먼저 챙기고 보겠다는 법인택시회사, 기사를 못 구해 차고에서 하염없이 대기 중인 택시, 소일거리 삼아 운행하고 밤에는 운행하지 않는 일부 개인택시, 생존을 위해 몸 바쳐 일하지만 하소연할 데 없어 악에 받친 법인택시 노동자, 떨리는 가슴으로 눈치 보며 택시 타야 하는 손님.

서울시가 잘하는 일이 많지만 유독 택시 문제는 수십년간 해결되지 않고 있다. 서울시 직영택시로 ‘택시 적폐’를 해결해야 한다. 지금 시점에서는 서울시 직영택시가 유일한 해법이다.

<박용규 | 카카오택시로300벌기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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