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엄사는 영국·네덜란드·대만·프랑스 등 여러 나라에서 법적으로 인정하고 있다. 한국 사회에서도 반대 의견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존엄사를 인정해야 한다는 데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2013년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조사에서 65세 이상 노인 89%가 무의미한 연명치료에 반대했다. 하지만 한국인은 생의 마지막 10년 중 절반을 질병으로 앓다가 세상을 떠난다는 통계가 말해주듯 ‘죽음의 질’은 나쁜 편이다. 영국 이코노미스트 연구소가 2015년 40개국을 대상으로 한 ‘죽음의 질’ 조사에서 한국은 최하위권인 32위를 차지했다. 게다가 한 해 전체 사망자의 20%가 심폐소생술이나 항암제 투여 등으로 고통을 겪으며 죽음에 이르고 있다.
연명의료결정법의 본격적인 시행까지 남은 기간에 준비해야 할 일이 많다. 2015년 7월부터 호스피스에 건강보험이 적용된 것 말고는 존엄사를 배려하는 제도적 장치는 미흡하기 짝이 없다. 전국 완화의료전문기관 81곳을 통틀어 호스피스 병상은 1321개에 불과하다. 전체 말기 암 환자의 10% 수준이다. 정부는 연명치료를 거부한 환자들이 호스피스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의료 인프라를 서둘러 구축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연명치료 중단이 생명경시로 흐르지 않도록 의료 윤리교육도 강화해야 한다. 복지국가라면 시민들의 삶의 질을 개선하는 것 못지않게 죽음의 질을 높이는 데도 전력을 다해야 한다. 품위 있는 죽음은 인간이 누릴 수 있는 마지막 복지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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