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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주민 외출 틈타… 무단 철거된 재개발 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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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가구 10여명 작년 겨울 '거리로'/계약서 작성 하루 전 '기습 작전'/현장소장·시행사 직원 2명 구속

“빌라가 철거됐다는 소식을 듣고 달려와 보니 폭격을 맞은 듯 처참했죠. 뒤늦게 달려온 주민들은 넋이 나간 모습이었습니다.”

지난해 12월27일 오후 4시30분쯤 주택철거공사가 한창 진행 중인 부산 남구 대연동 문현고개 인근 대연마루지역주택조합(530가구·조합장 강모씨) 아파트 공사현장. 지구 내 가장자리에 있는 4층짜리 대연빌라 한 동이 흔적도 없이 사라진 터에 조성근(61)씨 등 4가구 입주민 10여명이 모여들었다.

세계일보

부산 문현고개 인근 대연마루지역주택조합 부지 안에 있던 대연빌라가 형체도 없이 사라졌다. 부산경찰청 제공


조씨는 “당시 남은 가구 명도를 책임진 I용역사 간부가 저를 건물 밖 외부로 유인해낸 뒤 철거업체와 짜고 가재도구도 들어내지 않은 채 철거를 했다”며 “엄동설한에 오갈 데 없는 신세가 된 사람의 심정이 어땠을지 상상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씨는 “빌라가 파손되기 사흘 전 입주민들과 조합이 총매매대금 7억여원에 양도하기로 구두 합의를 본 직후 계약서를 작성하기 전날 기습적으로 이런 짓을 했다”며 “아무리 아파트 건설이 급하기로서니 생사람을 잡는 만행을 저지를 수 있느냐”고 분개했다. 아파트 공사는 현재 중단된 상태다.

부산 남부경찰서는 23일 이 사건과 관련해 철거업체 현장소장 최모(38)씨와 시행사 과장 백모(38)씨를 재물손괴 등의 혐의로 구속하고, I용역사 팀장 김모(56)씨 등 6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최씨와 백씨는 지난해 12월 I용역사 팀장 김씨의 지시를 받고 4가구가 사는 대연빌라 건물을 무단 철거하고 가재도구 1억3000만원어치를 파손한 혐의를 받고 있다.

조합장 강씨는 “제 친구인 용역사 팀장 김씨가 시켜 철거한 사실을 뒤늦게 알았다”며 “경위야 어찌 됐던 책임지는 입장에서 가재도구 비용을 모두 배상했다”고 말했다.

부산=전상후 기자 sanghu60@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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