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단체, "30일부터 옛 광주교도소 행불자 발굴"
광주교도소, 사망자 28명 중 시신 11구만 수습
계엄군 지휘관 "밟혀죽은 시신 암매장" 첫 진술
유적지 발굴 방식…유해 발굴, 15~20일 걸려
1980년 5월 계엄군에 의해 숨진 광주시민들의 시신이 안치된 상무관 모습. 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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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 지휘관이던 김모 전 소령이 1995년 5월 29일 서울지검에서 진술한 조서 내용이다.
김 전 소령은 “80년 5월 23일 오후 6시부터 약 2시간에 걸쳐 전남대에서 광주교도소로 호송하는 과정에서 사망한 3명을 포함해 12구의 시체를 매장한 사실이 있다”고 진술했다. 그는 또 “전남대에서 방송차량을 이용해 교도소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2~3명이 밟혀서 사망했다”고 증언했다.
5·18 당시 계엄군에게 끌려가는 광주시민들. 중앙포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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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진술에는 ‘교도소 담장에서 3m 정도 이격해 매장했다’ ‘전남대에서 방송차량을 이용해 시신 3구를 교도소로 옮겼다’는 등 구체적인 내용이 담겼지만 사실 확인은 이뤄지지 않았다. 5·18에 대한 신군부의 역사 왜곡과 정부와 군 당국의 무관심 속에서 암매장을 둘러싼 진실이 37년이 넘도록 땅속에 묻힌 것이다.
광주광역시 북구 옛 광주교도소 전경. 5·18 당시 암매장 장소로 유력하게 추정됐던 곳이다. 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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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기념재단은 23일 기자회견을 열고 “법무부와의 협의를 거쳐 옛 광주교도소의 암매장 추정 장소에 대한 발굴 조사를 시작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광주교도소에서 암매장 발굴 작업이 이뤄지는 것은 80년 5월 이후 37년 만에 처음이다. 5·18 당시 보안대 자료에는 옛 교도소에서 억류당한 시민 28명이 숨졌는데 이중 시신 11구만 임시매장된 형태로 발굴됐다.
5·18 기념재단 관계자 등이 지난 18일 광주광역시 북구 옛 광주교도소 외곽에서 5·18 당시 암매장 장소로 추정되는 곳을 살펴보고 있다. 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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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기념재단 측은 5·18 당시 3공수여단이 주둔했던 현장의 아스팔트와 잡초 등 장애물을 제거하고 표토층에서 10∼30㎝가량을 굴착할 계획이다. 발굴지에는 유적지 발굴 현장에서 활용되는 트렌치(trench·시굴조사 구덩이)를 설치한다.
5·18 기념재단이 23일 광주광역시 서구 치평동 기념재단에서 '옛 광주교도소 5·18 암매장 발굴 관련 브리핑'을 열었다. 김양래 재단 상임이사(오른쪽)와 정수만 전 5·18 유족회장이 옛 교도소 전경을 보며 발굴 방법을 설명하고 있다. 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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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굴 현장은 고고학 분야 전문가인 조현종 전 국립광주박물관장이 총괄한다. 최인선 순천대 문화유산연구소장도 ‘6·25 한국전쟁 함평군 민간인학살사건’ 현장을 조사한 경험 등을 토대로 발굴에 참여한다. 유해 발견 여부는 발굴 작업을 시작한 뒤 15~20일 정도 걸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오른쪽 두번째)가 18일 광주광역시 북구 문흥동 옛 광주교도소를 찾아 5·18기념재단 관계자와 함께 5·18 당시 암매장 추정지 발굴을 위한 현장조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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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사적지 22호인 옛 광주교도소는 5·18당시 시민군과 계엄군의 주요 격전지이자 시민군들이 고문을 당했던 장소다. 5·18 당시 이곳에는 3공수여단과 20사단 병력들이 주둔한 곳이어서 유력한 암매장지로 지목돼 왔다. 1980년 5월 18일 31사단 96연대 제2대대가 지키고 있다가 21일 오후 5시30분 전남대에서 철수한 3공수여단으로 교체됐다.
5·18 기념재단이 23일 '옛 광주교도소 5·18 암매장 발굴 관련 브리핑'에서 공개한 옛 광주교도소 전경. 붉은 원안이 이번에 발굴 조사를 벌일 지점이다. 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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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5·18기념재단에는 김 소장의 증언 외에도 옛 광주교도소에 대한 암매장 제보가 잇따르고 있다. 지난달 9일에는 3공수 부사관 출신인 김모씨가 “부패한 시신 5∼7구를 임시로 매장했다”고 증언하기도 했다.
5·18기념재단이 23일 '옛 광주교도소 5·18 암매장 발굴 관련 브리핑'을 통해 공개한 김모 전 제3공수여단 본부대장의 약도. 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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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양래 5·18기념재단 상임이사는 “문화재 발굴 방식으로 땅의 이력 등을 정밀 조사할 경우 시신을 묻었다가 다시 발굴해 갔는지, 굴삭기로 땅을 팠는지, 삽으로 팠는지 등 동원된 장비까지 확인할 수 있다”며 “5·18 진실 규명 차원에서 복원과 보존까지를 염두에 두고 발굴 조사를 하겠다”고 말했다.
지난 18일 광주광역시 북구 문흥동 옛 광주교도소에서 김양래 5·18기념재단 상임이사(오른쪽)가 현장을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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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5·18기념재단, 5월 단체 대표, 제보자 등이 지난 18일 광주광역시 북구 옛 광주교도소 안에서 5·18 당시 암매장 장소로 추정되는 곳을 살펴보고 있다. 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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