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총리와 자민당은 평화헌법 9조의 개정을 이번 선거 공약으로 내걸었다. 군사적 전력도, 국가의 교전권도 인정하지 않는다는 내용이다. 이 헌법대로라면 일본은 군대가 없어 다른 나라에 어떠한 무력행사도 할 수 없다. 이 규정을 고쳐 자위대의 존재를 헌법에 명기하겠다는 것이 아베의 공약인 셈이다. 이른바 ‘전쟁을 할 수 있는 나라’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가뜩이나 불안한 동북아의 긴장감은 더 고조될 수밖에 없다.
이번 총선 전후 과정만 봐도 일본의 개헌 가능성은 높아 보인다. 아베 총리의 승리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 도발로 야기된 위기가 일등 공신이라 할 수 있다. ‘사학스캔들’로 아베 정권은 지지율이 20%대로 떨어지는 등 최악의 위기에 몰렸다. 그러나 북한 미사일이 일본 상공을 날아가는 안보 위기감이 확산되자 아베 총리는 그 돌파구로 조기 총선 카드를 꺼냈다. 그리고 긴박한 북한 리스크를 해소할 ‘유일한 인물’은 아베 밖에 없다는 논리로 유권자의 불안심리를 파고들어 압승으로 연결시킨 것이다. 선거 직후 아베 총리는 “개헌안을 마련한 뒤 많은 사람들과 논의를 할 것”이라며 굳이 속내를 감추지 않았다. 게다가 일부 소수 우익성향 야당도 개헌을 지지하고 있어 아베 총리로선 더 이상 망설일 이유는 없어 보인다.
아베 총리는 지난 5월 2020년 신헌법 시행이란 구체적 일정을 제시한 바 있다. 사학스캔들 위기로 한 때 개헌 동력이 사라진듯 했지만 이번 승리로 불씨는 확연히 살아났다. 일본의 군국주의 회귀는 분명 주변국에 대한 도발이고, 나아가 동북아 평화를 위협하는 악수(惡手)다. 더욱이 일제의 수모를 겪은 우리로선 결코 좌시할 수 없는 일이다. 중국 미국과 함께 일본의 재무장 저지를 위한 공동전선을 치밀하게 펴 나갈 필요가 있다. 국제사회에도 그 부당성을 충분히 알려야 한다. 무엇보다 빌미가 된 북한 핵 위기 해소가 선행돼야 할 사안이다. 문재인 정부가 풀어야 할 큰 과제가 하나 더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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