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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3 (월)

[홍기영칼럼] 공론화 이후 에너지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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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이코노미

에너지 없는 4차 산업혁명은 상상할 수 없다. 자율주행차·로봇·사물인터넷(IoT)은 전기에너지가 뒷받침돼야 꽃피울 수 있다. 경제가 고도화할수록 일상생활과 산업 생산에 필요한 전력 수요는 늘어난다. 클린 에너지인 ‘전기의 시대’가 활짝 열리는 것이다. 파리기후변화협정에 따라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해서는 석탄·천연가스·원자력·신재생에너지 등 전기를 만드는 에너지 믹스가 조화를 이뤄야 한다.

청와대는 “탈(脫)원전 국정 기조에는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섣부른 탈원전 정책에는 경고음이 울린다. 서민과 기업에 피해를 입히는 전기료 폭등 파장이 관건이다. 정부는 지난해 22%였던 LNG 화력 발전 비중을 2030년 37%까지 늘린다는 계획이다. 한국이 LNG 도입량을 확 늘리면 자칫 LNG 도입 가격이 급등하고 전기요금 인상 압력이 가중될까 걱정된다.

태양광, 풍력을 활용한 신재생에너지를 조급히 늘리려단 경제적 부담을 감당 못한다. 대대적 신재생에너지 투자에 나섰던 캐나다 온타리오주는 ‘전기요금 폭탄’이란 비극을 맞았다. 2008년부터 2016년까지 전기료가 71%나 올랐다. 해당 지역 제지·철강·자동차 관련 제조업에서는 생산원가 급등에 경쟁력이 약화돼 7만명 이상 일자리가 사라졌다. 호주는 2020년부터 신재생에너지 보조금을 중단하기로 최근 결정했다. 호주는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지난 2006년 9.3%에서 9년간 13.7%로 끌어올렸다. 호주 동부 지역 전기료는 그동안 63% 상승했다. 결국 호주 정부는 고비용 신재생에너지 지원 대신 석탄·가스 등 전통적 발전 방식으로 돌아가겠다는 에너지 정책을 발표했다.

우리 정부가 비중을 2030년 20%까지 높이려는 신재생에너지는 되레 환경 훼손의 주범으로 부상한다. 산림청에 따르면 태양광과 풍력 발전을 위해 지난 2007년 이후 10년간 훼손된 산림은 여의도 면적의 10배에 달한다. 이러다간 태양광 패널 건설로 숲으로 우거진 주변 산이 사라질 판이다. 게다가 납이 함유된 발암물질 덩어리 태양광 폐모듈 처리도 골치다. 2030년에는 전국에서 쓰고 버리는 태양광 폐모듈 발생량이 지금의 500배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된다.

사실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사고와 경주 지진 빈발로 원전의 안전과 폐기물 처리에 대한 국민적 불안이 커졌다. 그러나 원전에 대한 오해는 지나치다. 원자로가 대형 폭발을 일으킨 가상 스토리 영화 ‘판도라’ 같은 방사능 공포는 과장이 너무 심하다.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까지 겹쳐 과학적 진리를 왜곡한 괴담이 판친다. 하지만 해외에선 기후변화와 에너지 안보의 중요한 대안으로 원자력 발전이 다시 부상한다. 일본은 멈췄던 원전을 80%까지 재가동한다는 방침이다. 영국, 체코, 핀란드, 사우디아라비아, 필리핀, 베트남 등 많은 나라가 원전 건설을 계획하고 있다. 더욱이 소형원자로(SMR) 기술 개발로 원전은 경제성과 안전성이 지속적으로 개선되는 추세다.

신고리 5·6호기 건설 재개 결정이 내려졌다. 국론 분열을 극복하고 미래 에너지 시대 개막을 준비해야 할 때다. 정부가 포퓰리즘에 휘둘리면 에너지 수급 안정과 산업 발전을 위한 백년대계가 무너진다. 원자력은 고품질 저비용 친환경 에너지다. 그리고 기술 자립의 초석을 다진 국산 에너지다. 한국의 원전 운용 능력은 세계적으로 우수하다고 정평 나 있다. 지난 2009년 아랍에미리트에 원전 4기를 수출하는 쾌거를 이룬 바 있다. 정부는 한국형 토종원전(APR1400) 개발 기술력을 해외 수출 시장 개척에 적극 활용해야 한다. 경쟁국 중국·러시아는 원전 수출에 열을 올린다. ‘에너지 정책 대전환’을 추진하는 정부는 40년 공든 탑을 스스로 허무는 어리석음을 범해선 안 될 것이다.

[주간국장·경제학 박사 kyh@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930호 (2017.10.25~10.31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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