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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3 (월)

[취재수첩] 뒷말 무성한 금감원 채용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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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감독원은 취업준비생들 사이에서 ‘신의 직장’으로 손꼽힌다. 이런 금감원이 최근 시쳇말로 ‘멘붕’에 빠졌다. 감사원 감사에서 채용비리에 임직원들의 불법적인 주식 거래까지, 비위가 줄줄이 엉켜 나오면서다.

특히 충격적인 비리 행태는 크게 2가지다. 첫째는 채용비리다. 불과 얼마 전 변호사 특혜 채용으로 곤욕을 치렀던 금감원이 또다시 정직원 채용비리에 연루됐다는 점에서 그렇다. 금감원 직원들의 주식 거래 또한 비아냥을 받고 있다. 금융사 검사, 감독으로 각종 비공개정보를 접하는 금감원 직원들에겐 주식 거래가 엄격히 제한돼 있다. 그럼에도 무려 50명의 직원이 불법 주식 거래로 적발됐다.

한 증권사 임원은 “금감원은 최근 애널리스트들을 대상으로 한 리서치 부문 검사에서 불법적인 주식 거래가 있었는지를 집중 검사했다. 이랬던 금감원 임직원들이 수백억원에 달하는 규모로 주식 거래를 일삼았다고 하니 황당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채용비리 건을 두고는 뒷맛이 영 개운치 않다. 유사 사건이 터질 때마다 정작 원인 제공자는 쏙 빠지고 하급자들만 옷을 벗는 행태가 반복되고 있어서다. 금융권에선 채용 청탁 당사자로 지목된 금융지주 대표가 ‘금감원이 오버한 것 같다’는 말을 하고 다닌다는 소문도 돈다. 금감원 간부 출신 금융사 임원은 “당시 채용을 담당했던 실무국장도 뻔히 감사에서 문제가 될 것을 알면서 결코 자의적으로 판단할 인사가 아니다”라고 항변했다.

금감원 전직 고위 임원들은 이번 사태를 환골탈태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전직 금감원 부원장보는 “인사청탁 문제는 청탁한 사람도 함께 처벌하는 등 강력한 조치 없이는 근절되기 힘들다. 공채 중심 순혈주의에서 탈피하고 외부 전문가들을 적극 중용해 분위기를 쇄신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외부 비판을 의식해 내부 규제가 지나치게 강화돼 자칫 무사안일과 보신주의가 고착화되는 것도 경계해야 한다”는 조언도 새겨들어야 한다.

매경이코노미

[배준희 기자 bjh0413@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930호 (2017.10.25~10.31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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