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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9 (수)

전문성 없는 국내 동물원 설계…‘주토피아’는 먼나라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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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입법조사처 조사, 미국 13개 업체 이상 활동

한국 전문인력 전무한 상황…갈 길 먼 동물복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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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좁은 청주동물원의 수달사. 최예린 기자 floy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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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동물원의 역사는 창경원 시절(1909년)을 기준으로 하면 이미 한 세기가 지났다. 하지만 현대 동물원의 시작을 1980년대 우후죽순 들어선 공영동물원이라고 할 때, 동물원 사육시설 설계의 역사는 약 30년을 지났다고 봐야 한다. 30년 동안 동물원 시설 설계분야에서 전문성이 쌓인 업체는 한 군데도 없다.

이용득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얻은 국회 입법조사처의 ‘동물원 설계’ 자료를 보면, 한국의 동물원 설계 시공은 “(시설 설계) 수요가 매우 제한적이기 때문에 전문인력을 보유한 사무소는 찾아보기 어렵다”고 돼 있다. 동물원은 공원시설로 간주해 조경설계사무소와 종합조경공사업체에서 담당하는데, 그러다 보니 “프로젝트별로 관련 전문가나 기존 동물원 관리자의 의견을 듣고 해외 사례를 참조해 진행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와 달리 미국은 대형 동물원의 경우 3곳의 대형 설계사무소가 맡고 있다. 시애틀에 있는 ‘포르티코 그룹’, 세인트루이스에 있는 ‘피지에이브이(PGAV) 데스티네이션스’, ‘필라델피아의 시엘아르’ 등이다. 수십 년씩 된 이들 기업 말고도 동물원 설계를 수행하는 5~30명 규모의 소형 설계회사도 미국 전역에서 10여개가 활동하고 있다. 이 가운데 1978년 전시 개념을 바꿔 동물이 자연 속에 있는 듯한 느낌으로 만든 우드랜드 파크 동물원을 설계한 존스 앤 존스 설계사무소가 대표적이다. 미국에서 동물원과 수족관 설계에는 별도의 허가나 면허는 없다.

자료에서는, 미국은 이들의 협업으로 산업은 확장되고, 디자인뿐 아니라 생물학, 생태학, 인지 행동학 등 새로운 배경을 가진 전문가들이 동물원 설계에 참여하고 있는 것이 국내와 다른 점이라고 했다. 반면 한국은 “사업 진행 초기 단계에서 명확한 개념이나 방향을 제시하지 못해 동물복지에 대한 고려 미흡, 추진과정에서의 혼선과 비용 낭비 등이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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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뉴욕의 프로스펙트파크 동물원 바다사자사. 이 동물원은 뉴욕 동물원 4곳 중 교육 위주의 동물원으로 규모가 아주 크지 않은 곳이다. 뉴욕/최우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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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원이 투자를 하지 않으면 시설 설계 전문성도 쌓일 수가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준영 국회 입법조사관은 “미국은 우리보다 동물원 숫자가 많고 동물원에 대한 관심이 높은 편이라 공공부문에서도 투자가 잘 이뤄진다. 동물 우리가 없는 ‘주토피아’처럼 관람객을 동물원에 초대하는 개념이 수립되다 보니 창의력 있는 동물원 설계가 자주 필요한 편”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동물원 자체가 시설을 바꾸려고 노력해야 산업이 형성된다. 연구, 보전, 교육 기능 등 동물원의 역할이 늘어나는 만큼 자본을 투입해 시설을 바꿔야 한다. 그런데 현실에서는 돈이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최우리 기자 ecowoo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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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뉴욕 프로스펙트파크 동물원의 렛서팬더사. 뉴욕/최우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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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우치공원 코끼리사는 농구코트보다 조금 더 크다. 광주/최우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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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뉴욕 브롱크스 동물원의 코끼리가 사는 우리는 광주우치공원 코끼리보다 넓고 녹색공간이 많다. 뉴욕/최우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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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창으로 막힌 코요테사. 대부분의 공영동물원이 최초 사육시설을 만들 때 참고했던 형태이다. 광주/최우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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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뉴욕 퀸즈동물원의 사육시설. 철창이나 우리가 따로 없고 관람객의 공간과 분리시키되 자연스러운 환경을 조성해두는 것이 특징이다. 뉴욕/최우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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