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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이통사 "보편요금제 하느니…" 차라리 자급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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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통3사, 보편요금제 의견수렴 과정
과기정통부에 "추진 철회" 의견제출
통신비정책 중 가장 위협적이라 판단

통신비 부담 독박쓰는 이통사들 울상
"SKT, 완전자급제로 사면초가 돌파구"
자급제시 정부·제조사 등과 책임분담


아시아경제

"최악(보편요금제)보다는 차악(단말기완전자급제)이 낫다."

이동통신사의 저울질이 시작됐다. 정부가 통신비 인하대책으로 취약계층 추가감면, 선택약정할인율 인상, 보편요금제 의무출시 등을 마련하고 이통사 압박에 나서자 각 제도가 미칠 영향의 경중을 따지고 있는 것이다. 결론은 '보편요금제'만은 피하자로 모아지는 분위기다.

이런 움직임에 가장 적극적인 곳은 SK텔레콤이다. 사면초가 상황을 돌파할 카드로 '단말기완전자급제'를 빼들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은 지난 12일 국정감사에 이통3사 CEO중 유일하게 증인으로 출석해 "완전자급제에 대해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며 "완전자급제로 단말기(판매)와 서비스가 구분되면 분명 경쟁 효과가 생길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전향적 태도는 완전자급제로 이득을 얻거나 성장동력을 발굴할 것이란 기대감에서 나온 게 아니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보편요금제는 사실상 사업을 접으라는 얘기"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완전자급제를 받아들이면 통신비 책임이 이통사와 제조사로 분산되니, 차라리 이거라도 해야하나하는 심정이 상당부분 녹아있다"고 전했다.

보편요금제는 정부가 요금제를 설계하고, 이를 시장지배사업자인 SK텔레콤에 출시를 의무화하는 방식이다. KT와 LG유플러스보다 SK텔레콤이 더 예민하게 반응하는 이유다. 월 2만원대에 데이터 1.3GB를 제공하는 안이 유력하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마련해 입법예고를 마친 상태고 10월내로 규제개혁위원회, 11월 법제처 심사를 거쳐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보편요금제는 전기통신사업법과 고시개정을 통해 이루어지므로 법적으로는 자급제와 무관하지만, 현실적으로 완전자급제 도입은 보편요금제의 명분을 사라지게 만든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박선오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 부회장은 "5월 국정기획자문위에서 통신비 인하를 논의하면서 이통사들은 엄청난 압박에 시달렸다"며 "그러나 완전자급제가 이슈로 떠오르면서 이통사들은 오히려 압박에서 탈출하게 된 셈"이라고 말했다.

SK텔레콤과 달리 KT와 LG유플러스는 보편요금제 시행에 비교적 자유롭기 때문에, 그 대안으로써 자급제에 대한 입장을 뚜렷하게 내지 않고 있다. 자급제는 대리점과 유통망 등이 얽혀 있는 복잡한 문제로,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는 원론적 입장이다. 다만 두 회사 역시 보편요금제 도입 및 확산을 막아야 한다는 점에서만은 뜻을 같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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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보편요금제 출시로 예상하고 있는 요금제 구조개편. 정부는 최저가격의 보편요금제를 설정하면, 나머지 상위 라인업에 속한 상품군들의 서비스제공량이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통 3사는 최근 과기정통부에 보편요금제 추진 철회를 요구하는 의견서를 제출했다. 이통사가 공식 문서로 정부 정책에 전면 철회를 포함한 반대 의사를 밝힌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이통사들은 보편요금제가 시장가격인 통신요금을 정부가 강제하는 것은 기업의 경영권과 자유를 과도하게 침해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또 5G 등 대규모 신규투자가 예고된 상황에서 정부주도의 요금규제는 글로벌 추세에 역행한다고 보고 있다.

한편 완전자급제에 대한 시장의 기대는 나쁘지 않은 상황이다. 증권가에서는 완전자급제가 통신주 폭등의 계기가 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김홍식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완전자급제가 이슈화 되면서 통신비 책임은 이통사로부터 정부·유통사·제조사·포털 등으로 옮겨가는 형국"이라며 "완전자급제는 소비자와 통신사에게 모두 유리한 제도"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요금·가격 경쟁은 심화되겠지만 비용 감소분이 매출 감소분보다 훨씬 클 것"이라 했다. 완전자급제가 도입돼 보조금 개념이 사라지면 이통3사는 연간 8조원에 달하는 비용을 감축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김동표 기자 letme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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