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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4 (화)

[TOPIC] 찬반 시끄러운 ‘단말기 자급제’ 휴대폰 출고가 낮춰 싼 요금제 등장 기대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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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국정감사에서 단말기 자급제(잠깐용어 참조) 도입은 통신 분야 가장 큰 이슈로 떠올랐다.

통신비 인하 대책 중 하나인 단말기 자급제를 도입하는 법안이 잇따라 발의되면서 찬반 논쟁이 한창 진행 중이다. 자급제 도입 법안 발의를 한 의원들은 “자급제가 도입되면 제조사 간 가격 경쟁을 유도해 단말기 출고 가격을 인하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반면 정부는 도입에 신중한 입장이다. 자급제를 도입하면 유통에 손을 떼는 통신사가 보조금을 아예 지급하지 않게 되면서 통신요금 할인제도가 사라진다. 게다가 수만 개가 넘는 유통판매점은 ‘생존 문제’라며 강력히 반발한다.

매경이코노미

단말기 자급제가 통신업계 최대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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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말기 자급제가 뭐길래

▷통신사 폰 판매 손 떼는 제도

현재 국내 스마트폰 시장은 SK텔레콤이나 KT·LG유플러스와 같은 통신사가 사실상 유통을 맡고 있다. 삼성·LG전자 대리점이나 롯데하이마트에서도 폰을 구입할 순 있지만, 이곳에서 공기계만 구입하려면 통신사 판매 가격보다 약 10% 비싸게 사야 한다. 2년 약정계약을 맺지 않는 대가로 폰 가격을 더 올려 받는 셈이다. 대부분 소비자가 제조사가 아닌 통신사 직영점이나 유통점에서 폰을 구입하는 이유다.

단말기 자급제가 도입되면 통신사는 통신 관련 서비스만 제공해야 한다. 단말기 구입은 제조사나 판매점에서만 가능하다. 휴대폰 개통은 SK텔레콤·KT·LG유플러스 등 통신업체가 맡고 휴대폰 판매는 삼성전자·LG전자·하이마트 등 제조사와 대형 유통점이 전담하는 구조다. 통신 서비스와 단말기 유통을 완전 분리해 통신사끼리는 요금 경쟁, 제조사끼리는 가격 경쟁을 유도해 가계 통신비를 낮추는 것이 골자다.

정치권은 분위기가 엇갈린다. 자급제 법안은 김성태 자유한국당 의원,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했다. 또 김성수, 신경민 민주당 의원이 법안 발의를 예고한 상태다. 김성수 의원은 “자급제 이해관계가 복잡한 것은 이해하지만 더 복잡한 문제는 현재 시장구조”라며 “이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일은 자급제밖에 없다”고 말했다.

반면 국민의당은 자급제가 급격한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신중히 도입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김경진 국민의당 의원은 “자급제는 소비자들이 다양한 제품을 사용한다는 전제가 있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는 그렇지 않다”고 우려했다.

정부 또한 자급제 도입은 시기상조라는 입장이다. 자급제 도입으로 인한 효과를 장담할 수 없고 중소 유통점 피해가 우려된다는 이유다.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자급제를 유통구조 분리 문제로 볼 수도 있지만 한국 시장의 특수한 독과점 구조도 있기 때문에 요금 인하 효과를 단정 지을 수 없다”고 말했다.

현재 휴대폰 판매와 유통을 맡고 있는 전국 중소 유통 매장 또한 큰 피해가 예상된다. 리베이트(장려금) 감소에 따른 수익 감소와 기존 유통망 붕괴로 인한 일자리 감소도 우려되는 대목이다.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KMDA)는 관련 법안 발의 직후 성명을 통해 “기대 효과는 불투명하지만 문제점은 명확한 제도”라며 자급제를 비판했다. 이에 대해 정치권 일각에선 통신비 정책과 제도가 휴대폰 유통 시장 관점보다 당초 취지대로 소비자 권익 보호를 최우선 가치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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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도 미묘한 시각차

▷SKT·LG ‘찬성’ 삼성·KT ‘반대’

자급제는 통신 시장 유통구조가 완전 개편되는 제도다. 메가톤급 폭풍이 예상된다. 그만큼 통신사뿐 아니라 단말기 제조사 셈법도 복잡하다. 대체로 SK텔레콤·LG전자는 ‘찬성’, KT·LG유플러스·삼성전자는 ‘반대’ 입장이다.

SK텔레콤은 통신요금 할인율 상향 조정, 취약계층 통신비 인하로 수익성이 악화되는 상황에서 매년 유통 대리점에 뿌리는 조 단위 마케팅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은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자급제에 대해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마케팅 비용을 4차 산업혁명 관련 투자에 활용할 수 있다는 점도 SK텔레콤이 자급제 도입에 찬성하는 이유다. 2·3위 업체인 KT와 LG유플러스가 자급제 도입에 신중하다. KT 관계자는 “단말기 자급제가 도입되면 업계 1위 SK텔레콤 중심의 시장이 고착화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1위 업체가 찬성하는 통신사와 달리 제조업체는 반대 모양새를 띤다. 국내 스마트폰 시장 70%를 차지하는 삼성전자는 내심 자급제 도입이 반갑지 않다. 김진해 삼성전자 한국총괄 전무는 지난 9월 갤럭시노트8 출시 행사에서 “세계 시장을 대상으로 하는 삼성전자가 국내에서만 스마트폰 가격을 낮게 책정하는 것은 어렵다”며 “자급제가 시행되면 가격이 많이 내릴 것으로 기대하지만 꼭 그렇지만도 않다”고 말했다.

반면 LG전자는 ‘나쁘지 않다’는 입장이다. 최상규 LG전자 국내영업총괄 사장은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 완전자급제와 관련해 “정부와 통신사 협의대로 따라가겠다”고 밝혔다.

전자업계는 자급제 도입이 LG전자 입장에서 나쁠 것이 없다고 본다. 현재 구조로는 LG전자가 삼성전자의 막대한 마케팅 지원 비용을 따라잡기 어렵다. 자급제가 도입되면 오로지 단말기 품질과 가격만으로 승부할 수 있다. 추격자 입장인 LG전자는 판을 뒤집을 새로운 계기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자급제 도입은 해볼 만한 싸움이 될 수 있다. 자급제 도입이 통신비 인하로 이어질지에 대해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도입을 반대하는 측은 “효과가 검증되지 않았고 중소 유통 상인 피해가 불가피하다”고 강조하지만 “경쟁을 유도해 가격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주장도 설득력 있게 들린다.

전문가들은 도입 초기 혼란은 불가피하겠지만 장기적 관점에서 통신비 인하와 유통구조 투명화에 긍정적일 것으로 내다본다. 윤문용 녹색소비자연대 ICT정책국장은 “통신사들이 가입자 유치를 위해 차별화된 요금제를 내놓을 것이다. 제조사 또한 판매 확대를 위해 출고 가격을 저렴하게 책정하는 등 가격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소비자 혜택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박홍근 의원은 “소비자들은 현재 유통구조에서 정확하지 않은 정보에 대한 불만과 복잡한 통신요금 구조에 대한 불신이 매우 크다”며 “소비자 55.9%가 완전자급제 도입을 찬성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영세 유통 상인 일자리 문제도 해법이 있다. 가령 자급제를 도입한 뒤 하이마트 등 대형 양판점에선 휴대폰 유통을 불가능하게 만들면 충분히 상인들과 윈윈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 수 있다. 현재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안정상 수석위원을 중심으로 관련안을 만들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용구 통신소비자협동조합 이사는 “통신사와 정부가 선택약정 할인율을 25%로 올렸지만 출고 가격 인상으로 무용지물이 됐다”며 “다른 어떤 제도보다 ‘단말기 자급제’는 통신비 인하를 해결할 근본적인 처방전이 될 수 있다. 처음엔 혼란이 예상되지만 ‘단말기 유통공사’와 같은 공기업을 만들어 운영한다면 문제를 최소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잠깐용어*단말기 자급제 통신업체 대리점이 아니라 일반 가전 매장이나 온라인 쇼핑몰에서 휴대전화를 사서 고객이 원하는 통신업체에 가입하는 제도. SK텔레콤·KT·LG유플러스가 휴대폰 판매에서 손을 떼는 것을 말한다.

[강승태 기자 kangst@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930호 (2017.10.25~10.31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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