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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1 (토)

죽음을 그린 영화(6)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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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출처: 네이버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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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에 대해 언급하지 않을 수 없는 영화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 괴상하고 공포심 가득한 제목과는 달리, 영화는 순수하고 감성적이다. 아마 영화를 본 관객이라면 공감할 것이다. 영화 속 주인공 '사쿠라'가 다른 인물들에게 영향을 미쳤던 것처럼, 스크린을 빠져 나온 후에도 먹먹하고도 가슴 벅찬 여운이 오랜 기간 지속될 것이라는 점을.

영화의 주 소재는 우정과 사랑이다. 소재만 놓고 봤을 땐, 별 특이점이 없어 보이는 장르 영화다. 하지만 원작 소설을 기반으로 한 작품인 만큼, 다양한 상징과 감성적인 대사들이 돋보인다. 가령 벚꽃을 의미하는 여주인공의 이름부터 상징성의 서막을 알린다. 봄날 가장 아름답게 만개하는 벚꽃이지만 이내 흩날려 사라지고 마는 벚꽃. 하지만 우리는 매년 벚꽃을 기다리고 또한 만끽하려고 노력한다. 이런 그리움의 정서는 영화 속 인물들에게도 고스란히 배어있다.

영화의 전개는 12년 후의 '나(시가)'가 과거를 회상하는 방식이다. 이는 원작과는 다른 방식이지만, 회상이라는 설정을 통해 그리움과 기다림의 정서가 한층 더 부각된다. 친구 없이 홀로 책을 벗삼아 살아가던 시가가 우연히 사쿠라의 일기장을 줍게 되면서 펼쳐지는 이야기. 일기장을 통해, 그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했던 사쿠라와 그녀의 비밀을 알게 된 시가는 가까워진다. 시한부 선고를 받은 사쿠라와 타인과의 관계에 서투른 시가의 짧지만 애틋한 사랑 이야기는 참신하지는 않지만 설정 자체만으로도 아름다움을 선사한다.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는 사랑뿐만 아니라, 우정과 꿈에 대한 소재도 다뤄진다. 영화에는 시가 외, 사쿠라의 친한 친구 쿄코도 등장한다. 쿄코 역시 사쿠라로부터 영향을 받은 인물이다. 사쿠라는 시가와 쿄코에게 유품과 함께 미래에 대한 희망의 메시지도 전한다. 사람은 떠났지만, 정신은 남긴 셈이다.

자극적인 제목만큼이나 많은 관객들의 궁금증과 기대감을 안게 만든 영화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 사실 소재와 플롯 상의 참신함은 높지 않다. 일본에는 이와 같은 소재와 전개의 영화들이 많다. 불치병을 앓거나 시한부 선고를 받은 상대를 끝까지 사랑하는 이야기들 말이다. 한편 일본에는 유독 죽음을 소재화한 작품들도 다분하다. 그래서인지 필자는 이 영화가 유달리 신선하게 느껴지지는 않았다. 하지만, 이러한 소재와 이야기는 어찌됐건 관객들에게 감동의 여운을 선사한다. 더불어, 죽은 자와 산 자가 정신(영혼)적으로 끊임없이 유대 관계를 맺으며 살아간다는 것 또한 아름다운 이야기다.

이 영화를 보며 필자가 가슴 묵직한 먹먹함과 슬픔을 느꼈던 이유는 최근의 경험 때문이다. 얼마 전 세상을 등진 외할머니의 생각이 여러 차례 오버랩됐고, 그로 인해 이 영화가 더욱 슬프고도 아름답게 느껴졌다. 스크린 속 인물들과 필자뿐만 아니라, 이 세상 모든 사람들은 이별을 경험하게 된다. 그 이별이 아름다울수록 그리움은 더욱 짙을진대, 영화에는 그 정서가 곧잘 표현돼 있다. 결국 이 영화는 우리 모두의 공감대를 자극하기에 가치 있다고 말할 수 있겠다.

[최다함(최따미) 광고대행사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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