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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9 (수)

지금은 마동석 시대…천하장사 ‘마요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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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주연작 <범죄도시> 500만 동원 눈앞

내달 코미디 영화 <부라더> 개봉

팔뚝 두께 20인치 만화 캐릭터같은 몸에

맨손으로 악당·범인 잡으며 시원한 액션

순한 눈빛과 코믹한 이미지까지 겸비한

마동석식 ‘한국형 슈퍼 히어로’ 창조

“아이들이 좋아하는 액션영화 만들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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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한편 잘된 것뿐”이라며 한사코 손사래를 쳤다. 모르는 걸까, 모르고 싶은 걸까. 어쨌든 그만 모르고 다 안다. 지금은 ‘마동석 시대’라는 걸.

마동석이 인기다. 그가 주연한 영화 <범죄도시>가 흥행 가도를 달리면서 인기의 정점을 찍었다. 개봉 16일 만인 지난 18일 400만 관객(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을 넘어서며 15일째 박스오피스 1위를 지키고 있다. 이병헌(<남한산성>), 조진웅(<대창 김창수>) 등 ‘거물’들의 도전에도 끄떡없다. 11월2일 개봉하는 코미디영화 <부라더>로 쐐기를 박을 요량이다.

마동석의 인기는 그동안 우리가 배우를 가늠하던 시선과는 사뭇 다르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마동석이 출연한 드라마 <나쁜 녀석들 시즌1>(오시엔, 2014), <38사기동대>(오시엔, 2016)를 제작한 스튜디오 드래곤의 박호식 팀장은 “마동석은 힘과 서민적인 인간미를 가진 유례없는 ‘한국형 슈퍼히어로’ 같은 존재로 여겨지고 있다”며 “<범죄도시>에서 정점을 찍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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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동석의 첫 상업영화 주연작 <범죄도시>. 메가박스 플러스엠 제공


맨손으로 한방에! ‘마동석표 액션’ 마동석은 “<록키>를 본 뒤 심장이 뛰었고, 배우를 꿈꿨다”고 했다. 2005년 영화 <천군>으로 시작해 13년 동안 60여편의 작품에서 다양한 역할을 맡았지만, 우리가 열광하는 모습도 ‘액션 하는 마동석’이었다. <범죄도시>뿐만 아니라 <부산행>(2016), <이웃사람>(2012), <나쁜 녀석들>까지 그가 거친 모습으로 상대를 제압하는 작품들이 주로 화제를 모았다. 그렇다고 그의 액션이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로 현란한 건 아니다. 액션 영화의 기본인 발차기도 거의 하지 않는다. 대신 그는 맨손으로 한방에 날려버린다. <부산행>에서는 팔뚝에 신문지를 칭칭 감고 양손으로 번갈아 좀비들을 물리치고, <범죄도시>에서는 원펀치에 칼 든 조폭이 속절없이 쓰러진다. 황진미 평론가는 “보통 조폭 등이 나오는 영화에서는 남성미와 잔인함, 현란하게 터지는 액션을 강조하는데 마동석은 무적의 철인 등 게임 캐릭터 같은 느낌”이라며 “누아르물이나 꼬인 설정이 지겨워지던 시점에서 원펀치로 상대를 제압하는 시원시원한 마동석의 액션이 카타르시스를 준다”고 했다. 관객은 조마조마하며 영화를 보다가도 마동석이 등장하면 “너네 다 죽었어!”라며 진짜 슈퍼히어로물을 보듯 안심하게 된다. 박호식 팀장은 “한국에서 그런 카타르시스를 줄 수 있는 배우가 없었는데 마동석이 등장했다”고 말했다. 자신만의 색깔을 찾으려는 배우의 고민이기도 하다. 마동석은 “슈퍼히어로를 노린 건 아니지만, 답답한 무엇을 뚫어주는 통쾌함이 보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해 <범죄도시>에서도 캐릭터의 구구절절한 사연 등을 배제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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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동석이 강하고 희생적이면서도 자상한 남편으로 등장한 <부산행>. 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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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 자체가 장르 리얼리티를 강조하는 시대에 다소 ‘비현실적’으로 보일 수 있는데도 관객들은 ‘마동석이니까 그럴 수 있어’라고 이해한다. 그런 설정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진 데는 그의 남다른 ‘몸’이 한몫한다. 팔뚝 둘레가 웬만한 성인 허벅지보다 굵은 20인치나 되는 우락부락한 몸 자체에 관객은 설득당한다. 게임이나 스크린의 판타지가 리얼리티가 되는 것이다. 황진미 평론가는 “<부산행> 이후에 몸 자체가 무기인, 다른 도구는 필요없는 캐릭터로 본격적으로 인식되기 시작했다”며 “이제 마동석은 몸 자체가 장르화됐다”고 말했다. 그런데 그 장르가 액션만도 아니다. <부라더>에서는 옆으로 누워 있는데 넓은 어깨 때문에 목이 바닥에 닿지 않거나, <범죄도시>에서 팔뚝이 너무 굵어 뒤쪽 상처가 보이지 않는 식의 장면이 웃음을 안겼다. <부라더>의 장유정 감독은 “마동석씨가 캐스팅된 뒤 그의 캐릭터에 맞게 장면과 대사 등을 논의해서 수정했다”고 했다. “근육이야 살이야” 등 그의 몸에 맞춘 상대 배우의 즉흥대사(애드리브)는 그가 나오는 영화마다 큰 재미를 차지한다. 마동석은 “데뷔 초에는 몸이 너무 커서 한국에서는 배우 할 수 없다며 살 빼라는 얘기까지 들었다”는데, 그런 몸이 오히려 큰 자산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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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동석의 첫 코미디 주연 도전작 <부라더>. 메가박스 플러스엠 제공


‘마블리’ 반전 매력이 호감으로 마동석은 의외로 손가락이 가늘고 길고 예쁘다. 처진 눈매가 웃음을 머금으면 강아지처럼 순해 보이는 얼굴도 반전이다. 거친 연기와 그 피지컬에 반대되는 러블리한 이미지는 결정적으로 그를 호감으로 만들었다. <베테랑>(2015)에서 우락부락한 이미지와 충돌하는 “아트박스 사장”으로 등장해 화제를 일으켰고 이를 계기로 젊은 여성들을 위한 화장품 광고에도 출연했다. <부산행>에서 좀비를 한방에 날려버리면서도 부인 앞에서는 몸이 움츠러들고, <범죄도시>에서도 음식점 소년 앞에서는 한없이 자상하고 부드럽다. 황진미 평론가는 “에스엔에스 등에 귀여운 사진을 올리는 등 평소 대중과 소통하려는 실제 성격 또한 그를 친근감 있게 느끼게 하는 데 도움이 됐다”고 했다. 힘을 과시하는 남자들에게 거부감을 느끼는 시대의 반영이기도 하다. 황진미 평론가는 “남성성을 과시하는 남자들에게 딱 질렸는데 산만한 덩치를 갖고 있는 사람이 귀여움과 애교를 장착해 든든하면서도 귀여운 모습으로 어필하는 것이 긍정적으로 작용했다”고 했다. 마동석은 “<나쁜 녀석들> 때부터 학생들이 나를 ‘마블리’라고 부르는 소리를 들었다. 의외성이 있는 캐릭터여서 호의적으로 보시는 것 같다”며 “실제로 귀엽지는 않고 상대를 웃기고 싶은 코미디 욕구는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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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가박스 플러스엠 제공.


■ 연기 되는 액션 배우 마동석의 연기력과 영리한 포지셔닝은 거구의 액션 배우에게 갖던 선입견을 깼다. 한 충무로 피디는 “몸이 크고 액션 연기를 하는 배우들은 섬세한 감정연기가 안 되는 경우가 많은데 마동석은 자신이 맡은 캐릭터에 대한 분석을 잘하는 영리한 배우라는 점도 그가 승승장구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늘 눈앞에 있었던 것 같지만, 마동석은 단역부터 시작해 차근차근 지금의 자리에 올랐다. <범죄도시>는 그의 첫 상업영화 주연이다. 마동석은 “행인 8 이런 걸로 시작하다가 <천군>(2005)에서 조연을 맡으면서 일이 잘 풀릴 줄 알았는데 이후 또 단역을 했다. 그러면서 연기는 열정만 갖고 하는 게 아니구나 하는 생각에 여러 역할을 맡으며 경험을 쌓았다”고 했다. <범죄도시>는 그가 기획부터 참여한 작품이다. 개봉을 앞둔 <원더풀 라이프>, 촬영이 끝난 <곰탱이>와 지금 찍고 있는 <챔피언> 등도 마동석이 직접 기획에 참여하고 작가를 꾸렸다.

어려웠던 시절, 망가진 몸을 이긴 실제 그의 사연도 슈퍼히어로 같다. 가정형편 때문에 고등학교 때 미국으로 건너갔던 마동석은 거구의 외국인들을 보면서 운동을 시작했다. “무시당하지 않으려면 나도 커져야 했다.” 형사를 꿈꾸다가 트레이너가 됐고, 한국에 돌아와 배우로 성장했다. 크고 작은 사고들로 양쪽 어깨와 척추, 양쪽 무릎 연골이 파열되는 등 근육을 키우지 않으면 온몸이 아플 정도로 몸상태는 좋지 않다. 하반신 마비가 될 위기도 겪었다. 그런 사연은 가린 채 “내가 지켜주겠다”며 한 손으로 악당을 때려잡고는 순한 눈빛으로 관객을 안도하게 만든다. “아이들이 함께 볼 수 있는 액션 영화를 만들고 싶다”는 그는 당분간 충무로의 ‘슈퍼히어로’로 자리매김할 것 같다.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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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동석을 ‘한국형 슈퍼히어로’로 만든 몇 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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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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