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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2 (일)

[실리콘밸리 리포트] "오늘 독점하고 내일 패배자 된 기업 숱하게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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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리 셔피로 CTA 회장이 말하는 'CES의 미래'

매일경제

매년 1월 TV·가전뿐 아니라 인공지능(AI),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드론, 자율주행차 등 신기술의 향연을 보여준 미국 소비자가전전시회(CES)가 내년 1월 9일부터 12일까지 미국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와 베네치아 호텔 등에서 개최된다. CES 2018도 사상 최대 인파가 몰릴 것으로 예상돼 전시 공간을 23만2257㎡(약 7만300평)로 늘렸으며 삼성전자, LG전자, 소니, 벤츠, 도요타, 인텔, 퀄컴 등 3900개 이상 기업들이 신기술을 공개할 예정이다.

CES 측은 인텔의 브라이언 크러재니치 최고경영자(CEO)가 사전 기조연설 무대에 설 것임을 발표했다. 크러재니치 CEO는 CES 2018 기조연설에서 데이터가 어떻게 일상 생활을 변화시킬지에 대해 발표할 예정이다. CES 2018을 주관하는 전미소비자기술협회(CTA) 게리 셔피로 회장(사진)을 샌프란시스코 '이노베이트 셀레브레이트(Innovate & Celebrate)' 행사에서 단독으로 만나 내년 행사가 어떻게 달라질지 들어봤다.

―내년 CES에 가장 많이 변한 부분은 무엇인가.

▷기술 소싱(Sourcing)과 디자인을 처음으로 선보인다. 일종의 신기술 마켓 플레이스가 될 것이다. 새로운 기술이 어떻게 소싱(공급)되고 디자인돼서, 마지막 제품까지 연결되는지 한눈에 볼 수 있다. 그리고 스포츠테크, 스마트시티도 많은 관심을 받을 것 같다. 인공지능 마켓플레이스도 생긴다. CES에 처음 방문하는 비즈니스맨도, 오랫동안 참석했던 전문가들도 새로움을 느낄 것 같다.

―CES 2018에는 구체적으로 어떤 분야가 전시되나.

▷전시 주제를 20개로 세분화했다. 광고, 엔터테인먼트도 있고 스타트업, 인공지능, 디지털 헬스케어 및 피트니스, AR·VR, 커넥티비티, 스마트폼, 모빌리티, 스마트시티, 디자인, 스포츠 기술 등 분야가 많이 늘어났다. CES에는 그동안 가전, 모바일, 자동차 분야가 강했는데 지금은 더 세분화됐다. 3~4년 전만 해도 CES에 전시하지 않았던 업체들이다. 기술 혁신이 점차 세분화되고 광범위해지고 있음을 증명한다.

―CES가 항상 변화하는 이유는.

▷사람들이 언제나 '다가올 큰 산업(Next Big thing)'을 찾기 때문이다. 우리는 소비자가전전시회에서 시작했다. 40~50년 전에는 라디오가 가장 첨단 기술이었다. 또 TV가, 모바일이 첨단 기술이었으나 지금은 누구나 인공지능과 자율주행차, 드론, VR 등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우리도 항상 변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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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CTA 회장을 맡아 CES를 성공적 전시회로 끌어올리면서 느낀 점은 무엇인가.

▷'오늘의 독점은 내일의 루저가 된다(Monopoly today, tomorrow's loser)'는 사실이다. 한 영역을 독점하면 금세 관료화되고 무너지는 것을 항상 봐왔다. 모토롤라가 그랬고 노키아가 뒤를 따라갔다. 그리고 블랙베리도 스마트폰 분야에서 몰락의 길을 걸었다. 그 이전엔 AT&T도 같은 역사가 있었고 마이크로소프트, IBM 등도 독점하고 무너지면서 큰 교훈을 얻었다.

―기술이 너무 빠르게 변해서 사람들이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불만도 많다. 매일경제는 CES에서 전시되는 신기술과 화두를 매년 앞장서서 보도하는데 독자들이 그 같은 피드백을 많이 준다.

▷이해한다. 나도 그렇게 느낄 때가 있다. 하지만 지금과 같은 시기에는 CEO도 예외 없이 '견습생'의 마인드를 가져야 한다. 누구도 어느 분야에 전문가라고 지칭할 수 없는 시대다. 전문분야라고 느끼는 순간 변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10년 전에 모바일이 처음으로 메인 스테이지에 올라왔다. 당시에 구글, 아마존, 애플, 페이스북이 빅4가 될지 누가 예측했겠나.

―지금 기술 분야에 가장 변곡점이 되는 요소는 무엇일까. 인공지능이 일자리를 없앤다는 공포심도 상당하다.

▷나는 오히려 '인구 감소'라고 생각한다. 인구 감소로 인해 통신 가입자가 줄어들고 있다. 하지만 오히려 인구 감소는 인간들이 더욱 기술에 대한 의존을 하게 만든다. 고령화로 인해 로봇의 역할이 많아지고 있으며 바이오와 테크놀로지의 결합으로 인간의 삶 자체가 바뀔 것이다.

―CES에서 한국 기업들의 전시가 많다. 한국인들도 매년 2000명 정도 CES에 참관하는 등 열정을 보이고 있다. CES를 한국에서도 보고 싶다는 의견도 있다.

▷삼성전자, LG전자, 현대·기아차 등은 중요한 파트너다. 그들은 글로벌 기술 혁신을 선도했다. 세계인들이 한국인의 혁신 역량에 빚진 게 많다. 하지만 스타트업 분야는 좀 약한 것 같다. CES에는 '유레카 파크'에 스타트업 전시관을 크게 마련하고 있다. 프랑스가 스타트업을 통해 국가 경제가 혁신되는 좋은 사례라고 본다. 전시도 많이 하고 있다. 더 많은 한국의 스타트업을 CES에서 보고 싶다. 한국은 이미 규모가 큰 전시회(한국전자전)가 있기 때문에 CES의 전시회나 콘퍼런스를 한국에 확장할 계획은 없다. 중국 상하이에서 개최하는 CES 아시아에 좀 더 집중할 계획이다.

[샌프란시스코 = 손재권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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