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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환란 20년-시민에서 답을 찾다] 하우스푸어·5포세대… 절망의 늪에 빠진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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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년간 GDP 증가 연 평균 4.18%… 근로자 실질임금 상승 2.52% 그쳐 / 가계부채 IMF 전보다 6.5배 늘어

세계일보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 이후 20년이 지난 우리나라의 모습을 한마디로 응축하는 표현으로 ‘헬조선’을 꼽는 사람이 많다. 모든 사람이 무한경쟁의 틀에 갇히고 부조리가 난무하는 한국 사회를 지옥에 비유한 것이다.

실제 이 기간 소득 양극화가 깊어지고, ‘한정된 파이’를 서로 더 차지하려는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온갖 부작용이 양산됐다. 이는 주요 경제·사회 지표에서도 잘 나타난다.

22일 한국은행과 통계청,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에 따르면 2000∼2016년 평균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4.18%였지만 물가 상승률을 감안한 근로자들의 실질 임금 상승률은 2.52%에 그쳤다. IMF 사태를 겪은 후 경제는 외형적으로 크게 성장했지만 그 과실이 근로자들에게 충분히 돌아가지 않았다는 얘기다. 소득 불평등이 심화한 요인 중 하나다. 국회입법조사처가 세계 상위 소득 데이터베이스(WTID)와 IMF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서도 우리나라는 주요 나라 중 상위 10%의 소득집중도(전체 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중)가 가장 빠른 속도로 확대되고, 미국 다음으로 소득불평등이 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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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환위기 전인 1995년 우리나라 상위 10%의 소득집중도는 29.2%로 미국(40.5%)은 물론 30.2∼38.5%인 영국, 일본, 프랑스, 뉴질랜드, 싱가포르 등 비교 대상 국가 대부분보다 낮았다. 그러나 2000년 35.8%, 2008년 43.4%에 이어 2012년 44.9%까지 가파르게 치솟았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외환위기 이후 우리나라 경제성장의 성과가 대부분 상위 10% 소득층에게 배분됐음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시한폭탄’이 된 가계부채는 IMF사태가 터진 1997년 말 총 211조여원에서 20년 만에(올 6월 기준) 1388조여원으로 6.5배나 불어났다. 산술적으로 국민 1인당 평균 2700만원, 4인 가족 기준 1억800만원의 빚을 지고 있는 셈이다. 천정부지로 오르는 주택 가격과 임차료를 대느라 ‘하우스·렌트 푸어’가 양산된 것과 무관치 않다.

여유는 사치가 되면서 초혼 연령도 남녀 각각 1995년 28.4세와 25.3세에서 20년이 넘은 지난해 32.8세와 30.1세로 확 늦춰졌다. 출생아 수도 1996년 69만1000명(합계출산율 1.574명)에서 지난해 40만6200명(〃1.172명)으로 급감했다. 반면 1995년 6만2000여명이었던 9급 국가직 공무원 시험 지원자는 지난해 22만1000여명으로 급증하는 등 심각한 취업난을 반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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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포 세대’(취업·연애·결혼·출산·집 마련 포기)란 말이 허튼소리가 아니다.

결국 ‘앞으로 자신의 삶이 나아질 것’이라고 생각하는 국민 비율도 IMF 직전(1996년) 86.9%에서 지난해 53.6%로 뚝 떨어졌다. 특히 20년 전 인구 10만명당 자살자 수가 OECD 평균(15.92명)에도 못 미쳤던 한국(15.2명·14위)은 2003년(28.1명)부터 줄곧 1위다. 김윤태 고려대 교수(사회학)는 “지난 20년간 인권 문제 등이 개선된 측면도 있지만 사회·경제적 불평등과 불안감이 굉장히 커지면서 전체적으로 암울한 사회가 됐다”고 평가했다.

특별기획취재팀=이강은·최형창·김라윤 기자 ke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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