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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8 (수)

[임문영의 호모디지쿠스] 갈수록 교묘해지는 인터넷 가짜들, 지능안티 알아볼 지혜 키워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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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일이란 늘 양면성이 있다. 인터넷의 발전으로 세상이 더 편리해지고 있지만, 인터넷 때문에 생긴 부작용 역시 많다. 스팸 메일이나 해킹, 개인정보 악용, 리벤지 포르노 같은 것들은 인터넷의 어두운 모습들이다. 이들 중 스팸 메일은 기술적으로, 개인정보 악용이나 리벤지 포르노는 법적 대응으로 막아낼 수 있다. 그런데 골치 아픈 것 중 하나가 바로 지능안티 문제다.

지능안티는 ‘지능적인 안티’를 말한다. 어떤 대상을 추종하는 척하면서 실제로는 극단적인 언행으로 오히려 비난 여론을 만들어내는 짓 또는 그런 사람들을 뜻한다. 어떤 남성 아이돌 그룹을 아주 싫어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치자. 이들은 교통사고 사망 뉴스에 이런 식으로 댓글을 단다. “이깟 사람 몇 명 죽은 뉴스 말고 우리 아이돌 그룹 오빠들 이야기를 보도해 달란 말이에요.” 대다수 일반인들은 이런 댓글을 보면 한심한 극렬 팬이라며 분노할 것이다. 그렇게 만들어진 부정적 이미지는 결국 아무 잘못 없는 아이돌 그룹에게까지 피해를 준다. 이런 지능안티 짓은 정치인이나 제품, 국가도 공격 대상이다. 극단적인 정치인 지지자들로 위장해 해당 정치인에 대한 혐오감을 만들어내는 것이 그들의 숨은 목적이다. 문제는 진짜 이런 통제 불가능한 지지자들도 있어 지능안티와 구분하기 힘들다는 거다.

가끔 지능적으로 안티를 한다고 한 것이 티가 너무 나서 다 드러나는 경우가 있다. 이런 글은 ‘저능안티’라고 부른다. 심각한 비난의 글이랍시고 썼는데 ‘명의회손’이나 ‘사생활 치매’ ‘어의상실’처럼 맞춤법을 틀려서 웃음을 터뜨리게 하는 저능안티도 있다. 손투리(글자에서 사투리가 느껴짐)나 생경한 용어가 걸려 비난하는 자들의 수준이 들통나는 경우도 있다.

최근 대통령 부인 김정숙 여사가 보도된 뉴스에 누군가 “역사상 가장 서민적인 영부인께서 금목걸이, 금손목거리와 명인 장인들의 제품을 걸치고 서민들과 어울리셨습니다”라는 댓글을 달았다. 눈썰미 좋은 네티즌들은 바로 ‘금손목거리’라는 표현이 북한에서 쓰는 말임을 알아냈다. “잠깐, 손목거리? 이거 어느 나라에서 쓰는 말이여? 너님 조선족?” 이렇게 달린 덧글은 바로 인터넷에서 화제가 됐다.

억지로 꾸며낸 것이 확실해 보이는 가짜 이야기에는 ‘주작이 날아오른다’ ‘자작나무 타는 냄새 난다’는 댓글을 붙여 다른 사람들이 오해하지 않도록 경고를 해주기도 한다. 한때 TV 예능 프로그램 중에 ‘엑스맨’이라는 것이 있었는데, 요즘엔 악역을 자처하면서 선한 사람을 돕는 사람, 또는 의도치 않게 그런 역할을 하는 사람을 비꼬아 ‘다크나이트’라고 한다. 영화 ‘배트맨 다크나이트’에서 유래된 말이다. 인터넷의 말들을 곧이곧대로 믿을 수 없는 것이다.

가짜 뉴스(Fake News)에 가짜 블로그(Flog), 가짜 추종자까지…. 인터넷이 점점 오염돼 가는 것 같아 안타깝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도 Sorry, Not Sorry(미안하지만, 하나도 미안하지 않아)라거나 ‘속(S)이고 N 속(S)이는 것’의 약자라는 비아냥이 생길 정도다. 지능안티보다 안티를 알아보는 지혜가 더 커져야 한다. 그리고 결국 더 커질 것이다. 사람들을 잠깐 속일 수는 있어도 영원히 속일 수는 없기 때문이다.

임문영 인터넷 저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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