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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5 (일)

급격한 탈원전 거부감…시민들, 서서히 줄이는 `弱원전`에 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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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고리 5·6호기 공사 재개 / 24일 국무회의 권고안 의결 ◆

매일경제

20일 서울 총리공관에서 열린 신고리 원전 공론위 권고안에 따른 대응방안을 논의하기 위한 고위당정청협의에 앞서 참석자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홍남기 국무조정실장, 백운규 산업부 장관,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 이낙연 국무총리,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한주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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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가 20일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의 공사 재개 권고 결정을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면서 청와대는 공사 재개 여부와 관계없이 그동안의 공론화 논의가 한국 민주주의가 진일보한 과정이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야권은 "무리한 탈원전 정책으로 시간과 비용을 낭비했다"며 문재인 대통령의 사과를 요구하는 등 정치쟁점화에 주력했다.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공론화위의 발표 직후 브리핑을 하면서 "지난 3개월간 숙의를 거쳐 권고안을 제안해주신 공론화위원회의 뜻을 존중한다"며 "정부는 권고안을 토대로 후속 조치가 차질 없이 이행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오는 24일 문 대통령 주재로 열리는 국무회의에서 공론화위의 권고안이 상정돼 원안대로 심의 및 의결될 전망이다. 문 대통령도 이르면 22일 관련 메시지를 내놓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께서 결과를 보고 받고 생각을 정리해 조만간 입장을 밝히실 것"이라며 "공론화위(통한 공사 재개 여부 결정) 아이디어를 대통령께서 냈고, 그동안 에너지 정책 전환에 관해서도 얘기하신 만큼 하실 말씀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탈원전 정책을 추진해 온 청와대는 민주적 논의 과정 자체에 의미를 부여하는 모습이다.

또 다른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우리가 공론화위를 통해 첫 번째 실험을 했는데 결국 대한민국이 민주공화국이고 대한민국의 주인은 국민이라는 명제가 이번 절차를 통해 한걸음씩 앞으로 나갔다"며 "시민참여단에선 자신의 의사와 반대 결정이 이뤄져도 동의한다는 의견이 매우 많았다. 승패를 겨루는 게임이 아니라 민주주의가 성숙해 가는 과정이 굉장히 감동적이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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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공론화위의 공사 재개 권고에도 탈원전 기조에는 당장 변화가 없을 전망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신고리 5·6호기 문제와 에너지 전환 정책 문제는 분리해서 하는 것"이라고 선을 그은 뒤 "세계적으로 탈원전 흐름이 강하고 산업적 측면도 신재생에너지 산업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어서 그 기조는 흔들림 없이 유지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정부가 원전 문제를 선과 악, 진리(眞理)의 문제로 접근하고 있다는 일각의 비판에도 반박하고 나섰다.

반면 야권은 문재인정부의 탈원전 정책 포기를 촉구했다. 정태옥 자유한국당 원내대변인은 "이번 사태는 1차적으로 제대로 된 검토 없이 일부 시민단체의 표를 얻기 위해 탈원전을 주장하며, 신고리원전 공사를 중단하고 46억원의 예산을 투입하며 온갖 소동을 벌였던 정부에 책임이 있다"고 비판했다.

박정하 바른정당 수석대변인도 "정부는 이번 권고안을 반영해 국민 모두가 동의할 수 있는 장기적인 에너지 정책 방안을 제시하고 그동안 사회적 갈등과 국론 분열을 유발했던 것에 대해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손금주 국민의당 수석대변인은 "시간 낭비, 국론 분열을 막기 위해 탈원전, 대한민국의 에너지 정책은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에서 별도로 논의돼야 한다"고 말했다.

업계는 이번 공론화위 발표에 안도하는 분위기이지만, 청와대가 탈원전 정책 기조를 고수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데 긴장하는 모습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최근 국정감사 업무보고 자료를 통해 신고리 5·6호기 건설 재개와 별도로 신규 원전 6기 건설은 백지화하고, 2030년까지 설계수명이 도래하는 노후 원전 10기는 수명연장을 금지할 계획임을 밝혔다. 에너지업계에 따르면 이들 10기가 폐쇄될 때 사라지는 원전 설비용량은 약 9700MW다.

이는 국내 전체 발전 설비용량(110GW)의 9%에 해당하는 규모다. 업계에선 에너지 전환 로드맵에 반영될 원전 조기 폐쇄 여부 등에 따라 급격한 발전용량 축소에 대한 현실적 대안 등을 둘러싸고 또다시 학계 및 시민단체 등과 대립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에너지 전환 로드맵에서 정부는 신규 석탄화력발전소도 원칙적으로 금지할 예정이다. 산업부는 이미 공사를 시작한 5기는 당초 계획대로 진행하되, 아직 인허가 절차가 최종 완료되지 않은 4기는 액화천연가스(LNG)로 전환하도록 해당 사업자들을 압박하고 있다. 신고리 5·6호기 이슈만큼 국민적 관심이 높지는 않지만 4기 중 2기가 설치될 강원도 삼척시의 경우 주민들이 나서서 정부에 조속한 사업 인허가를 요구하고 있다.

이창건 원자력문화진흥원장은 "신고리 5·6호기 공사 재개 결정은 급격한 탈원전 정책에 경종을 울리는 것"이라며 "국민의 뜻은 하루아침에 원전을 없애는 것이 아닌 원전 비중을 서서히 줄이는 '약(弱)원전'이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재철 기자 / 오수현 기자 / 정석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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