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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1 (수)

신고리공론조사…왜곡된 정보 차단하고 합의 이끈 '선진기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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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특정 일반인 대상 여론조사 방식

여론 대표할 수 있는 표본 선정 관건

여러 차례 설문조사 통해 의견 수렴

참고자료로 활용돼..정책 구속력 아냐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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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상윤 기자]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가 ‘대(對)정부 권고안’을 마련하기 위해 사용한 공론조사는 1988년 제임스 피시킨 미국 스탠퍼드대 교수가 처음 제안한 여론조사 방식이다.

불특정 다수 일반인에게 첨예하게 갈리는 문제에 대해 여러 조건을 제시하며 의견을 묻고, 숙의 과정을 통해 의견을 모으는 데 최적화된 ‘선진기법’이라고 불린다. 지난 30여간 20여개국에서 70여 차례 피시킨 교수가 제안한 여론조사 방식을 쓰고 있다. 공론조사는 피시킨 교수가 특허권을 갖고 있기 때문에 비슷한 방식으로 바꿔 활용하기도 한다.

공론조사는 자신의 주장이나 의견을 말하는 기회가 될뿐 아니라 다른 사람들의 주장이나 의견을 경청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특히 이 과정에서 단순히 어느 한 주장이나 의견을 선택하고 나머지를 배제하는 게 아니라 양자의 주장과 의견을 절충할 수 있다. 김지형 공론위원장은 “471명의 현자들은 이번 공론조사를 통해 숙의과정의 장점들을 매우 실감나게 체험했다고 자신있게 말씀드릴 수 있다”고 평가했다.

공론조사는 여러차례 설문조사와 토의 과정을 거친다. 우선 광범위한 대상으로 1차 설문집단을 구성한다.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는 1차 설문집단을 2만6명으로 구성해 응답을 받았다. 성별·지역별·연령별로 정밀하게 분포를 고려해 선정하는 게 관건이다. 이들을 대상으로 공사 중단 찬반 여부를 비롯해 비용, 안정성 등 여러 조건에 따른 질의를 하면서 의견을 모았다.

공론화위는 이를 바탕으로 표본 추출을 하는 작업이 들어갔다. 1차 설문조사 결과를 대표할 수 있는 핵심 500여명을 뽑는 작업이다. 이들이 한국의 여론지형을 압축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대표자’다.

이들 500명 중 478명은 지난달 16일 오리엔테이션에서 2차 조사에 참가했다. 공론조사에 대한 설명과 건설중단·재개 양측의 발표를 청취한 뒤 추석 연휴를 포함해 약 한 달간(28일)의 숙의(熟議) 과정에 돌입했다.

지금부터가 핵심이다. 시민참여단 471명은 13∼15일 천안 계성원에서 합숙을 하며 본격적인 합숙에 들어갔다. 우선적으로 합숙토론을 본격적으로 진행하기에 앞서 3차 여론조사를 통해 471명의 판단을 묻는다.

이후 공론화위는 해당 이슈에 대한 찬반 양측의 입장과 논리 등 충분한 정보를 제공한다. 전체를 대상으로 총론토의, 쟁점별 토의를 거친다. 일반인 입장에서 전문적 지식이 부족한 만큼 찬반 양측을 대표하는 전문가를 통해 질문을 던지면서 팩트 체크를 하면서 본인들의 주장을 교정했다.

시민참여단은 이후 10~20명 정도로 조를 짜서 소규모 토론을 진행하면서 좀더 상세한 숙의 과정을 거친다. 부족했던 의문점은 다시 쟁점별 토의 및 전문가 질의를 통해 지속적으로 교정을 거친다.

모든 단계를 거친 뒤 시민참여단 471명은 최종 조사를 실시했다. 공론화위는 최종적으로 공사재개 찬반여부를 물었지만, 더욱 의미있는 부분은 1~4차 여론조사 과정을 거치면서 시민들의 의견이 어떻게 달라지느냐가 핵심포인트다. 찬반이 19%포인트나 격차가 나긴 했지만, 여러차례 여론조사를 거치면서 공사 재개쪽으로 의견이 쏠렸다는 게 더욱 의미있는 결과였다.

이처럼 공론조사 핵심은 단순히 찬반 결론만 내리는 데 있지 않다. 사안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부분에 대해 세부적인 의견을 묻고, 서로 토론을 통해 잘못된 정보를 걸러내면서 이른바 ‘공론’을 모으는 과정이 핵심이다. 공론조사가 충분하고 다양한 방식으로 이뤄질수록 정책 결정권자의 ‘선택지’가 넓어지게 된다. 이는 참고자료로만 활용될 뿐이지 정책적 구속력이 있는 것은 아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24일 국무회의를 열고 최종적으로 신고리 5·6호기 공사 재개에 대한 결정을 내릴 예정이다. 단순히 재개여부를 떠나서 국민들이 탈(脫)원전 정책에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향후 정책은 어떻게 만들지를 알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수확’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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