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한은총재 금리인상 강력 시사
올해 경제성장 전망치 3%로 상향
李총재 발언 후 국고채금리 급등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9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통화정책 방향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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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이주열 한은 총재가 지난 6월 “통화정책 완화 정도를 조정할 필요가 있다”며 처음 금리인상 ‘깜빡이’를 켠 데 이어 19일엔 “완화 정도를 줄일 여건이 성숙돼 가고 있다”며 서서히 핸들을 틀기 시작하는 모양새다. 장기간 비정상적인 금리를 이제는 정상화하겠다는 의미지만, 무차별적인 금리의 영향력을 감안할 때 가계부채, 부동산시장, 국내외 자금 흐름 등에 적잖은 변화가 ‘통보’된 셈이다.
‘동시 다발’ 인상 신호
그 동안 “북핵 등 불확실 요인이 많다”는 이유를 들어 금리정책에 대한 뚜렷한 언급을 자제해온 이 총재는 이날 금융통화위원회 회의 후 기자회견에서 여러 개의 금리인상 신호를 ‘동시 다발’로 쏟아냈다. 그 만큼 한은으로선 더 이상 금리인상을 미룰 수 없다는 결심을 굳혔다는 의미기도 하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이날 국정감사에서 “금리인상은 국제 환경에 따라 어떻게든 결정해야 하는 사안”이라고 말해 정부와 한은 사이에 인식의 차이가 없음을 내비쳤다.
이날 나온 ▦“금융완화 정도를 줄일 여건이 성숙됐다”는 총재의 발언이나 ▦금통위 내 소수의견 등장 ▦성장률 전망 상향(올해 2.8→3.0%) 등은 모두 한 가지만으로도 시장에 ‘금리인상의 강한 신호(시그널)’로 여겨지는 것들이다. 특히 이일형 금통위원이 제시한 금리 인상 의견은 소수의견으론 작년 4월 이후 18개월, 인상 의견으론 2011년 9월 이후 6년 만에 나온 것이었다.
금리인상 시기로는 내년 초보다 다음달이 더 유력하게 점쳐지는 분위기다. 이 총재는 이날 “대내외 리스크가 여전하므로 한은이 전망하는 성장ㆍ물가 흐름이 기조적일지 확인할 시간이 필요하다”며 ‘결단’ 시기에 대한 여운을 남겼다. 하지만 한은 관계자는 “방향이 정해졌다면 실행은 이를수록 좋지 않겠냐는 게 내부 분위기”라고 전했다.
한은 동향에 민감한 채권시장은 이날 이 총재 발언 직후 국고채 3년물 금리가 0.07%포인트 올라 2년 9개월 만에 최고치로 마감되는 등 벌써부터 금리인상에 대비하는 모습을 보였다.
“올 3% 성장”… 정부ㆍIMF와 보조 맞춘 한은
한은은 지난 7월 2.8%로 발표했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도 이날 3.0%로 상향 조정했다. 이는 국제통화기금(IMF)과 정부가 최근 제시한 올 성장률 전망과 같은 수준이다. 한은이 3%대 성장 전망을 내놓은 것은 3년만인데, 특히 지난 4월(2.5%→2.6%)과 7월(2.6%→2.8%)에 이어 성장률 전망치를 세 번 연속 올린 것은 현재의 연간 4회 전망이 시작된 2013년 이후 처음이다.
한은은 국내 경제가 예상보다 견실한 성장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분석했다. 최근 높아진 북핵 위험(리스크)에도 글로벌 경제 회복세 속에 상품 수출과 설비투자가 개선 흐름을 지속하고 있는데다, 민간 소비 회복세도 나쁘지 않다고 판단한 것이다. 11조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추경) 효과가 올해 성장률을 0.1~0.2%포인트 끌어올릴 것이란 분석도 반영됐다. 전승철 한은 부총재보는 “7월 전망 때 반영하지 않았던 추경 효과와 수출ㆍ설비투자 증가세가 이번에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내년 성장률 전망치는 지난 7월과 같은 2.9%로 유지됐다. 한은은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 관련 중국의 경제보복 조치가 올해 성장률을 0.4%포인트 가량 낮춘 것으로 보이는데, 사드 보복이 점차 완화될 경우 ‘기저 효과’에 따라 내년 성장률을 0.1%포인트 올리는 요인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사드 영향이 없었다면 올해 성장률은 3.4%도 가능했던 셈이다.
가계부채엔 ‘빨간 불’
통상 기준금리는 한번 방향을 잡으면 한동안 추세가 지속되는 경향이 강하다. 때문에 앞으로 금리인상이 본격화하면 1,400조원대 가계부채는 우리 경제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지금도 가계 빚이 계속 늘어나는 상황에서 금리인상으로 대출자들의 이자 부담이 커지면 상환능력이 취약한 차주를 중심으로 직격탄을 맞을 공산이 크다.
앞서 한은은 지난 6월 국내 대출금리가 1%포인트 상승할 경우 가계부채 ‘고위험가구’가 2만5,000가구 늘어난다고 밝힌 바 있다. 자산보다 빚이 많은 ‘한계차주’의 대출 규모는 이미 상반기 80조원에 달했다. 한은의 금리인상이 자칫 회복세를 보이는 민간 소비를 다시 위축시켜 경기를 악화시킬 수도 있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금리인상 속도를 높이기에 앞서 적절한 지원대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현재 경기 지표가 좋은 것은 국내보다는 대외여건이 양호하기 때문”이라며 “금리인상 여파로 한계차주가 더 늘어나지 않도록 지원 대책과 가계소득을 늘리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용식 기자 jawohl@hankookilbo.com
허경주 기자 fairyhk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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