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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0 (월)

[사설] 신재생 믿다가 전기료 63% 오른 후 정책 바꾼 호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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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정부가 2020년부터 풍력·태양광 같은 신재생 에너지 기업들에 지원하던 보조금을 폐지하기로 했다. 신재생 전기 확충에 치중했더니 전력 공급 불안정성이 커졌고 가정 전기료가 10년 새 63%나 올랐기 때문이다. 캐나다 온타리오주(州)도 2008년부터 신재생 확대 정책을 펴왔는데 그 후 전기료가 71%나 올랐다. 전기 요금 급등을 견디지 못한 기업들의 이탈로 온타리오주에선 7만명 이상 제조업 일자리가 사라졌다는 것이다.

호주와 온타리오가 겪고 있는 시행착오는 정부가 탈(脫)원전을 밀어붙일 경우 우리에게 닥칠 미래일 것이다. 2015년 기준 ㎾h당 발전단가는 원자력은 49원인데 신재생은 그 4.5배인 221원이나 됐다. 탈원전 진영에선 태양광·풍력 전기의 효율이 빠른 속도로 향상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청와대는 미국 에너지정보청(EIA) 보고서를 인용해 2022년이면 신재생이 원전보다 값싼 전기를 생산한다는 자료도 내놨다.

그러나 미국 모하비 사막 태양광과 네바다 황야의 풍력 발전을 우리와 비교한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일이다. 자연조건 자체가 판이하다. 미국의 원전 건설비는 ㎾당 4100달러로 우리(2021달러)의 두 배나 된다. 이런 걸 감안하지 않고 원전은 가고 태양광·풍력의 시대가 올 것처럼 홍보하는 것은 국민을 우롱하는 것이다.

국토가 좁은 우리나라에선 태양광·풍력의 근본 한계를 인정해야 한다. 2030년까지 '신재생 전력 20%'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태양광·풍력을 늘려가면 대한민국 산야(山野)가 남아날 건지 생각해봐야 한다. 신재생 효율이 빠르게 개선돼왔지만 '낮게 달린 과일(low hanging fruits)' 효과일 것이다. 처음엔 최적(最適) 위치에 태양광·풍력을 설치하겠지만 설비가 늘어나면 점점 일조량과 풍속이 약한 곳에 설치하게 된다. 태양광·풍력은 해가 구름에 가리거나 바람이 약해지면 전기를 생산하지 못한다. 태양광·풍력 비중이 10%를 넘으면 백업용 예비 LNG 발전소를 건설해둬야 한다. 이런 비용은 정부의 발전단가 계산에 포함돼 있지 않다.

정부는 임기가 끝나는 2022년까지는 전기 요금이 인상되지 않을 거라고 하고 있다. 이처럼 무책임한 말도 없다. 국민은 2022년까지만 살고 마는 게 아니다. 5년 임기의 대통령이 국가의 50년, 100년 경제 미래를 결정할 에너지 정책을 소수 편향된 인물들의 신념에 기초해 밀어붙여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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