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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0 (월)

"청년들, 옳은 일엔 당장 뛰어들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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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리 로빈슨 前 아일랜드 대통령, 한양대 '백남상' 인권·봉사 부문

조선일보

/장련성 객원기자


악수를 청한 그가 손을 꾹 눌러 잡았다. 굵은 목소리와 단호한 어조에 카리스마가 묻어났다. 1990~1997년 아일랜드 대통령을 지낸 메리 로빈슨(73·사진). 지난 16일 열린 백남상 시상식 참석차 방한했다.

백남상은 한양대 설립자인 백남(白南) 김연준 박사(1914~2008)의 정신을 기리고자 제정됐다. 로빈슨 전 대통령은 인권·봉사 부문에서 수상했다. 시상식 전 만난 그는 "한국은 아일랜드와 비슷한 점이 많아 친근하게 느껴진다"며 "무척 역동적인 나라"라고 했다. 그는 2005년에도 방한해 파주 도라산역에서 북한 인권 상황을 규탄하는 강연을 했다.

인권변호사 출신인 그는 보수적인 가톨릭 국가 아일랜드에서 첫 여성 대통령으로 선출되는 파란을 일으켰다. 내각책임제에서 상징적 역할을 하는 대통령이었지만, 개혁을 밀어붙이고 국가 이미지를 개선해 퇴임 즈음 지지율이 90%를 넘었다. 퇴임 두 달을 남기고 물러나 유엔인권고등판무관으로 옮겼다.

"국민들이 충격에 빠졌죠. 하지만 저는 그 일을 간절히 원했습니다." 유엔 특사, 인권단체 대표 등으로 활약하며 소수집단과 소외 계층을 도와 퇴임 후 더 존경받았다. 2007년 고(故) 넬슨 만델라 전 남아공 대통령,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 코피 아난 전 유엔 사무총장 등과 함께 원로 모임 '엘더스'를 결성해 국제 문제 해법을 모색했다. "곧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도 가입할 예정"이라고 한다. 2011년엔 카터 전 대통령 등과 함께 북한을 방문했다. "독립적인 발언권이 존재하지 않는 매우 슬픈 나라였다"고 했다.

더블린대 총장 겸 인권비즈니스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는 그는 재단을 설립해 여성 인권과 기후변화 문제에 주력해왔다. "여성이 남성과 같은 수준의 교육을 받고, 역량을 최대한 발휘하고, 가장 높은 지위에 오를 수 있어야 한다"며 "여성이 남성과 균형을 이뤄 협력하는 것은 모든 사회에 가장 이로운 결과를 낳는다"고 했다.

로빈슨 전 대통령은 "인권 운동을 하면서 아프리카를 방문하다 보니 기후변화에 관심이 커졌다"며 "6명의 손주들이 살아갈 미래가 걱정스럽다"고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기후변화협약 탈퇴를 선언했지만 오히려 반대 움직임이 거세졌다"며 "기후변화는 빈부 격차, 성차별 같은 불평등 문제가 복합적으로 얽혀 있으며, 자연·과학 중심에서 인간에게 미치는 영향 중심으로 접근 방향을 바꿔야 한다"고 했다.

로빈슨 전 대통령은 "내가 하버드 로스쿨에 다니던 1960년대에는 미국 젊은이들 사이에 '당장 사회에 나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자'는 분위기가 조성돼 나도 큰 영향을 받았다"고 했다. "나중으로 미루지 말고 지금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사회적 책임을 맡으라"고 젊은이들에게 당부했다.

[최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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